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택과 대한민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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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택과 대한민국의 선택
  •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 승인 2016.11.2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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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사유화를 막는 민주적인 시스템

사실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하기가 머쓱하다.

지난 11월 8일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이 끝났다. 12월 19일에야 대통령 선거가 이뤄지는데도 벌써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방식이야 인정한다고 해도, 제1 초강대국 미국이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부동산재벌을 대통령으로 선택하면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를 비난하고 조롱했던 이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세상은 더디긴 해도 더 개방적이고, 더 관용적이며 더 희망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사실은 환상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이어 자유주의적 국제사회 질서에 또 다른 중대한 타격이다. 앞으로도 대중영합주의와 극우 사상이 전 세계를 휩쓸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 자기들만의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고 하니, 재벌의 욕심으로 세계의 부를 착취하겠다고 하니 무서운 일이다. 미국민은 트럼프가 그러길 바라고 있으니 실로 끔찍한 전망들이 나올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제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심리를 버리고 변화하는 안보 환경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북핵 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 방위비 분담 증가 압력은 예측이 가능하다. 한·미 관계와 남북관계를 재조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중국, 대일본 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미국은 어느 순간에도 합리적이고도 민주적인 선택을 할 것으로 믿었을까? 우리는 잘 살아보자고 재벌대통령을 뽑아봤고, 제대로 살아보자고 독재자의 딸을 선택했으면서도 미국은 트럼프를 뽑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 아직도 미국이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낮 부끄러운 상황이다. 청와대 앞 광화문 광장에는 주말마다 촛불이 밝혀진다. 11월 12일에는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 냈던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년만에 100만명이 다시 모였다. 검찰은 대통령을 강제 모금과 국정자료 유출의 '공범정범‘으로 결론내고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정식 입건했다. 헌법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는 없지만 수사는 해보겠다는 것이다.

거국내각, 책임총리, 퇴진, 하야, 탄핵 등 구호는 점점 강렬해지지만 아직 정국을 주도할 구심은 없고, 보수의 반격은 시작되었다.

정의가 승리해야 하지만 현실은 종종 그렇지 않다. 승리한 자의 주장이 정의로 둔갑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승자독식의 사회구조는 그 왜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대통령 한 사람 뽑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권력을 사유화하는 후진정치를 벗어나려면 민주주의 전통을 지금부터 세워나가야 한다.

지난 11월 17일에는 수능이 치러졌다. 60만 청춘들의 운명이 또 실타래처럼 풀려나갈 것이다. 몹시 흥분되고, 또 허망하겠지만 한번의 시험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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