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가 중심인 연극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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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가 중심인 연극 세상을 꿈꿉니다!
  • 강서양천신문사 권해솜 기자
  • 승인 2022.07.27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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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민극단 ‘세상을 품은 마을’
홍성헌 감독
홍성헌 감독
원은실 회장
원은실 회장
전종만 회원
전종만 회원
세품마 공연
세품마 공연
프랑스 작가 폴로리안 젤러의 '아버지' 낭독극 모습
프랑스 작가 폴로리안 젤러의 '아버지' 낭독극 모습

 

연극 생각하면 대부분 사람은 대학로 마로니에 거리를 생각하게 된다. 대학로가 많이 달라졌다지만 대명사는 대명사다. 그런데 굳이 다른 동네로 가지 않고도 연극을 온전히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매주 월요일 양천중앙도서관에 모여 고전 희곡을 읽는다는 양천구민극단 ‘세상을 품은 마을(이하 세품마)’이다. 

세품마를 진두지휘하는 홍성헌 감독, 전 양천구청 건설관리과장 전종만 회원, 세품마 회장 원은실 씨를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연극 마을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세품마’가 만들어진 계기는?

홍성헌 감독 2013년 양천구의 청소년대안학교에서 연극과 음악 과목을 가르치면서 지역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학교를 운영하시던 분이 양천구 진명여고 맞은편에 있는 예배당의 목사님 아내셨습니다. 그때 목사님이 교회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운영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저는 속해있던 극단 자유마당이라는 곳을 정리하고 ‘스페이스 내안’이라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교회가 ‘내안교회’였거든요. 

교회 공간을 소공연장처럼 만들어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양천구민과 관계를 맺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부터 지역주민들과 연극 활동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양천구와 그 당시 신정1동 동장님의 도움을 받아서 모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가?

홍성헌 양천구민이 주축입니다. 누가 올까 했는데 광고를 붙이고 모집하니까 연락이 오더라고요. 처음에는 3~4명으로 시작했고, 7~8명도 모였다가 회원이 교체되기도 하고요. 2019년 8월, 양천문화재단사업으로 원데이클래스를 하면서 만난 분들이 지금 세품마의 주축입니다.

원은실 회장 저는 2019년 6월에 들어왔어요. 구내에 사는 분이 저에게 고전 희곡을 읽는 모임이 있다고 해줬습니다. 그냥 희곡을 읽고 연극을 한다는 게 아니라 고전 희곡을 읽는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처음 읽었던 희곡이 ‘한여름밤의꿈’이었고요. 두 달간 함께 준비하고 공연하니까 성취감도 있고 다양한 분을 만났습니다. 

 

코로나로 희곡 모임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전종만 회원 2019년부터 매주 월요일에 모였어요. 1년이 흐르고 2020년 시작부터 코로나가 왔잖아요. 잠시 쉬다가 그때 한창 줌 모임을 하기에 우리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온라인 모임을 하게 되니까 양천구 외에 있는 주민도 오기 시작했어요. 감독님 지인들도 모임에 참여하시고요. 코로나 때문에 모임이 축소될 줄 알았는데, 강남, 하남, 울산에서도 참여하셨어요. 코로나 시국에도 온라인으로 꾸준하게 모임을 했습니다. 명절이나 공휴일을 제외하고 꼭 만납니다. 서로 얘기해서 공연이 끝난 다음 날 쉬는 정도입니다. 지금은 대면 모임이 원칙이지만 2년 동안 줌 화상회의도 열어놓고 온·오프라인을 겸해서 모임을 잇고 있습니다.

 

연습 공간은 어떻게 마련했나?

