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8시 건방진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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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8시 건방진 한마디
  • 김정민 기자
  • 승인 2022.06.29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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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수필가⋅문학평론가⋅문학 강사⋅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 대표저서; 가위바위보⋅반딧불 반딧불이⋅스타 탄생의 예감⋅영화 쏙쏙 논술 술술⋅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카페 정담
수필가⋅문학평론가⋅문학 강사⋅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 대표저서; 가위바위보⋅반딧불 반딧불이⋅스타 탄생의 예감⋅영화 쏙쏙 논술 술술⋅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카페 정담

인터넷 활용이 생활화 된 요즘, 표준어와 비표준어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언어를 생물에 비유하며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비표준어 사용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말에는 언격言格이 있어서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격에 맞지 않으면 품위를 잃는다. 또한 많은 사람이 시대적 유행에 따라서 비표준어를 고집한다면 그 사회의 언어생활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한 규범이 있다. 따라서 시민은 어떠한 일을 행동으로 옮길 때 자의적인 판단보다는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 규범의 범주 내에서 생활해야 한다. 맞춤법은 언어생활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법규이다. 따라서 언중言衆은 평소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와 용법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나는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가끔 시건방지게 말참견하는 버릇이 있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나 할까?

지난 스승의 날에 한 제자가 찾아왔다. 그는 행동거지가 바르고 용모가 단정한 부인과 갓 돌이 지난 아이를 대동했다. 때가 되어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천사의 재롱에 푹 빠졌다. 젖먹이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귀여운 몸놀림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곁에 있던 아기 엄마는 작은 표정 하나라도 놓칠세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잠시 후 아기가 용변을 본 것 같다. 아기 엄마는 남편을 불러 용품을 찾았다. “오빠, 저쪽 가방에서 그거 하나 주세요.” 한다. 식사를 끝내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아기 엄마가 “오빠, 애기가 ‘엄마’라고 했다.” 하고는 대견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잠시 후 나는 아이와 눈빛으로 하나가 되었다. 처음엔 이방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색했던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기도 했지만 그는 이내 내 눈빛에 맞추어 예쁜 웃음으로 화답했다. 나는 아이와 몸짓으로 감정 교환을 하다가 조심스레 한마디 했다. ”어휴, 이 녀석, 귀엽기도 해라. 근데 나중에 커서 족보 따지려면 좀 힘들겠는 걸!“ 옆에 있던 제자는 얼른 그 말을 알아듣고 ”선생님, 죄송합니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하기 위해서 한식 전문점에 갔다. 식당은 매우 분주했다. 앉을 자리가 없어 번호표를 뽑아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한참 후, 자리를 잡고 식사하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가 도우미를 불러 이것저것 요구했다. 친구는 그날의 도우미를 ‘언니’라 불렀는데 20대 후반쯤 되는 아가씨였다. 도우미 역시 ‘언니’라는 말에 전혀 어색함 없이 편안하게 대했다. 오히려 그 아가씨는 우리에게 아버님이라는 호칭으로 응했다. 옆자리에서는 도우미를 언니 대신 이모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헝클어진 호칭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식사가 끝날 즈음 나는 친구에게 “언제부터 손아래 언니 두고 살았어?” 친구는 머쓱해 하며 “여기요, 물 한 잔 더 주세요.” 한다.

문화센터 강의가 있던 날, 강의를 마치고 귀가 중이었는데 수강생 몇이 차나 한잔 하고 가자고 한다. 찻집에서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자녀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나에게 한마디 했다. “쌤, H 아이가 요즈음 ‘썸 타고 있는 중’이래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원어민 선생님은 아니지만 누구와 썸 타는지 한번 들어볼까요?”. 동석했던 사람들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깔깔 웃으면서 H에게 빨리 사실을 밝히라고 성화를 댄다. ‘썸타다’는 말은 관심 있는 이성과 잘 되어 간다는 말이다. 연관어로 썸남과 썸녀도 있다. 썸남은 영어의 썸씽something에 우리말 남자의 합성어로 사귀기 전 단계의 남자를 말하며 썸녀는 사귀기 전 단계의 여자를 뜻하는 말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표준어는 스마트폰 메신저에 중독된 초등학생들에게서 먼저 나타나기 시작해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사용하고 있다. 물론 호칭도 세월이 흐르면서 유행처럼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비표준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마치 다른 세대와 소통을 잘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상황에 따라서 비표준어는 인간적인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잘못된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그릇된 말버릇은 꼭 고쳐야 할 내용이다. 또한 일상에서 쉬운 듯 어려운 듯 애매한 언어는 가급적 피하고 쉽고 간결한 언어를 구사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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