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쓰다> 청년 세대에게는 어른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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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쓰다> 청년 세대에게는 어른이 필요해
  • 성동신문
  • 승인 2020.12.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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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문화기획자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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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봄날의 저녁이었다. 강남역 어느 카페에서 또래 청년들과 함께 모여 서로의 고민을 나누었다. 그날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꺼내지 못했던 서로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미래 진로에 대한 고민부터 인간관계, 결혼, 주거 문제 등 서로 고민은 서로 달랐지만 청년의 입장에서 한 번씩 생각해 봤을 법한 고민을 서로 말하고 들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청년이 처한 진짜 현실을 마주했다. 속상하고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대화를 지속할수록 청년이 처한 상황에 함께 공감하고 서로의 마음을 위로했다.

 각박한 사회에서 꺼내놓기 어려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청년으로서 함께 마음 속 고민을 들여다보고 나눴던 그 시간이 계기가 되어 우리는 함께 <청년, 편지로 어른을 만나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청년으로서 서로의 고민에 대하여 공감대를 형성하여 사회에서 마주한 부조리한 문제를 함께 헤쳐 나가고 극복하여 목소리를 내기로 의기투합했다.

 먼저, 청년 세대가 처한 입장에서 청년 세대의 삶의 주기에 맞춰 주요 관심사를 세분화하여 고민 상담 주제를 정했다. 오랜 논의를 통해 취업과 진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연애와 결혼, 경제적 문제와 주거 등의 분야가 정해졌고, 주제 별로 고민 상담을 맡아줄 어른을 섭외했다.

 무엇보다도 편지로 청년 세대의 생생하고 실질적인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다양한 청년이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대화해 나가는 기회를 넓히는 것, 그로 인해 청년들의 단절된 사회 관계망을 연결하고 회복하는 것이 <청년, 편지로 어른을 만나다> 프로젝트의 중요한 지향점이었다.

 그 결과, 온라인으로 31명의 청년이 고민 상담 편지를 보냈다. 다양한 주제에 청년들이 보낸 고민 사연에서 서로 비슷한 고민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서 낮은 자존감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 직장 내 인간관계로 인해 생긴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등 청년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러한 고민에서도 주목할 점은 '나'를 둘러 싼 개인의 본질적인 욕구와 현실 속의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충돌하며 생기는 고민의 비중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청년들은 자기 발전과 성장에 대한 욕구가 컸는데, 청년의 입장에서 어려운 현실 상황에 직면하면서 발생하는 자아 정체성의 혼란, 자존감 상실 등의 고민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었다.

 사실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우리 멤버들도 현실에서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마주해야 하는 청년이었다. 청년으로 일상의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생겨나는 새로운 고민을 마주할수록, 한편으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청년들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줄 자격이 있는 건지 자괴감도 들었다. 그럼에도 괴로웠던 감정에 변화가 생긴 결정적 계기는 <청년, 편지로 어른을 만나다>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오프라인 좌담회를 통해 4명의 선배 어른을 만나면서였다. 오프라인 좌담회 진행 과정에서 청년으로 직면한 고민의 원인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선배 어른과 소통했던 경험이 결국은 자괴감 극복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나의 경험처럼 청년 세대에게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생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그러한 선배 어른의 존재가 우리가 <청년, 편지로 어른을 만나다> 프로젝트로 자신이 직면한 문제에 관심 갖고 사회 변화에 목소리를 내는데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 종료 후 진행한 상담 만족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선배 어른의 조언이 고민 해결에 힘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고, 향후에도 이렇게 어른 친구와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항목에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았다.

 말 못할 상항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청년들은 아직도 많은 곳에 숨어있을 것이다. 그 청년들에게 이번에 우리가 만든 책에 담긴 인생 선배 어른의 이야기가 더 멀리, 더 널리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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