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구의회 대립각, 예산 심사까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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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구의회 대립각, 예산 심사까지 파장
  • 강서양천신문사 권해솜 기자
  • 승인 2022.12.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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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공무원 전원 의회 일정 보이콧…준예산 우려


일부 주민 항의 집회, 양당 성명 발표로까지 갈등 심화

 

조례안 미 상정을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양천구와 양천구의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 심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양천구 공무원들이 전원 불출석하면서 심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7년 만에 준예산 사태가 반복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의회는 예결위 첫날인 15일 오전 10시에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전체 9명의 예결위원 중 국민의힘 소속 위원 4명이 불참한 데 이어, 10분 전인 9시50분에는 이기재 구청장이 주재하는 간부 회의가 구청에서 진행되면서 회의를 열지 못했다. 구청 모 과장은 “아직 의회에서 예결위원장을 선임하지 않았고, 청사에서 일정이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의회는 오후 2시30분경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이수옥 부의장(민주당)을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번 예결위는 국민의힘 4명, 민주당 4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수옥 예결위원장은 “2023년도 세입·세출 예산안과 2023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심사하고자 했으나 집행부 공무원의 불출석으로 인해 예산안 심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양천구 공무원이 집단으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양천구의 공무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집행부는 불법적인 집단 행위를 멈추고 의회에 출석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정회했다. 잠시 뒤 이 위원장은 “구청이 제설 작업으로 인해 오늘 회의 참석 못한 것을 확인했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10시에도 예결위 제2차 회의가 열렸으나, 국민의힘 의원 및 양천구 공무원들은 또다시 불출석했다. 앞서 8일 열린 제2차 본회의에도 집행부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이기재 구청장은 구의회의 조례안 미상정과 관련해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 상정된 조례안을 예산이 처리되기 전에 다시 상정해 심의해 줄 것”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모든 구의회 일정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양천구가 조례안 미 상정과 관련해 기자회견과 주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자, 이를 지지하는 일부 구민들도 의회를 찾아가 항의의 뜻을 전하고 있다. 16일 오전에는 주민 100여 명이 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구의회 내부에서도 양당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각 당은 성명서를 내고 현수막과 피켓 등으로 시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안건 심의 당일 오전에 일방적으로 해당 조례안 상정을 거부했다”면서 “민주당의 행태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구정을 발목 잡으려는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역시 “구의회의 법적 사무인 예산 심의 절차를 거부하며 정당한 심의·의결권을 침해하고 있는 이기재 양천구청장과 관계 공무원들의 집단 행동을 규탄한다”면서 “양천구청 개청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1조1300억 원의 예산에 대한 심의 절차 거부로 파생될 수 있는 각종 민생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이 구청장이 선동과 선전 정치를 일삼고 있다”며 개탄했다. 

조례안 미 상정으로 시작된 구청과 구의회의 갈등은 집행부의 의회 일정 보이콧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제동을 걸고 있다. 구청과 의회가 갈등의 매듭을 풀지 못하고 이대로 해를 넘기면 2016년 이후 7년 만의 준예산 수순은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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