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
상태바
코로나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
  • 광진투데이
  • 승인 2021.01.27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성은/광진투데이 편집국장
정성은
정성은

 

새해 새 아침, 유튜브 해돋이 영상을 보며 새해 소망을 빌었다. 소소한 일상으로의 회복, 소박하지만 커다란 소망이다. 
2019년 12월 처음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를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 빠트렸다. 인류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생존해왔고, 지금의 이 상황 또한 지혜롭게 극복해나갈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및 보급을 통해 코로나는 극복될 것이다. 그러나 2020년 한 해 동안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것이 단순한 보건의 위기로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있다. 

거대한 정치적, 경제적 위기가 그보다 더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영어로 위기를 뜻하는 crisis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인 krisis에서 왔는데 이는 '판단하다', '구별하다', '분리하다'라는 뜻의 동사 '크리네인(krinein)'과 연관이 있다. 

이 때문일까? 우리는 위기에 닥치면 항상 위기 이전과 이후를 구별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현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를 멈춰 세운 코로나는 인류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최악의 전염병이 아니다.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4분의 1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으며, 제1차 세계대전 때 발병한 스페인 독감은 세계인구의 3분의 1을 감염시키고 약 5천만 명에서 1억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의 치명률은 5% 이하일 것으로, 그리고 어떤 국가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인구의 1%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는 어떻게 전 세계를 동시에 멈춰 세우는 위력을 갖게 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세계화와 발달한 정보통신기술 덕분(?)일 것이다. 

세계화로 인해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고, 디지털미디어 기술로 인하여 이 모든 현상을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공포와 더불어 안전에 대한 욕구가 증폭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우리 인식과 더불어 행동과 삶의 양식에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이제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가치도 심각하게 흔들린다. 코로나가 단순한 보건의 위기가 아니라 거대한 경제적, 정치적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실 코로나 위기에 대한 우리의 태도이다. 사람들은 타인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기 시작하고, 위험과 위기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으려 한다. 

세계 각국은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상호 협력하기보다는 자국 우선의 정책을 실시하고 기업들은 위기를 이익 극대화의 기회로 삼는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안전인가 아니면 자유인가? 
그렇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무게중심이 자유에서 안전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보인다. 생명이 없는 자유가 있을 수 없는 것만큼이나 자유가 없는 생명을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의 정의로 안전과 자유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해야 하는 시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관련 정책에 있어서 중국식 모델과 민주적 모델이 구별되는 것처럼, 코로나 위기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결국 안전과 자유의 관계를 결정한다. 

안전을 위해 자유를 양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자유의 훼손과 제한을 어떤 수준까지 용납할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자유를 위해 안전의 위협을 감수할 것인가? 만약 감수한다면, 어떤 수준에서 안전의 위협을 감당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하는가에 따라 우리 사회의 미래모습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코로나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치열하게 토론함으로써 합의된 결론을 도출해야만 한다. 자유와 안전, 그 사이 어디쯤에서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새로이 재설정하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미래 국가 공동체를 꿈꿀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