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그리고 대통합
상태바
출구전략, 그리고 대통합
  • 광진투데이
  • 승인 2017.05.15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정수 교수/건국대학교 사학과
한정수 교수/건국대학교 사학과

2017년 5 월 9일 화요일! 이날은 한국사 혹은 세계사에서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바로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선거가 있는 날로서 연표에아주 굵은 글씨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인 날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좋든 싫든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5월9일의 선거가 아니라 진정한 '역사적인 날'이라는 표현을 든 만큼의 새로운 시대전환으로 후대에 기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시대를 열기위한 몇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는 많은 선거가 있어왔다. 그 과정과 선거 이후의 상황을 보면, 정상적 선거 일정을 거치더라도 우리 사회는 늘 소위 '국민화합'을 위한 정치에 목말라 있었다. 화합은커녕 승자의 독식, 부패, 저항과 심판, 몰락이라는 패턴이 되풀이된다고 할 정도로 정치는 더 나아가지 못하였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정치권은 새로운 한국사의 발전적 장면을 연출해 내려하기보다는 정적의 과거와 현재의 실정(失政)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항복  선언을 받아내려 하 였다.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지만 실제 과정은 일회성, 일방성의 면이 훨씬 컸다. 때문에 협상을 토대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정치가 아니라승리만을 위한 정치가 전개됨으로써 '정치실종', '정치혐오', '막말정치', '폭로정치'라는 말이 국민 가슴에 남기에 이르렀다.

2016년 10월 이후로 대한민국 사회는 천하대란의 상황이 시작되었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2016헌나1 대통령 탄핵)에  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은 전원일치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결정문을 내려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해임되었다. 주요 원인이 되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및 뇌물죄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사회에서의 정치공방 그리고 법정에서의 법리공방이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대한민국은 현재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있다. 게임오버라고는 하지만 아무도 게임오버라고 할 수 없는 형국이다. 그만큼 갈등의 요소가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잠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 시민 사회는 20 17년 5월 9일의 소위 '장미선거'를 연출하였다. 무려 15명에 이르는 대통령 후보가 나섰고, 이 중 주요 후보는 5명으로 수렴되었다. 이들 가운데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19대 대통령 당선자는 철저하게 자기 고해와 반성을 시작으로 정국 운영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당선자는 자기 성찰을 통해 천하대란을 종식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사회로 나아가는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통합과 안정을 목표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먼저 불통의 시대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모두가 공감하지만 정작 진영 논리에 휩싸이면 상대방을 철저히 이겨야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히고 대화는 중단된다. 대통령 당선자는 일방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선거 과정에서 지지고 볶고 싸웠지만 일단 당선자 신분이 되면 일차적으로 자신을 도운 이들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하며, 상대방의 공약이나 인재, 전략 등을 수렴해야 한다. 지지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정치가 요구된다. 그 과정은 공개된 논의 구조를 통해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측근을 멀리해야 한다. 밀실정치, 이너서클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당선자는 선거 과정 속에서 주위로부터 수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 분명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새로운 정권에서의 이권개입이나 자리 약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당선자는 이에 자신을 도운 이들에게 공언해야 한다. 철저히 자신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겠으며, 그러한 원칙에 입각하여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해야 한다. 정치적 지지를 해준 이들에게 앞으로 진정한 헌신을 기대하겠다는 원론을 제시해야하는 것이다.

셋째, 유훈정치의 발전적 청산을 제시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남북한의 중대한 경색국면 속에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이승만을 시작으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시대를 이어왔다. 이에 정치적 유산이 존재했고, 상속자가 계승하였다.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유훈 및  유산의 정치는 역사에서 보더라도 미래 정치를 프레임 속에 가두어 더 진전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재의 상황은, 또 그로 인한 미래는 매우 유동적이다. 전(前) 대통령들을 위한다는 명제 아래 미래를 스스로 제약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넷째, 법질서의 준수를 선언해야 한다. 억울함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그러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법질서에 준하여 풀어가도록 하되, 법이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합의를 거쳐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 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지위 고하를 막론한 가족과 측근 모두 법을 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명분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동의하지 못하는 일의 경우 당선자가 법의 테두리를 스스로 무너뜨려 그것을 용인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법치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언론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한다. 언론은 우리 사회의 파수꾼이다. 그러나 종종 언론은 파수꾼을 넘어  해결사의 역할을 하려 하여 문제를 야기한다. 막 말정치를 막아야 하는 언론이 막말을 기사화하고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 재생산한다. 또 현재 우리 사회에는 가짜뉴스와 헛소문, 과도한 댓글 및 문자폭탄 등이 인터넷 환경 속에서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기자가 되고, 누구나 가해자가 되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독버섯처럼 사회에 기생하면서 불안을 조성하고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당선자는 이를 위한 사회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섯째, 대탕평의 선언이다. 후보자들은 모두 이 같은 얘기를 한다. 그러나 진정한 탕평은 지역이나 세대, 좌우 진영논리를 벗어나 어질고 현명한 이〔賢智者〕를 쓰는 데에 있다. 이른바 '택현(擇賢)'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한국사회에서는 택현을 추구하더라도 과거와 관련해 흠집이 있는 이에 대해서는 그 카드를 버려야 했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야당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견디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국회와 사회에 청문회 운영의  진정한 목적을 재고 하여 후보자들을 다그치기보다는 그의 능력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도록 유도하여 진정한 통합 정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오와 과실을 남에게 전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책임 소재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기 마련이고, 거짓을 감추기 위해 소악이었던 것이 대악으로 바뀌는 일이 있다.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또 정권의 실책이나 실수에 대해 분명한 자기 반성을 시도하고 시민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잘못된 일에 대해 '내 탓이요'를 선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노남불'에 대한 반성도 마찬가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