원은실 지난해 양천중앙도서관이 생기고 동아리를 지원하는 사업을 만들었는데 저희가 2021년 5월에 선정됐습니다. 모임을 시작했을 때는 10단지 옆 ‘공존’이라는 지하 공간을 무료로 이용했는데,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부탁해서 찾은 곳이었어요. 잘 사용하다가 장마로 한 번 침수되고부터 환경이 점점 열악해졌습니다. 게다가 저희 회원 중에는 60세 이상 어르신도 많으세요. 저녁에 모이는데 가끔 무섭기도 하고요. 지금은 양천중앙도서관 선정 동아리로서 장소 걱정을 안 하고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원은실 시작은 고전 희곡 읽기였지만 지금은 좀 더 넓혀서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이순재 배우가 나오는 리어왕도 관람했고요. 함께 낭독극도 하고요. 프랑스 작가 플로리안 젤러의 ‘아버지’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꿈’은 낭독극으로 했고요, 안톤 체홉의 ‘결혼피로연’은 실제 연극 공연으로 올렸습니다. ‘한여름밤의꿈’은 정말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양천공원 공연 당시 한 200여 명 관객이 몰렸습니다. 돗자리를 가지고 나와서도 보시고, 앉을 수 있는 나무 상자도 있었는데 아이들도 많이 와서 봤습니다. 여름밤 야외에서 꼭 공연해야겠다 싶어서 8월30일에 공연했습니다. ‘한여름밤의꿈’ 공연이 의미 있었던 이유가 또 있어요. 전종만 선생님이 양천구청에 재직하고 계시던 때였어요. 구민과 관이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었어요. 무대도 정말 예뻤고요. ‘한여름밤의꿈’을 계기로 세품마가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임을 해야 하는 이유는? 

전종만 전 단순합니다. 그냥 재밌으니까요, 그게 목적이죠. 제가 캘리그라피를 배우거나 연극 모임 등에 참여하는 이유는 사람을 바꾸고 싶어서예요. 30년 직장 생활을 한 곳에서 하니까 관계가 그 안에만 있더군요. 제가 하나를 하면 정말 몰입해서 하는 스타일이라 골프는 치지 않았습니다. 골프만 할까봐요. 그 대신 다양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자 해요. 퇴직 전부터 준비해 왔고요.

원은실 저는 힐링하고 싶었어요. 일상의 엄마, 일. 이런 게 아닌 온전히 몰입하고 싶었어요. 희곡이라는 게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연극은 부담스럽지만요. 짧은 순간이지만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거잖아요. 그 매력에 이 모임을 하는 겁니다. 

 

공연 전문가가가 마을에서 연극을 하는 이유는? 

홍성헌 연극에 있어서 제가 이루고 싶은 그림이 있는데 그걸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다른 회원은 취미로서 희곡 읽기를 하시는 거고, 저는 전공자로서 작품을 만들고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역 내에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체코는 상업적이지 않아도 지역주민이 일상에서 즐기고 누구나 연극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연극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잘 갖추어져 보였습니다. 지역에서요. 자본 중심의 연극을 좀 깨보고 싶었습니다. 전문인이 아닌 회원분들은 공연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드시겠지만, 도전하고 싶은 분이 계시면 거창한 무대가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배우로서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공간적인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 

전종만 감독님은 저희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십니다. 열심히 한 덕분에 2년 전에는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가 주최한 제94회 점자기념일에 세품마가 녹음해서 출품한 ‘도서 내 아버지 박두성’이 입체낭독극 우수상을 수상했어요. 상금으로 받은 30만 원은 해누리복지관에 기부했습니다. 사실 저희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모이니 좀 멋진 독지가가 나타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여름밤의꿈’을 공연으로 선보일 수 있던것도 양천문화원이 조금이나마 기부를 해주셨어요. 지역문화예술 활동의 질이 높아지면 마을도 더 활기차게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홍성헌 급하게 공연할 생각은 없습니다. 기존 회원분, 또 새로운 분이 오실 테니까 낭독극이든, 단편극이든, 라디오극이든 회원들과 같이 상의해서 서로 원하는 활동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욕심이 있다면 연령대와 성별이 조금 다양해져서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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