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안 쓸 수 없는 ‘서울사랑상품권'
상태바
알면 안 쓸 수 없는 ‘서울사랑상품권'
  • 강서양천신문사 송정순 기자
  • 승인 2021.09.09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사랑상품권=학테크… 학원비 할인용?
양천구서만 39억 원 사용… 47% 학원비로 결제

#양천구에 사는 주부 A씨는 기다기고 기다리던 양천사랑상품권6일 오후 4시부터 발행된다는 소식을 온라인카페에 보자마자 휴대폰 알람을 설정해 뒀다. 4시 정각에 판매되는 양천사랑상품권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A씨는 아이들 학원비로 상품권을 쓰면 할인혜택이 꽤 된다제로페이 앱에 뜨자마자 완판되기 때문에 아이돌 티켓팅 클릭 수준으로 준비하고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추석을 앞두고 23개 자치구에서 모두 2259억 원 규모로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 제로페이앱에서 살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 매출증대라는 취지로 발행된다. 그런데 이 상품권이 학원비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학원가가 많은 지역에서 학테크로 이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액면가의 10%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실제 학원비가 50만 원일 경우 서울사랑상품권을 10% 할인된 45만원에 사서 학원비 50만 원을 결재하면 10% 할인받는 것과 같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일명 학테크수단으로 지역상품권이 이용되면서 서울사랑상품권은 발행 때마다 아이돌 티케팅수준으로품절 대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구열 높은 지역 순으로 상품권이 빠르게 소진된다. 상품권 잔액이 모자라거나 구매 시기를 놓치면 상품권을 바꿀 수 있느냐는 문의 글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정작 소상공인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상품권을 구매하려는 학원 밀집 지역 구민들은 단돈 만 원도 구매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학원가 모인 지역, 상품권 빠르게 소진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로페이의 결제 건수는 3262만여 건, 누적 결제금액은 1761억 원으로 집계됐다. 결제 액수로만 보면 2019(767억 원)에 비해 14배 늘었다.

업종별로 제로페이가 많이 사용된 곳은 소매업(4545억 원)과 음식점업(2397억 원), 학원업(1823억 원) 등이었다. 결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소매업과 학원업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4개월 동안 제로페이로 결제된 선결제 서울사랑상품권(온라인 제외)6904639만 원이다. 이 가운데 25개 자치구에서 사용된 학원비는 324943만 원으로 47.05%였다. 지역상품권 결제액이 가장 많은 서울 자치구는 강남구(648046만 원)로 전체의 9.38%였고, 이어 양천구가 8.69%(60161만 원)였다. 특히 양천구는 학원비 결제액이 가장 많은 자치구(392544만 원)로 전체 결제액의 65.4%.

서울사랑상품권이 빠르게 학테크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공유글도 있겠지만, 학원 운영자들이 운영하는 학원 홈페이지에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결제 가능하다는 글을 올리기 때문이다. 비대면결제도 가능해서 사용하기 수월하다는 문구가 학원 홈페이지 곳곳에 보인다.

한 학원의 홈페이지에 보면 학원할인카드처럼 전월실적 신경 쓸 필요 없이 월 한도 내에서 할인 풀로 받을 수 있다학원에 올 필요도 없이 어플리케이션에서 비대면 결제 선택하고 매장검색해서 금액 넣어 결제하면 끝이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편리하다고 올라와 있다.

 

대형학원 상품권 제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는 학원페이부작용을 막고 지역 소상공인 매출증대라는 서울상품권의 발행취지를 고려해 매출 10억 원이 넘는 대형 입시학원에서의 상품권 사용을 제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매출 10억 원이 넘는 학원이 아닌 일반 학원은 여전히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결제가 가능하기에 상품권 사재기는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