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진로상담소] 코인투자 열풍과 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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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진로상담소] 코인투자 열풍과 일의 의미
  • 성동신문
  • 승인 2021.04.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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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주)커리어투어 대표
김재홍
김재홍

요즘 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거세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암호화폐에 투자해 몇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을 벌어 퇴사했다는 사례가 들리는가 하면, 최근 폭락장에서는 몇억 원을 날려 결혼식 비용도 잃게 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기록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상승률 상위를 기록한 코인들에 투자했다면 지난해 말에 비해 약 20~50배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1000만 원만 투자했어도 수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볼 수 있었던 셈이다.

사실 암호화폐 투자만 열풍이 불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실물경제는 어려워졌지만 주식시장은 상승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다. 청년세대도 마찬가지여서 최근 신한은행에서 20-64세 취업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20대 10명 4명은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20대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전년 대비 2배로 급증하는 등 주식투자 역시 과열의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자신의 소득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은 개인이 선택하고 책임질 일이지만 문제는 그 열풍이 지나쳐 평범한 사람들의 근로 의욕에 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운 좋게 급등하는 암호화폐에 돈을 넣어뒀으면 한 달 수입 이상을 벌기도 하는데, 한 달 내내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요즘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정말 요즘 같이 근로소득의 가치가 하락한 시대는 또 없는 것 같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면 일한만큼 그 대가가 돌아온다는 믿음, 그렇게 번 돈으로 나의 의식주를 꾸려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을 10년, 20년 모아도 서울에 집 한 채 살 수 있을지도 모를 만큼 부동산이 크게 오른 것도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하고 있다. 그런 답답함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은퇴를 꿈꾸며, 인생역전을 꿈꾸며, 코인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투자게임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번쯤 진지하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우리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일은 자신의 생계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의무’와도 같은 것일까? 우리에게 일이 돈 때문에 꼭 해야 하는 것이라면 경제적으로 은퇴하거나 독립하면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된다.

MZ세대에서 파이어(FIRE), 즉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토대로 조기 퇴직(Retire Early)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은퇴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파이어족을 진지하게 꿈꾸는 사람에게 ‘일’이란 삶의 족쇄와도 같은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선 일에서 빨리 독립하는 것이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장년층, 노년층에서는 오히려 일을 통해 보람과 만족을 느끼고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든 아니면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든 간에, 일을 선택하는데 있어 경제적인 부분 보다는 적성과 보람, 사회적 의미를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젊었을 때 자신과 가족을 위해 부와 성공을 쫓았다면 오히려 은퇴 후에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일’이란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하는 자발적인 활동이 된다.

그럼 처음부터 자신의 적성과 보람을 찾아서 일과 직업을 찾으면 안되는 것일까?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을 통해 돈을 벌고자 노력하면 안될까? 왜 젊었을 때는 성공과 부를 꼭 추구해야 하는가? 왜 자신을 위한 삶은 은퇴 후에 이루어져야 할까? 일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족쇄와도 같은 걸까? 일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점점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일의 의미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생계를 위해서,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것이 점차 힘을 잃어갈 것이다. 대체소득이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로 높아져 갈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잃어갈지도 모른다.

반면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서 일의 본질에 주목할 것이다. 일을 통해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면 오히려 진정한 보람과 행복을 느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먼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투자공부를 통해 경제적 독립을 꿈꿀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가 좋아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코인투자를 통해 하루에도 몇백, 몇천만 원을 벌 수 있는 이 시대가, 역설적으로 일과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다만 잊지 말자. 당신의 진정한 인생은 꼭 경제적 은퇴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의 인생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askcareerquestions@gmail.com>

※ 진로고민을 상담하고 싶은 독자분들께서는 메일로 연락주시면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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