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장년의 사랑방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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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장년의 사랑방을 꿈꿉니다
  • 강서양천신문사 권해솜 기자
  • 승인 2023.01.18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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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50플러스센터 원종화 센터장
양천50플러스센터 원종화 센터장
양천50플러스센터 원종화 센터장

 

양천구청 ‘양천맨’으로 27년 8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은퇴했다. 이후 삶에 대해 고민을 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따놓았다. 전혀 다른 삶을 준비했는데 결국 현업으로 복귀해 제2의 인생을 사는 이가 있다. 양천50플러스센터의 센터장으로 지난해 9월 취임한 원종화 센터장이다. 공부는 못했는데 시험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사람 좋은 향기 풍기며 웃는 원 센터장과 강서양천신문이 만나 이야기 나눴다. 

양천50플러스센터는 신월6동행정복합타운 건물 4층에 있다. 양천구 뿐만 아니라 서울시 중장년층이 미래를 설계하고 보다 기운찬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으로 지난해 12월까지 회원 가입자 수가 15만 명에 달했다. 원종화 센터장도 이곳 이용자들과 같은 연배다. 센터 구석구석 다니는 모습이 마치 시골 동네 교장 선생님 같다. 이용자 민원에 시원하게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고, 최대한 센터를 잘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구청에서 재작년 12월 말에 퇴직했습니다. 젊은 시절 구청에서 일했던 것이 좋고 그립지만, 퇴직하고 제 소임을 다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게 돼 더 좋습니다.”

양천50플러스센터는 양천구 인생이모작 조례에 따라 지난 2021년 8월 정식 개관했다. 그해 9월부터 정규 강좌를 시작한 서울시 중장년층의 평생학습기관이자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경력 단절 여성 혹은 퇴직 후 일자리를 찾거나 창업을 원하는 이들이 찾는다. 원 센터장도 센터장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충분히 이용하고도 남았다. 이용객과 공감대는 물론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는 점이 원 센터장의 장점이다. 

“퇴직 전 공로 연수 6개월 동안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요양보호사를 하려면 1종 차량을 몰 수 있어야 해서 운전면허도 새로 땄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취업을 생각했는데 마침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센터장을 채용하더라고요. 모집 공고가 난 걸 보고, 제가 적합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범대 출신이고, 구청 문화체육과의 생활체육팀장으로 한 10여 년 있었어요. 참 다행인 것은 제가 공부 머리는 없는데 시험 운이 좋아서 센터장이 된 것 같아요(웃음).”

웃으며 얘기했지만 듣고 보니 센터장이 되기 위한 준비는 철저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지난 역사를 찾아보고, 평생교육 분야의 이해도를 높여가며 센터장에 대한 자신감도 키워나갔다. 

“퇴직 후 시골 내려가 살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제가 젊은 시절부터 해왔던 일의 연장선 같습니다. 구청 생활체육과에 있을 때 체육 행사를 많이 하니까 주민들과 만나고 자주 어울렸거든요.”

원 센터장이 4개월간 양천50플러스센터에 있으면서 느낀 바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기관에 비해 수준이 높고, 지역 조례 발의를 통해 50대가 아닌 만 40세부터도 이용할 수 있게 되다 보니 분위기가 한층 젊다고 했다. 

“무엇보다 신선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굴하려고 저를 비롯해 직원들 고민이 대단합니다. 바로 옆에 건강힐링문화관과 신월사회복지관이 있어요. 교육 프로그램은 그곳에 없는 것을 찾으려고 하죠. 50플러스는 강좌로만 끝나는 게 아니고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 있습니다. 댄스 지도자양성 프로그램 등은 가능하겠죠. 수강자뿐만 아니라 지도자 양성과정 분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변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평생학습센터가 점점 늘어나니까 강사가 부족하다더군요. 올해 댄스와 체조 분야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개설에 대해서 검토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양천 R.P.S(retired professional society)라고 50플러스 세대 전문가 커뮤니티도 정기적으로 모집하고 있어요. 은퇴했거나 은퇴 예정인 중장년층 전문영역 종사자를 활용해서 사회공헌형 일자리 창출을 도전해 보려고요.”

이외에도 ‘두드림교실’ 사업을 통해 중장년세대의 재능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강의 콘텐츠 발굴하고 강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반려견 셀프미용, 타로카드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양천50플러스센터의 문을 두드린다.

“모든 중장년에게 열려 있다 보니 파주에서도 오고 노원에서도 오세요. 일단 면접관 앞에서 강의해 봅니다. 가능성이 있으면 이곳에서 강의할 수 있게 해드리죠. 두드림교실을 통해서 기자 경력 30년인 분이 골프에 대해 이론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고 오셨습니다. 그분도 올해 강좌 개설을 고려하고 있어요. 언제든지 양천50플러스 자체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찾을 것이고 주민들 또한 많이 모였으면 합니다.” 

원 센터장의 바람이 있다면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곳은 와 있으면 기회가 생깁니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고요, 포근하게 누구든지 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창업을 도모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도 있어서 열 분 정도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갑자기 은퇴하고 나서 내 사무실 갑자기 찾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럴 때 아주 유용합니다. 계약기간은 1년입니다.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수장의 자리에서만 바라보기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스스로 만들려고 한다는 원 센터장. 50플러스센터에서의 시간이 쌓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좋아요, 좋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좋죠. 예전에 좋은 교육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도 강의할 수 있는 마땅한 자리가 없던 분도 강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습니다. 강의로 봉사하고 싶어 하던 분이셨거든요. 제가 돈으로는 못 도와도 이렇게라도 도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전에는 원 센터장이 말을 적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끝도 없이 이야기가 이어졌다. 양천구는 만 45세에서 65세 미만이 전체 인구 41.8%(2022.2 기준) 차지해 중장년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원 센터장의 샘솟는 아이디어라면 양천50플러스센터가 중장년층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말 양천50플러스센터의 성과공유회 ‘2022 다누리데이’ 행사 당시 센터 직원과 함께 기념 촬영. 사진 원종화 센터장 제공.
지난해 말 양천50플러스센터의 성과공유회 ‘2022 다누리데이’ 행사 당시 센터 직원과 함께 기념 촬영. 사진 원종화 센터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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