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점심시간 다 됐는데...” 동료 의원 질문 중 불만 토로 이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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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점심시간 다 됐는데...” 동료 의원 질문 중 불만 토로 이해 안 돼
  • 동북일보 최헌규 기자
  • 승인 2016.11.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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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규 취재부장
최헌규 기자

도봉구의회가 행정사무감사 일정에 들어갔다. 첫날인 11월 24일 행정기획위원회 감사담당관 감사에서는 집행부와 의원들 간 도봉실버센터 감사 결과를 두고 첨예한 논쟁들이 오고 갔다. 

25일 오전 복지건설위원회 2일째 복지환경국 여성가족과 감사 현장에서는 도봉여성센터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답변들이 오고 갔다. 이날 감사 시작 후 정오를 10여 분 남기고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 의원이 센터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모 의원의 고성이 튀어나온 것이다.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는 발언이 아니라 동료 의원의 감사를 방해할 수도 있는 말 그대로 고성이었다. 

그 의원은 왜 한 의원만 발언을 계속하느냐, 시간을 왜 30-40분 씩 주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순간 감사장 안 분위기가 경직됐다. 질문하던 의원도, 위원장도 순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이 의원이 질문을 시작한지 채 15분도 되지 않았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불만을 토로한 의원은 점심시간이 가까웠는데 왜 질문을 안 끊고 계속 회의를 진행하느냐는 불만이었다. 

11시 쯤 감사장을 찾은 기자에게는 이전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를 모르니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의원과 과장의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감사를 하던 의원은 서둘러 질문을 종결했고, 위원장도 정회를 선포했다. 하지만, 발언 당사자의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위원장 회의 진행 방식에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위원장은 서둘러 회의 진행에 대한 논의는 의원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나누자며 성급히 회의를 마쳤다.

질문 시간을 뺏긴 의원은 “내가 질문할 시간인데 왜 함부로 질문을 방해하느냐”며 해당 의원에게 따져야 할 상황이 맞을 텐데도 정회 후 “내가 그렇게 질문을 오래 했느냐”며 직원들에게 묻기 바빴다.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한 기자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을까 궁금했다. 어떤 배경이 있기에 이런 사단이 났는지 궁금해 해당 의원에게 오후에 전화 인터뷰를 청했다. 

혹시 의원들 간 감정이 상할 일이 있었는지 최대한 조심히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게 무슨 기사거리가 되느냐”는 물음이었다. 

그 의원의 질문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했거나, 모르는 속사정 등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회의 진행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었다. 

발언 기회 없이 다른 의원들 발언으로만 훌쩍 12시가 가까워 오니, 게다가 질문들도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라 생각하니 짜증이 밀려왔을 수도 있다. 경력이 있다 보니 회의규칙보다 간담회 방식이 익숙해 발언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료 의원들과 많은 직원들 앞에서 질문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렇게 언성을 높였어야 했을까는 여전히 의문이다. 

선배 입장으로 후배 의원의 질문 내용이 답답할 수도 있다. 질문답지 않은 질문이 있을 수 있고, 성의 없는 집행부의 답변이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국가의 정책을 다루는 국감에서도 그런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료 의원의 질문 중에 대뜸 “질문을 뭐 이렇게 오래 하느냐”, “난 2시간 씩 질문할 거니깐 그렇게들 알라”란 식으로 동료 의원의 권리를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질문을 시작하기 전 정회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면 어떤 의원이 반대를 했을까? 
동료 의원 질문이 한심한 질문이라 답답해서 언성을 높였다면 후에 선배로서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거나 부족한 부분을 가르쳐야 맞는 선배로서 행동이 아닐까?

위치가 권위를 만드는 게 아니다. 위치에 맞게 행동할 때 권위가 생기고, 존중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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