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의 노포] 성수1가1동 골목 상권의 영웅, 현대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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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의 노포] 성수1가1동 골목 상권의 영웅, 현대마트
  • 성동신문
  • 승인 2020.08.1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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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공룡 영역에서 살아남은 성수1가1동 골목 상권의 영웅, 현대마트
현대마트 전경
현대마트 전경

성수지앵(파리 거주자는 파리지앵, 성수동 거주자는 성수지앵)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여러 가지 중에 이런 게 있을 것이다. 구길을 아느냐 모르느냐. 성수지앵들은 안다. 구(舊)길이 어디인지. 그렇다면 신길도 있을까. 여기에 답할 수 있으면 성수지앵이 확실하다. 

구길 풍경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재개발을 추진 중이어서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구길에 몇 개의 마트가 있다. 그 중에 성수1가 1동에 있는 현대마트를 찾아가 보았다. 같은 상권에 이마트 본사 매장이 버티고 있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했다. 

현대마트 내부
현대마트 내부

◆경험 많은 직원들과 이뤄낸 성과

사장님은 이런 큰 언론(?)에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 신휘선 사무장님이 응대해 주셨다. 
“좋은 물건을 가져다 싸게 판매해요. 그리고 직원들의 친절은 기본이겠지요. 신속한 배달 서비스가 현대마트의 장점이죠.”

사무장 님은 작심을 한 듯 이렇게 시작했다. 이마트라는 공룡의 영역 안에서 버티고 있는 비결임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말이 그렇지, 쉽지 않은 험난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저희는 3만원 이상이면 배달비 없이 배달해요.”
 이 말을 하면서 덧붙이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종종 오셔요. 3만 원이 안 되어도 ……. 동네 마트잖아요.”

이렇게 말하며 사무장님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대형 마트와 경쟁해야 하고 고객들은 온라인 구매로 옮겨가고. 사실 그래서 힘들어요. 그래도 버텼지요.” 

친절 말고 어떤 비결이 있을까. 
“2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두 사람 있구요. 10년 이상도 네 명 정도 돼요. 경험이 풍부한 직원이 많아요. 가장 짧은 사람이 4년 이상이에요.”

이 얘기를 하면서 청년 구직자들에게 좀 미안한 얘기라고 했다. 어쨌든 거대 공룡의 영역 안에서 현대마트가 버텨온 비결은 알 것 같았다. 직원들이 직장을 어떻게 생각할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십 여년 전 이마트 들어와서 타격이 컸어요.”

지하 매장을 없앴단다. 이마트 때문에 매장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직원 역시 반으로 줄여야 했단다. 매출은 타격이 더 컸다고. 삼 분의 일로 확 줄었다고. 

◆전화 주문도 받으며 아날로그 감성으로 고객 유지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상품 구매 방식이 바뀌었다. 온라인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래서 현대마트도 상품 배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을 빠르면 30분, 늦어도 1시간 안에 배달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전화 주문도 받아요.”

새로운 사실이었다. 요즘엔 온라인 구매는 앱이나 웹을 통해서 많이 한다. 언젠가부터 일상용품을 구매할 경우, 전화 주문을 할 수 없게 되었다.

3만 원 이상이면 주문을 받는다. 배달 후에 현금이나 카드리드기로 물품 대금을 지불하면 된다. 마트에서 취급하는 모든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여기서 예외가 있다고 했다. 

생수다. 무척 무겁다. 2리터 박스, 두 묶음을 구입해도 3만 원이 안 된다. 그래도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배달을 한다고 한다.

하루 삼 사십 건쯤 된다는데 현대마트만의 특화된 서비스가 확실했다. 전화 주문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다. 서쪽 성동교 남단, 북으로 성동세무서나 성수역까지. 

“이마트를 코앞에 둔 아파트에서도 전화가 와요. 여름에는 수박이라든지, 가을 겨울에는 사과 한 박스, 쌀, 그런 거요.”
“35년 이상 하다보니까 단골들이 많아요.”

“손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는 모르지만 어디 사는 분인지 다 알죠. 그리고 노인분들 많아요. 그때, 그때 필요한 생필품 사러 많이들 오세요.”

연세 드신 분들은 온라인 쇼핑도 익숙하지 못하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도 현대마트는 최선을 다해 손님을 모시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구길에는 동남아권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꽤 많이 거주한다. 이들 역시 고객이라고 한다. 

“월남 고추, 계란 한판, 토마토나 숙주나물, 청경채, 이런 건 그분들이 꼭 사는 거예요. 주머니가 얇은 사람들이잖아요.”
“처음부터 이 자리에서 영업을 시작했어요. 가게 이름도 현대 마트였구요.”
“여기가 재개발 구역이잖아요. 우리 마트가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지만 30년 고객들을 위해서 좋은 상품과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친절하게 모시려 해요. 앞으로도 그런 가게로 남으려 해요. 매출이 늘어서 돈을 많이 버는 일을 없을 것 같지만 …….”
 현재 위치에 현대마트를 열었던 것은 35년 전, 성수 구길이 위치한 곳은 재개발예정 지역이다. 언젠가 현대마트도 사라질지 모른다. 그렇다고 기억까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가게를 갈 때마다 한결같이 대하던 직원들의 얼굴, 전화로도 제깍 제깍 배달해주던 편리함, 그런 현대마트의 아날로그 감성은 성수지앵의 기억에 오래 오래 남을 것이다. 성수동 구길의 시골 같은 풍경과 함께.
○ 현대마트 전화 : 02-463-2211
○ 주소 : 성동구 성덕정길 29 현대쇼핑센타

  

서성원
서성원

<서성원 작가 : it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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