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의회가 제9대 후반기 의장 선출을 하지 못하고 한 달이 넘도록 ‘개점 휴업’ 상태에 놓였다. 앞서 전반기에도 의장·부의장 선출에만 69일을 소비했던 양천구의회가 이번에도 ‘늑장 원 구성’으로 비판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저녁, 의장 선거를 진행하려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천을 의원들, 그리고 이를 저지하려던 더불어민주당 양천갑 의원들 사이에서 기표대가 파손될 정도의 소위 ‘집단 난투극’ 사태가 발생한 이후, 양천구의회는 지난 6일 제5차 본회의에 이르기까지 정회와 속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사실상 의장 선출을 위한 적극적인 협의조차 중단한 채, 형식적으로 본회의만 열고 닫기를 반복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통상 원 구성 갈등은 여야간 합의가 원만치 않아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양천구의회의 경우는 의장을 맡기로 한 민주당 내 ‘집안 싸움’이 원인으로, 양천구 갑과 을 지역에서 의장 후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공전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양천갑에서는 3선의 임정옥 의원이, 양천을에서는 재선의 윤인숙 의원이 의장 후보로 나섰다. 갑·을 간의 입장도 첨예한데, 갑에서는 선수(選數)와 경험을 고려해 다선 의원이 우선이고, 무엇보다 당규에 따라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후보를 당론으로 정해 본회의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을에서는 갑·을 지역이 교차로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원 수로 보면 갑이 4명, 을이 비례대표를 포함해 5명이어서 당내 투표로 의장을 결정한다면 을에 유리한 상황이다. 각자 자신들의 명분이 더 중요하다고 내세우고 있는 꼴이다.
이번 의장 선출 건으로 민주당 갑과 을 의원들 사이에서는 감정의 골도 깊어진 상태다. 지난 6일 본회의에도 6명의 국민의힘 의원과 5명의 민주당 을 지역 의원이 참석했을 뿐, 민주당 갑 지역 의원들은 의원 사무실에서 본회의장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민주당이 의장 후보를 결정 짓지 못하면서 의회의 또 다른 축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사무국 직원들,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본회의장에서 ‘대기’ 신세로 전락했다.
매번 되풀이되는 ‘원 구성 지각’에 일부 다선 의원들은 “우리가 원 구성 꼴등을 해야지, 이게 전통이라는데”, “7~8월은 휴가철이기도 하고, 9월 임시회 전까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다. 타구와 같이 7월1일에 의장을 뽑았어도 당장은 (임시회가 없어) 할 게 없다”는 등의 안일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2년 전, 제9대 양천구의회는 지역구 의원 16명 가운데 무려 14명이 입후보와 동시에 당선되면서 전국 250여 개 시·군·구의회 중 가장 많은 ‘무투표 당선’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주민 투표로 인한 선출직이 아닌, 공천받아 ‘임명직’이 됐다는 낯부끄러운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9대 의회는 전반기 원 구성부터 ‘전국 꼴찌’라는 타이틀을 쥐어든 채 시작했다. 후반기 역시 소모적인 정쟁과 감투 싸움에 시간만 보내고 있다. 후반기 원 구성을 한 발짝도 떼지 못하도록 옭아매고 있는 ‘의장의 자격과 명분’,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이 중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