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화려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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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화려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 강서양천신문사
  • 승인 2021.12.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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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블랑카와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이 예 지 (강서구 화곡2동)
이 예 지 (강서구 화곡2동)

넷플릭스 드라마 <포즈>1980년대 뉴욕의 성소수자들 커뮤니티를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무도회장에서 시작된다. 카테고리에 맞게 외모를 뽐내는 성소수자들은 화려하고, 당당하다. 하지만 그 외모는 현실에서는 외면 받고, 차별받는 요소가 된다. 무도회장에서는 1등을 차지하기 위해, 현실에서는 트렌스젠더, 흑인, 라틴계를 무시하는 시선에 맞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처음엔, 정체성에 대한 혼돈과 괴리감을 표현한 장면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 또한 나의 편견이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정체성을 가지고도 아름답고, 당당하게 보였다. 또한, 그러한 아픔을 품고도 살아가는 그들의 삶 또한 값진 삶이었고 우리내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 이유가 성정체성이든, 미래에 대한 고민이든, 무엇이 되었든 우리를 덮쳐오는 두려움과 혼돈은 참 힘들다. 오히려 그런 아픔을 가지고도 그렇게 빛나는 그들에게 배울 수 있는 자세는 무엇일까?

극 중 성소수자들은 본인들이 선택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 아빠, 자식처럼 정형화된 가족의 형태는 아니지만 진정한 사랑과 따뜻함이 있는 하우스이다. 이벤절리스타 하우스의 마더인 블랑카는 본인도 힘든 시절을 보냈고, HIV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가족들이 자신의 몸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게이라는 이유로 원래 가족에게 존재를 부정당한 데이먼은 새로운 어머니, 블랑카를 만난다. 가족이라는 따뜻함과 함께 그가 가진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댄스학원도 보내준다. 그에게 애인이 생긴 후 자신의 몸을 지키는 법, 소중한 것을 빼앗기지 않는 법을 이야기해주는 장면에서는 정말 마더그 자체였다. 가족에게 본인의 정체성을 부정당하고, 쫓겨난 데이먼에게는 이해를 넘어선 응원과 위로였을 것이다. 트렌스젠더, 흑인이라는 이유로 게이바라는 마이너한 공간에서도 본인의 존재를 부정 당하자 매일같이 가서 본인의 권리를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당당했다. 이러한 권리를 외치는 게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들, 성소수자들을 위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외면 받는 존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력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드라마를 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주인공이 성소수자여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휴먼드라마였고, 우리들과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극 중 성소수자의 사회적 위치와 대우는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의 배경인 1980년대 미국이 현재의 미국이 되기까지는 블랑카와 같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져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남성, 여성으로 나뉘어져 싸우고, 쉽게 서로의 성별, 성적 취향을 폄하하는 이슈를 접할 수 있다. 남성, 여성으로든 게이, 트렌스젠더로든 그들의 성별, 성적 취향은 우리가 친구가 되는데도, 그 사람을 평가하는데도 전혀 필요한 조건이 아니다. 서로를 특성 이슈로 폄하하는 게 아닌, 서로를 같은 사람으로 인정하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도 블랑카와 같이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들이 늘어나야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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