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있고, 책임감 있는 전문가들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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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있고, 책임감 있는 전문가들을 기다리며...
  • 광진투데이
  • 승인 2017.07.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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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종 교수 /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장원종 교수 /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지난 6월 19일 우리나라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가동을 멈추었다. 고리 1호기가 1978년 4월29일 준공된 이후 40년만에 마지막을 고한 것이다.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 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다”라고 말했다. 탈핵은 문재인 대통령후보의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 전면 백지화, 노후 핵발전소 월성 1호기  폐쇄. 원자력안전위원회 강화, 탈핵로드맵 수립 ,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등을 약속했었다.

한 때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대표 주자였었다. 고리를 포함한 원자력 발전소의 홍보관에서는 인류의 에너지 활용 발전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 원자력발전을 시작하면서 원자력이 빛이고, 원자력발전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건설한다는 '에너토피아'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취지로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25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여 운영중이고, 11기를 더 짓거나 지을 예정이 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현재 건설 중인 울주군 신고리 5호기와 6호기에 관련해 “안전성과 공정률, 투입비용, 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라며 건설 중단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류가 원자력, 핵을 사용한지는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관련된 이슈는 다른 그 어떤 이슈보다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었다. 핵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 원자력발전에 관련하여 대표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다. 원자력발전은 화석연료의 대체제로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 생산방식이어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또한 다른 발전단가에 비해 저렴하게 발전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은 훨씬 더 거센 편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는 큰 재앙이 될 수 있으며, 경제적인 가치는 사후 처리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개인의 의견차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정책에도 차이가 있다. 즉,  프랑스나 일본과 독일의 경우 원자력발전을 폐지하겠다고선언한 반면, 이외의 국가는 원자력발전을 고수하고 있다.

안전의 측면에서 보면, 인류는 원자력, 핵의 위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시작으로 몇몇 국가에서 수많은 핵폭발실험을 통해 그 가공할 만한 위력을 확인하였다. 또한, 체르노빌원전사고와 스리마일원전사고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평화적인 목적에서 사용하던 원자력발전소 역시 커다란 재앙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위험을 아는 만큼 다른 그 어떤 분야보다도 더 일찍 안전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왔다. 필자는 미생물을 전공하였는데, 학위과정중 연구목적을 위해 방사성동위원소를 다룬 적이 있다. 1990년대 초에 동료들과 함께 화학물질안전취급과 방사성동위원소취급에 관련된 교육을 받고, 혹시 모르는 방사선노출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감광표식을 달고 실험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병원체를 다루면서도 안전이라는 것을 정식으로 교육받아 본 바가 없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생물관련 분야에 안전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국가에서 법으로 정해진 것은 2001년 미국에서 있었던 탄저균테러와 2003년 사스(SARS)의 전 세계적 유행 이후이다.

필자는 학위과정중의 부족함 때문이었는지, 지금은 생물안전의 전도사가 되어있다.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위해성평가(risk assesment)를 들 수 있다. 생물분야에서의 위해성 평가의 정의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노출발생의 가능성 평가”라고 한다. 위해성평가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그 발생가능성을 조합하여 위해( risk)정도를 정하고, 그 정도에 따라 대응 및 관리의 수준을 달리 한다. 원자력발전분야 역시 위해성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위험한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그 한 예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 운영과 안전심의 기구를 분리하여 안전을 강화한 바 있다. 원자력발전 안전심의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회와 대통령이 각각 4명씩 위원을 선출하고, 위원장의 임명은 대통령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 60개 대학교 에너지 관련 학과 교수 417명이 현 정부의 탈(脫)원자력발전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그 분들은 매우 소신 있고, 책임감 있는 분들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필자가 존경하는 선배교수님 한 분은 물리학을 전공하시는 분인데, 이 분이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우려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신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원자력발전, 핵 관련 전문가분들 중에서 이 분과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다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분들도 소신있게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성명을 내 주시길 고대한다.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유지 및 폐쇄 등은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변수들에 영향을 받고, 또한 그 변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실제로 국가의 근간을 바꾸는 파급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각자의 전문성과 소신을 피력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단순히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전의 국가정책을 뒤집는 형색이 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위에 기술한 내용을 다시 한번 적어본다. “안전성과 공정률, 투입비용, 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이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과 탈원자력발전 정책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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