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 : 변화의 첫걸음, 여성 서사 작품 발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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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 : 변화의 첫걸음, 여성 서사 작품 발굴의 중요성
  • 성동신문
  • 승인 2021.05.1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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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현/동국대 영문학과 3년
이다현
이다현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보수적인 사회양상을 물씬 담고 있는 1950년대. 주인공 엘리자베스 허먼(이하 베스 허먼)은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보육원에 보내진다. 당시 베스가 있던 보육원에서는 영양 보충 명목으로 ‘진정제’를 아이들에게 지급하였고, 베스는 약물의 환각 속에서 체스 게임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그녀가 품고 있던 천재성이 폭발하듯 성장하였으며, 그녀가 새로운 가정에 흡수된 후에도 체스와의 연을 강렬하게 이어나가는 여정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 속 여성 활약상에 대해 얼마나 떠올릴 수 있을까. 흔히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다고 인식하는 오늘날의 현대 사회지만, <퀸스 갬빗> 속 1950년대 냉전 시대로부터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인다. 본 작품의 큰 특징은 주인공의 삶과 연결되는 체스의 의미, 심리적인 분위기 등을 미묘하게 캐치해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체스'는 <퀸스 갬빗>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키워드이다. 주인공은 비단 체스에만 몰두하지만 않는다. 점차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그녀의 모습은 아기새의 성장기를 지켜보는 것만 같다. 대부분이 남자 선수인 체스 리그에서, 천재성을 바탕으로 노력하는 여성 주인공의 활약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사회 속 여성 진출에 대한 열린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2021년 한국의 SDGs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여성의원 및 여성 관리자는 10명 중 겨우 2~3명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하거나(여성의원 비율) 혹은 가장 최하위(여성 관리자 비율)라는 것이다. 또한 중·고위 관리직에 여성이 진입하는 것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대상 국가 중 높은 비율을 보이는 국가는 라트비아(44.9%), 폴란드(42.5%), 아이슬란드(41.5%), 미국(40.7%)으로, 40%를 상회할 뿐이었다. 한국 이외의 국가 모두에서 관리자 중 여성이 절반(50%)에 근접하거나 넘는 국가는 없었다. 이러한 지표는 정치, 경제, 공공 부문에서 모든 단계의 의사결정 과정 속 여성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참여와 리더십에 대한 평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우리 사회 속에서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배우 지나 데이비스가 설립한 ‘지나 데이비스 미디어 젠더 연구소(Geena Davis Institute on Gender in Media)'에서 분석한 지표에 따르면, 영화 작품 속 여성의 직업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또한 ’메리다와 마법의 숲‘과 ’헝거게임‘이 개봉하면서 양궁 수업을 듣는 여자아이의 비율이 105% 급증했고, 이는 성인 남자보다 높았다. 미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밀한 사회상을 은근히 담고 있기도 하다. 미디어는, 우리네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가 우리 삶에 큰 존재감으로 자리하는 만큼, 우리는 미디어가 가져올 나비 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창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작품 속 성별 비율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격렬한 반대가 일어날 무렵이었다. 모두의 반대 속에서 대표가 5:5 성비를 강행한 FX 방송사는 에미상 후보(Emmy nominations) 50개를 이루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때의 FX 방송사 작품 출연진들은 입을 모아 작품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현명한 선택이 있었던 덕분에 FX 방송사는 도태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었다. 모든 변화는 인식의 전환에서부터 미미하게 시작된다. 우리는 보고 듣는 것을 통해 세상을 느끼며, 또한 나아가는 힘을 얻는다. 다가올 미래 세대의 다차원적인 문제는 비단 어느 한 계층만이 짊어져야 하는 게 아니기에,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구조를 영위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멈추는 게 좋다. 미디어가 기록하는 세상의 모습을 보고 배울 미래 세대들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여성 서사 작품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의 첫걸음은 미디어 산업계가 여성 서사 작품을 중심으로 내딛는 한 걸음에서부터 조용히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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