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가득 채운 1년, 등촌동 ‘일년만미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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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가득 채운 1년, 등촌동 ‘일년만미슬관’
  • 강서양천신문 남주영 기자
  • 승인 2016.12.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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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예정 공간에서 1년간 누린 예술…등촌동에 문화의 씨앗 남겨
일년만미슬관의 입구

강서구 등촌동의 조용한 주택가 골목 한편에 ‘일년만미슬관’이라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평범한 골목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본격적인 순수예술 전시 공간으로, 지난 27일까지 박종혁 작가의 〈운운잔치2〉 전(展)이 개최됐고, 현재도 29일까지 열리는 구지은 작가의 〈무제〉 전(展)과 30일까지 열리는 8877프로젝트의 〈배우. 전〉 전(展)이 한창이다.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 일년만미슬관이 자리 잡은 이유는 한 건물주의 배려와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이 만난 덕분이다. 2015년 겨울, 1년 뒤 철거할 예정인 건물의 빈 공간을 무료로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젊은 예술가 7인은 스스로를 ‘예술의 잔당들’로 칭하며 철거 전까지 이곳에 전시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정해진 시간이 1년이었기 때문에 ‘일년만’, 미술관으로서 법적인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함께 모여 아름답고 고운 일을 뜻하는 ‘미슬’을 할 계획이기 때문에 ‘미슬관’이다.

예술의 잔당들 중 한 명이자 〈운운잔치2〉 전의 주인공인 박종혁 작가는 “문화적 명소에 있는, 미술계 관계자들만 찾아오는 공간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편한 차림으로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모두 함께 운영해 왔다”고 일년만미슬관을 소개했다.

 

‘예술의 잔당들’ 중 〈운운잔치2〉 전을 개최한 박종혁 작가

처음에는 등촌동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버거운 냉랭한 곳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여름, 등촌동을 소재로 한 〈등촌동 염탐전〉이라는 그룹전을 열며 분위기가 바뀌어갔다. 일곱 명의 작가들이 등촌동과 등촌동 사람들을 그리고, 찍고, 만들며 각자 느낀 등촌동을 표현한 전시였다.

“거기 가 봤어? 00 엄마를 그린 그림이 있던데!” 입소문이 퍼지며 동네 아주머니들과 학교를 파하고 온 아이들 등 주민들이 삼삼오오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년만미슬관은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이 들렀다 가고, 아이들이 와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다 가는 공간이 되어 갔다.

지난 1년 동안 예술의 잔당들은 이곳에서 10번의 그룹전을 열며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2017년 1월26일까지 열리는 일년만미슬관 아카이브전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건물이 2월부터 철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주민 분들과 인사를 하며 지내게 되었는데 떠나려니 아쉽다”고 박 작가는 말했다. 하지만 예술의 잔당들에게 지난 1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이곳에 다녀가신 등촌동 주민 분들에게도 그런 시간이 되었길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의 생활반경 속에서 예술을 만난다는 경험을 아이들이 많이 했길 바란다. 그런 경험들이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박 작가는 덧붙였다.

이제 일년만미슬관에게는 2개월여의 시간이 남아 있으며, 그동안 주목할 만한 전시로 지난 일 년간 일년만미슬관에서 전시를 펼치며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기획전이 예정돼 있다. 또 처음에는 건물 2층 공간만 쓸 수 있었지만, 철거 시기가 가까워지고 비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일년만미슬관의 공간은 늘어나고 있다. 현재는 건물 1층과 지하1층의 공간들까지 모두 전시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그만큼 남은 기간 동안 예술과 잔당들 작가들의 개인전을 비롯해 더욱 다양한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모든 전시는 무료로, 누구나 언제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늦기 전에 한번쯤 들러보자.(http: //just365.modoo.at)

 

일년만미슬관 2층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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