<성동의 노포> “컴퓨터 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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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의 노포> “컴퓨터 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 성동신문
  • 승인 2020.10.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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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TV 모니터 전자제품 수리로 입소문 난 윤성리페어테크
김주일 실장이 고장난 제품을 수리하고 있다.ⓒ
김주일 실장이 고장난 제품을 수리하고 있다.ⓒ

김주일 실장은 어려서부터 컴퓨터에 관심을가졌다. 중2부터 세운상가에 나가서 컴퓨터를 독학으로 배웠다. 컴퓨터가 귀하던 시절이다. 줄기차게 세운상가를 찾아다니자 고1 때 부모님이 거금을 들여 컴퓨터를 마련해 주셨다. 의대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했던 컴퓨터 관련 학과를 전공했고, 전산병으로 제대했다. 

그 이후 오늘까지 컴퓨터와 전자제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윤성리페어테크 김주일 실장이다. 그를 만나려고 송정동으로 갔다.

윤성리페어테크 가게,   서성원 ⓒ
윤성리페어테크 가게, 서성원 ⓒ

◆윤성리페어테크 같은 전자 수리점이 있어야 하는 까닭

화양사거리와 성동세무서 사이에 송정동 들어가는 도로가 있다. 그 도로 초입에 가게가 있다. 가게는 TV 모니터, 컴퓨터 그리고 쌓여있는 전자 부품들, 장비로 빼곡했다. 

하시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대형 TV수리, 모니터 수리, 컴퓨터 메인보드, 산업용 메인보드, 노트북 메인보드 수리, 전에는 그래픽카드도 했었고, 데이터 복구 같은 걸 해요. 요즘엔 TV 모니터가 의뢰가 많은 편입니다. 전자제품 수리지요. 20년 전만 해도 동네에 전파사가 있었는 데 지금은 없잖아요.”

얘기를 듣고 보니 그랬다. 전파사들이 없어졌다. 
윤성리페어테크 작업장에는 대형 TV 모티터들이 많았다. 조금은 의외다. 왜 AS센터로 가지 않았을까. AS 센터가 없는 전자제품이 고장 나면?  그랬다. 윤성리페어테크 같은 곳이 필요했다. 그런데 삼성이나 엘지 제품도 의뢰가 많다고. 이유는 두 가지였다. 

지금의 전자 서비스 센터는 문제가 생기면 부품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비용이 만만찮을 때가 있다. 그래서 윤성을 찾는다. 또 하나, 전자제품은 부품 보유 기간이 지나면 서비스 센터에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오기도 한단다. 
“자원 낭비죠. 수리하면 쓸 수 있는 부품을 폐기해요. 그런 면에서 윤성리페어는 자원 낭비, 돈 낭비를 줄이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해요.”

김주일 실장의 직업관을 엿볼 수 있었다. 컴퓨터와 전자제품 수리하는 기술자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기술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론 말고 실무를 가르쳐 주는 곳이 없어서 그렇단다. 지방까지 가야 했었고, 개인적으로 배우기도 했단다. 그렇게 해서 컴퓨터 외에 전자제품 수리 자격까지 갖게 되었다고 했다.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전자제품 수리 체계는 바뀌어야 한다.

그는 기술을 인정받는 엔지니어지만 고객 편의를 먼저 생각했다. 
“전화로 상담부터 해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를 판단하죠. 가게까지 와서 헛걸음 하시면 안 되잖아요. 예상 비용과 수리 기간을 전화로 상담해요.”

수리 대기 중인 TV모니터가 보인다 서성원 ⓒ
수리 대기 중인 TV모니터가 보인다 서성원 ⓒ
수리 중인  김주일 실장.    사진 서성원 ⓒ
수리 중인  김주일 실장.    사진 서성원 ⓒ

 

◆데이터 복구는 어려운 일인가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일을 물었다.
꽤 많다고 했다. 가동이 중단된 공장에서 긴급 연락이 와서 해결한 일도 있었다고. 
“성수동 사는 아주머님 한 분이 울상이 되어 오셨어요. 남편의 실수로 컴퓨터 자료가 날아갔었나 봐요. 아이 둘의 모든 사진, 동영상이 들어가 있었는데 백업을 해 두지 않았대요. 두 아이의 모든 기록이 사라진 거잖아요. 아주머님이 간절하게 부탁을 하셔서 3일 걸려서 어렵게 살려냈어요. 넘 고마워하셨어요."

내가 윤성리페어테크를 찾게 된 경우도 비슷했다. 카메라용 SD카드가 에러가 났었다.  대략 2년 치 정도의 사진 그 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백업은 일부만 해 뒀었는데 아득했다. 그래서 지인이 알려준 곳이 여기였다. 파일을 거의 다 살려냈다. 그것도 저렴한 비용으로. 나 역시 윤성리페어테크의 실력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성수동 아주머님의 마음을 나도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컴퓨터 메인보드가 망가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데 복구하려면 비용이 만만찮다.
“혼자 사시는 노인이 선풍기, 전기장판을 같은 걸 가지고 오시기도 해요. 그러면 봐 드려야죠.”

◆존경받아야 할 우리 사회의 기둥 엔지니어

어떤 가게로 남고 싶은지 궁금했다. 
“큰 욕심 없고요. 코로나 상황에서 버텨나가야 하겠지요.”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서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어요. 이론적인 것도 알아 두고 제품의 가격, 성능을 같은 것도 알아야 하고, …….”

가게 안에 기타가 걸려있었다. 
“아하, 음악을 좋아해요. 많이 듣죠. 시간나면 통기타를 쳤는데, 요즘은 베이스기타를 해보고 있어요.”
더 이상 물어보진 않았지만 학창 시절쯤에 뭔가 했을 것 같았다. 크기는 작지만 사진 액자도 훌륭했다. 아마츄어 작가에게 선물 받은 거라고 했다. 

늘 시간에 쫓기는 편이지만 주말에는 아들과 함께 캠핑 가는 게 유일한 취미라고 했다. 그것마저도 자주 가지 못해서 가족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코로나 때문에 영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힘겹다. 어떠시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다들 힘드신데, 그래서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그래요.”
다른 일을 해봤느냐고 물었더니, 

“컴퓨터 말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요.”
판매도 해봤지만 김 실장님의 마음은 여전히 엔지니어였지 싶었다. 김 실장 본인이 얘기하지 않았지만, 검색했더니 기사가 나왔다. 
2009년 경향신문이었다. '유망브랜드 대상'을 받았고 분야는 컴퓨터였다. '고도의 기술과 장비로 수리를 한다'고. 
이렇게 한 우물을 파는 든든한 엔지니어가 멀지 않은 곳에서 가게를 하고 있어서 마음 든든했다. 우리에게 유용한 기술을 가지고 진심을 다해서 일하는 엔지니어, 과학자가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면 인터뷰를 끝냈다. 
○윤성리페어테크
○ 전화: 02-497-6652 
○주소: 성동구 광나루로 11길 10 1층(송정동)

 서성원 작가 ( itta@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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