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강서문학상 대상, 권옥희 시인
상태바
2017 강서문학상 대상, 권옥희 시인
  • 강서양천신문 강혜미 기자
  • 승인 2017.12.11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상작 <다행이다>로 삶의 진지한 성찰 드러내
(왼쪽부터)김병희 강서문화원장과 대상 수상자인 권옥희 시인

2017년도 강서문학상 대상 수상의 영예는 권옥희 시인에게 돌아갔다.

지난 7일 서울 강서문화원이 주최하고 강서문인협회 주관, 강서구·강서구의회가 후원한 ‘강서문학 제29호 출판기념회 및 강서문학상 시상식’에서 대상은 <다행이다>와 <자귀나무 꽃>을 쓴 권옥희 시인, 본상은 <어머니 떠나시던 날이 오면>에 김미옥 시인과 <광장 시장> 조남선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2004년에 한 차례 강서문학상을 수상했던 권옥희 시인은 13년 만에 대상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그는 작품을 통해 현실과 마주서는 삶의 진지한 성찰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데서 호평을 받아,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됐다.

박수진 심사위원장은 “특히 그의 시 <다행이다>에서 허공의 한 점으로 3만 킬로를 날개 휘저으며 나는 딱새의 모습은 철저하게 고독한 시인의 영혼이자 처절한 삶의 성찰처럼 느껴졌다”면서 “‘죽지 않으려면 날아야 하는 새 / 살 길이 그 길 뿐인 작은 새 / 편안하고 풍요로운 아침의 시작은 /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 지구가 지금 크기인 게 /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부분은 고단하고 치열한 삶에서의 위안과 진실을 안겨주는 한 대목으로, 절창”이라고 극찬했다.

권옥희 시인은 “과거 강서문학상을 받을 때는 세상을 버리고 싶을 만큼 살면서 가장 힘든 때였는데, 그 상으로 힘을 얻고 ‘괜찮아, 괜찮아’ 하며 시를 통해 역경을 헤쳐 나왔다”면서 “열심히 산 삶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시인으로서 꿈같은 영광을 안았으니 잘 살아냈다고 보상으로 주는 것 같아 다시 힘을 얻는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권옥희 시인은 시집 <마흔에 멎은 강>에 이어 20여 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발간을 준비 중이다.

김봉석 강서문인협회장은 수상자들을 축하하며, “올해 강서문인협회는 문학의 밤 시낭송회, 문학기행 등의 자체 행사와 강서구청 및 문화원 주관의 행사에 참여, 대외 문학잡지 기고 및 문학상 수상 등 알차고 보람된 한 해를 보냈다”면서 “내년에는 강서문인협회가 창립 25주년을 맞이하고 강서문학 연간집 30호를 발간하게 된다. 내년에도 강서구민의 문학 향유와 회원 여러분의 문학적 발전을 도모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희 강서문화원장은 “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근본적인 분야다. 여러분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초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서 “문학이란 말과 글로써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가는 과정이고, 여러분에 의해 조금은 힘들고 어려워도 세상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며 문인들을 격려했다. 강혜미 기자

 

 

다행이다_ 권옥희

 

설탕 두 스푼은 결코 달달하지 않다

그 무게는 25그램

자유로운 영혼의 무게도 25그램

내 손바닥의 감각으로 가늠할 수 없는

내 눈에 낯설은 북방사막딱새

 

날아야 산다고, 허공의 한 점으로

3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휘저었던

수억만 번의 날개 짓을 따라가는 바람은

버겁지 않았을까

구름을 밀어낸 빗방울은 얼마나 날개를 짓눌렀을까

큰 새들은 스스로 갈 길을 터 주었을까

지구가 지금보다 컸다면

또 얼마나 더 날아야 했을까

 

“엄마, 나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야죠”

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단단한 독수리 깃털 한 개가 부럽지 않다

본능으로 날아야 하는 시베리아에서

케냐의 푸른 대지까지

비행시간 지구 한 바퀴다

게으를 틈 없이 열심히 사는 새는

주저앉지 않는다, 꿈도 잃지 않는다

 

북방사막딱새가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나는 몇 번 웃고 몇 번 울었을까

죽지 않으려면 날아야 하는 새

살 길이 그 길 뿐인 작은 새

편안하고 풍요로운 아침의 시작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지구가 지금 크기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