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할리우드』와 현재, 변화하는 동양인 고정관념들
상태바
『오, 할리우드』와 현재, 변화하는 동양인 고정관념들
  • 성동신문
  • 승인 2021.06.08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주영 /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영어영문학과
박주영
박주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 할리우드”는 당시 1940년대 할리우드의 배타적인 분위기와 비백인계 배우들과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을 극복하고, 영화 “Meg”을 통해 오스카 상을 수상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Meg”의 쾌거를 보여주는 장면은 기존의 권력과 주류였던 백인을 향한 도전이고, 이전의 차별역사에서 벗어나 비주류라고 분류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성공 서사를 보여준다. 특히 이 서사에서 중국계 미국인 ‘애나 메이 웡’이란 캐릭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나 메이 웡’은 뛰어난 연기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수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Meg”을 계기로 이전의 과거를 극복하고 오스카를 수상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드라마의 서사로만 여기지 않고, 드라마 밖의 우리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야한다. 그 이유는 현대 사회를 보면, 드라마에서 보이는 차별은 우리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다른 매체를 통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애나 메이 웡이 “대지” 오디션을 볼 때 장면을 생각해보자. 그 작품은 동양인의 서사를 담고 있었다. 애나는 자신에게 동양인 분장을 하려는 분장사에게 본인은 이미 동양인이니 분장은 필요 없다며 거절한다. 그 당시 백인이 작품의 주연에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했기에, 본 작품이 동양인의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백인 배우들은 분장하며 주연을 맡았다. 즉, 동양인의 이미지가 유행으로 퍼지던 시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새로운 유행이 불고 있다. 바로 ABG라는 주제의 영상이다. ABG란, ‘Asian Baby Girl’의 약자인데, 짙은 속눈썹 연장과 몸에 딱 붙으면서 노출이 상당한 복장에, 명품을 자주 걸치고, 인스타그램을 좋아하며, 한 손에는 버블티를 쥐고 다니는 동양인 여성의 이미지를 일컫는 단어이다. 즉, 동양인 여성의 외적으로 한 유행하는 요소들을 한 단어로 고정관념화 한 것이다. 그리고 인종과 나이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ABG의 이미지에 맞추어 화장하고 옷을 입는다. 이 고정관념은 다시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여러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고, 재생산됨에따라 동양인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새로운 유행의 주체가 되었다. 그 결과로 이 고정관념은 멋지다는 인식을 받게 되었다.

애나 메이 웡이 활동하던 50년대 할리우드와 현대 사회에서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 말이 결코 그동안 있었던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모두 완전히 해소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의 모습으로 분장을 했던 것은 ‘필요’에 의해서였고, 현대 매체에서 수용되는 동양인 모습의 화장은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유행’내지는 멋지다는 ‘인식’이었다. 멋지다는 인식과 유행은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수용하고 소비하는 유행의 출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가 중요하다. 이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에게는 평등하고 건전한 이미지에서 비롯된 유행과 문화가 필요하며, 동양인이라는 인종이 ‘쿨’하고 ‘힙’한 인식으로 유행의 주체가 될 필요가 없다. 즉, 동양인이 주목을 받고, 유행의 주체가 된다는 인식이 아니라, 어떤 인물이 주목을 받고, 그가 제시한 스타일이 유행을 이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종에 관한 고정관념과 은연중에 포함된 차별의식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차별은 드라마 속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총기난사, 과잉진압 등 무력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차별이 아니다. 즉, 이제 차별은 무력으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차별 타인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으로 매체에서 반영될 수 있다. 단지 ‘쿨하다, 멋지다’라는 말에 환호하고 따르기보다 우리는 이 말속의 뜻과 숨겨진 의식을 찾아 불편함을 알고 이를 개선하여 나아 갈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동양인 차별에 대해서 옛날보다 개선된 부분이 현대 사회에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진정하게 알아야 할 것은 이 개선은 단순히 사람들이 가만히 있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과정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매체에서 또 다른 애나 메이 웡이 나오지 않도록, 고정관념으로 인해 특정 인종이 비정상적인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도록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신호탄이다. 그래서 묻는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유행을 전파하고, 문화에 선두를 설 수 있으며, 또한 어떤 이들이 이를 평가할 수 있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