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을 찾는 사람, 명당을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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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을 찾는 사람, 명당을 만드는 사람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3.02.02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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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명당을 찾는 사람, 명당을 만드는 사람은 분명 마음이 다르다. 명당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발복 하여야만 씨알 굵은 인물이 나오는 것일까? 복을 짓는 인물이 명당을 만드는 것일까? 명당에 터 잡았다고, 그것 믿고 까불면 명당의 기운은 소리소문없이 떠난다. 우리가 찾는 명당은 멀리에 있지 않다. 집 가까이에 있다. 그것도 내 몸 안에 있음이다.

명당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좋은 묏자리나 집터를 말한다. 명당이라는 자리에 묘를 쓰면 후손이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다고 하며, 지리적, 환경적으로도 길지(吉地)를 일컫는 말이다. 명당은 발복(發福)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람이기에 복 받음을 모두 좋아한다. 복을 더 차지하고 싶어서 밤낮없이 찾아 헤맨다. 궁금한 대목은 한 번 발복 했던 자리를 다른 사람이 사용해도 계속 발복 하는가이다. 그리고 그 복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것인가이다. 요즘에는 명당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앞산을 허물고 뒷산을 높이고 앞마당에 개울을 만들면 이론적으론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이 따로 없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고 명당의 지형을 그대로 모방하여 옮겨 놓으면 후세의 지관인들 어찌 알겠는가? 이런 터에서도 발복을 하는가? 누군가의 복을 훔쳐 오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살아서는 좋은 환경을 갖춘 집터에서 살기를 원하고, 죽어서는 땅의 기운을 얻어 영원히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땅에 대한 기대나 바람을 논리화시킨 것을 풍수지리설이라 할 것이다. 산 사람을 양(陽), 죽은 사람을 음(陰)이라 하며, 거기에 따른 주거지를 각각 양택(陽宅)·음택(陰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풍수에서 요체가 되는 장소인 혈(穴)은 양기(陽基 : 집)의 경우 거주자가 실제로 삶의 대부분을 얹혀사는 곳이고, 음택(陰宅 : 묘소)의 경우 시신(屍身)이 직접 땅에 접하여 그 생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명당은 이 혈 앞의 넓고 평탄한 땅을 일컫는다.

대륙의 지각판이 움직이면서 지진도 일어나고 화산도 폭발한다. 지각판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양택.음택에 흐르는 기운도 항상 바뀌고 있다. 그러므로 좌청룡 우백호라 부르는 명당의 기운도 항상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붙박이로 정해진 명당도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이 묻혀서 후손을 위해 발복 하겠다면 그 고귀한 희생정신이야말로 높이 사야 한다. 하지만 조상님의 은덕이 묻혀있는 발복 하는 자리를 찾아다님은 결국 자신이 그 음복을 다 차지하겠다는 심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찌 땅에만 운수대통의 기운이 있을까? 수많은 별님이 떠다니는 하늘에는 없는 것일까? 가상의 공간 메타버스에도 명당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은 어디일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인터넷상의 드넓은 홈페이지에도 정말 명당이 있을까? 죽은 명당이 아닌 살아있는 명당은 어디에 있을까? 모두가 궁금해하고 모두가 찾고 싶은 그 명당은 어디에 숨어 있는가?

살아서 팔딱거리는 내 심장이야말로 그 좋다는 어느 명당보다 더 좋은 자리임을 우리는 밤새 잊고 산다. 아니 한평생 잊고 사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슴 한쪽에 세를 얻어 사는 자신의 주먹만한 심장, 그곳이 참 명당이다. 건강한 심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 뛰어야 무병장수할 것 아닌가. 머리 한구석에 좌를 틀고 있는 예쁜 생각, 살아있는 명당을 만드는 필수조건이다. 정수리에서 나와 밑으로 흘러내리는 기운이 생각의 길을 따라 가슴을 연다. 심장으로 들어와 또다시 힘차게 내뿜으며 온몸을 돌아다닌다. 배꼽으로 다리로 손끝으로 쉼 없이 그 선한 기를 보내준다. 막힘 없는 그 순환이 축복이고 은덕이다. 살아있는 동안 내가 품고 있는 선한 생각 선한 행동만큼 따라오는 복이니 내 마음이 명당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발품 팔아 명당 찾고, 마음 팔아 행복 찾는 사람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스스로 오작교를 놓지 않으면 그 무엇으로 발복의 기운을 이어오겠는가. 손을 내밀고 발을 내딛고 마음을 열어야 잡고 밟고 품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예쁜 생각, 예쁜 행동이 우선이다. 꽃이 활짝 피기까지는 주인의 손길은 바빠야 한다. 함께 그 꽃을 바라볼 때 모두가 웃을 수 있다. 발복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고, 이음에서 시작한다. 그 복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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