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의 노포> 금호동 소연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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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의 노포> 금호동 소연미용실
  • 성동신문
  • 승인 2020.11.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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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허화자 미용사가 들려주는 금호동 사람 사는 얘기
45년 단골, 동네 사랑방이 된 미용실

소연미용실에 들어섰을 때, 눈에 든 것은 화분이었다. 화분이 왜 이렇게 많지,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알 것 같았다. 주인이 부지런하다는 것을. 화분은 사람 손이 가지 않으면 식물이 시든다. 시든 식물을 보겠다고 화분을 두는 이가 있을까. 

나는 화분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시간을 아껴서 취재를 서둘러 끝내고 싶었는데. 미용실에 도착해보니 파머 머리를 말고 계셨다. 내가 서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미용실 스케치도 했다. 시간은 남아돌았다. 화분을 생각했고 미용 50년의 비결을 기사로 쓰고 싶었다. 지금 자리에서 몇 년을 했는지 먼저 물었다.
“19년요. 오래했지요, 뭐.”
뭐, 때문에 나는 약간 난감했다. 자랑처럼 자기 속내를 드러낼 분이 아니었다. 내가 알아내야 했다. 고객 중에 특별한 분이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쉬면서 마스크 벗은 허화자님. 서성원ⓒ
잠시 쉬면서 마스크 벗은 허화자님. 서성원ⓒ

◆ 45년 넘게 오시는 손님

“신사동에서 일할 때, 만난 분이 지금도 오세요. 아흔이 넘었어요. 자녀도 70이 넘었는데 모시고 오세요. '힘들면 거기서 하세요.'라고 그러죠. 그러면 정신이 있는 동안에는 오시겠다고 하세요. 감사하죠.”
사람이 머리 모양을 다듬는 게, 뭔가 싶었다. 내가 아는 소설가가 있다. 그분은 신촌에 있는 이발소만 간다. 댁이 둔촌동이니까 멀다. 상고머리 스타일이어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할 것 같지 않은데도 그랬다. 나는 15년쯤 다닌 미용실이 있었다. 지금의 동네로 이사 온 뒤에 가지 않았다. 내가 인정머리 없는 사람인가.
연세 드신 분은 잠원동에서 오는 데 부천에서도 온단다. 

◆ 동네 사랑방 같은 미용실

“지금은 사랑방이에요. 모여서 얘기하고 놀아요. 음식도 시켜 먹고, 국수도 말아먹고.” “꼭 돈을 번다는 거보다 내 건강에도 좋고, 서로 대화하는 것도 좋고, 그래요.”
소연미용실에 대해 미리 귀띔해 준 사람이 있었다. 예상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특별한 얘기는 따로 있었다. 미용실에서 곡식 같을 것을 판다고 했다. 아는 손님이 부탁해서 팔아주나보다 생각하고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뇨. 모르는 사람이에요.”
“찹쌀 판 돈이 한 삼백 넘게 들어와 있어요. 오만 곡식이 다 와요.”
나참, 모르는 농민이 보내오는 곡식을 팔아준다는 거다. 곡식이라고 하더니 고추, 마늘도 왔단다. 대단한 오지랖이다. 
“농사짓는 사람들 힘들잖아요. 우리는 싸고 좋은 거 먹어서 좋고.”

일할 땐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는 미용사님. 서성원ⓒ
일할 땐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는 미용사님. 서성원ⓒ

◆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했던 시절

허화자 미용사님이 젊어서부터 이렇게 여유만만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기 금강제화 있을 때,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했어요.”
미용실 앞에 롯데아파트가 있었다. 그 자리가 금강제화 공장과 본사 자리란다. 그땐 그렇게 억척스럽게 일했다고. 그뿐만 아니다. 결혼하기 전에 신사동에서 7년을 일했다. 결혼하면서 금호동과 인연을 맺었다. 그게 79년 12월이다. 영미용실.
“백에 오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보증금 100만 원에 삯월세가 5만 원이었다고. 6년째 하고 있는데, 주인이 들어 온다고 해서 쫓겨났단다. 신사동으로 갈까 했단다. 
“우리 아저씨가 신사동을 그렇게 싫어하데요. 옛날에는 신사동이 술집촌이었잖아요.”
그래도 동네 인심을 잃지 않아서 근처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18년을 했다. 그래서 금호동 이 골목에서만 43년을 했다.(계산하면 수치가 맞지 않는다. 허 미용사 님은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 허투루 말하는 분은 더더욱 아니고.) 
통장을 하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어떤 사람이 추천했더라구요. 안 한다 그랬는데. 사진도 없어 갖고 여권 찍은 걸루 했어요.”
“벌써 4년째네요. 금호4가에 20명쯤 되는데, 뭐,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거 저런 거, 그래요.(통친회 회장임) 쓸데 없이 바빠요.”

◆ 통친회 회장, 산악회 총무 11년

바쁘다는 건 엉뚱하게도 산악회였다. 
“15주년 지났어요. 11년째 총무를 보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 일년 못 갔잖아요.”
“두 번씩 간 데도 많아요.”
다른 취미활동도 하시냐고 물었다.
“취미생활 못 해요. 힘드니까.”
이 대답에 엉뚱한 말이 불쑥 튀어 나왔다.
“운동하잖아, 운동.”
파머 머리를 말았던 손님이셨다. 알고보니 헬스도 하고 요가도 하신다고. 건강하고 큰 욕심 없이 미용실을 운영하셔서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첨엔 우리 아이 직장만 구하면 그만두려 했어요. 직장 들어가서 백만 원을 주더라구요. 결혼하면 주겠나 싶어서 더 했죠. 그러던 것이 손주가 지금 2학년이에요. 몸이 안 아프면 오륙년 더 하려구요. 건강은 모르잖아요.”

◆ 사람 사는 동네에 온정 넘치는 미용실

단양이 고향이다. 양장점을 하던 언니가 양장은 힘들다면서 미용을 권해서 시작했다. 신당동 새서울미용학원을 다녔다. 
“하다 보니 오래됐네요.”
미용학원은 최근까지 있었다. 
“본인은 만족해도 고객이 그러지 못할 때도 있고, 그걸 소화시켜야 돼요.”
이 말은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남기는 덕담으로 들렸다. 
서울살이가 만만치 않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금호동 소연미용실을 찾아가 보라고 말하고 싶다. 머리 손질하고 미용실 근처 금남시장에 들른다. 맛 있는 거 먹다보면, 서울도 사람사는 동네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겨울로 들어서는 계절이어서 그럴까. 소연미용실의 온정이 더 그립다.
○ 소연미용실
○ 전화 : 02-2298-2681 
○ 주소 : 성동구 동호로 2길 11 (금호4가)
                                                                                                           【서성원 작가】 ( itta@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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