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바람 막는 뜨거운 연탄과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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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겨울바람 막는 뜨거운 연탄과 김장
  • 서울로컬뉴스
  • 승인 2016.12.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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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참여의 조건, 복지기관의 투명성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서 중계동 백사마을, 상계동 희망촌 등 산동네에는 선한 의지들이 모인다. 어떤 이는 후원금을 내서 연탄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어떤 이는 땀 흘려 산동네까지 그 연탄을 날라다 준다.

허름한 벽과 기운 문짝이 남루하지만 그 덕에 싼 셋방이라 한몸 돌보기도 힘겨운 분들이 웅크리고 사는 동네이다. 얼지 않고 겨울 하루를 나는 데 연탄이 9장이 필요하단다. 그러니 매주 주말마다 어른 아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참하게 생긴 이들이 얼굴에 검댕이를 묻힌다. 알지 못하는 이웃의 난처함을 같이 느끼고 이해하는 의식인 것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벌써 20여년 넘도록 겨울마다 4~5개월을 연탄을 지고 산동네를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 많은 노력으로 도시가스를 설치하고 난방을 할 수는 없었을까? 오늘 하루 봉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개선하려는 의지, 계획, 구조는 왜 이뤄지지 않을까 궁금했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우리는 또 김장을 한다. 동네 사람 여럿이 모여 같이 일하던 옛 풍습이 그래도 많이 남아있다. 그 따뜻한 마음이 또 겨울 양식을 걱정해야 하는 이웃들에게로 전해져 우리의 연말 풍습이 되었다. 배추값이 헐할 때는 좀 더 넉넉하기도 하지만 물가가 올랐다고 중단하지는 않는다. 시중에 절인배추가 나와 물일을 덜긴 했지만 김장을 위해서 많은 기관과 단체, 모임이 기금을 모으고, 또 일손을 동원하고 있다.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졌다. 그들에게 김장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일정한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여 자기 먹을 만큼은 가져올 수 있는 김장나눔이 된다면 여러모로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춥고, 배고픈데 외로운 것은 정말 고통이다. ‘먹는 것을 나눈다’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다. 그 일을 좀 더 전문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복지기관과 단체가 있다. 그 역할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또 선한 사람들이 의지를 모아 후원을 하기도 한다.

종종 복지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오히려 지치고 힘든 사람을 이용하여 제 배를 불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최근 노원구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구민의 선한 의지를 모은다는 노원교육복지재단, 절망 속에서도 탈수급을 위해 일하는 지역자활지원센터의 미심쩍은 부분이 지적되었다.

복지기관의 투명성은 방편이 아니라 그 자체가 업무가 되어야 한다. 후원자의 선한 의지가 세상에서 어떤 촛불이 되고 있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나설 수는 없다. 그래서 후원을 하고, 선거를 하고, 제도를 만든다.

대의 민주주의는 신뢰가 바탕이다. 견제와 감시조차도 제도화하지 않았는가.

지금 그 큰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비바람 속에서도 촛불을 켜고 밤새 기도하고 있다. 믿음을 버리지 않고, 스스로 구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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