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축사들의 잡지 <건축사> 홍성용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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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축사들의 잡지 <건축사> 홍성용 편집장
  • 서울로컬뉴스 기자
  • 승인 2020.11.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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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 우리 동네, 도시 활력 유지할 세심한 전략 필요하다
시카고, 상수동 모델도 있지만, 재개발 등 대처하는 성동모델 만들어야

성수동은 공사중이다. 2005년 서울숲과 서울숲역이 생긴 이후 점차 가속화된 변화다. 성수동은 준공업지역. 다른 지역에 비해 용적율이 훨씬 높다. 기존 공장지대였던 곳이라 부지도 크다. 기존에 몇 개 되지 않던 아파트형 공장 대신 지식산업센터, IT센터 이름을 붙인 빌딩들, 사옥들도 연거푸 들어선 이유다. 

창고나 공장으로 오랜 동안 비어 있다가 안목 좋은 기획자들과 투자가들을 만나 식당과 카페로 변한 곳도 여럿이다. 고급 주거지도 늘었다. 갤러리아 포레와 트리마제가 그렇고, 최근 대림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같은 곳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재개발도 진행형이다. 성동교 남단의 주택단지도 최근 허허벌판이 되었다. 그곳 벨라듀 공사현장은 수많은 집들을 허물고, 길들을 지웠다. 성덕정길 1~4구역도 재개발 예정지다. 

홍성용 편집장을 성수동에서 만났다. 건축사들의 잡지 <건축사>를 3년여 넘게 만들어 온 이다. 성수동의 집과 길과 그리고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성수동서 몇 년간 살기도 했던 그는 아예 강남 신사동에 있던 그의 회사 NCS lab 사옥도 여기 연무장길 뒤편 타워테라스에 마련했다.

 

◆성수동? 빌딩숲 될 것. 문화와 주민 공유공간 지킬 전략 필요해 

- 반갑습니다. <성수동 쓰다> 편집장 원동업입니다. 잡지 건축사는 지난해 4월 600호를 발간하였더군요. 부럽고, 축하드립니다. 

“<성수동 쓰다>는 어떤 재원으로 내죠? 재정을 확보해야, 잡지는 언제든 규칙성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 공모를 내서 한 해 한 해 버텨왔습니다. 올해초 저는 <성동인권영화제>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최근엔 오랜 동안 '성동지역주민재단' 준비해 오시던 분들이 그 방향을 접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요. 비영리 활동과 기구는 그 지속이 늘 과제인데, 쉽지 않군요.

“미국 친구들이 참 그런 걸 잘하죠. 늘 수익을 고민해요. 그게 맞다고 봐요. 세금 지원도 한계가 있는 거고. 미국에선 초등 2학년 때부터 프로젝트 교육을 시켜요. 너희 뭐하고 싶어? 그럼 '서점이요, 카페요' 그러잖아요. 그럼 어떻게 운영할거니? 리포트를 쓰게 해요. 유치하지만…. 그리고 글쓰기 수업을 굉장히 강조하죠. 1학년 때는 세 줄. 근데 꾸준히 점차로 늘어가요. 안 하는 친구들에게는 강요 이런 것도 일체 없지만. 우린 저거 하고 싶다 논의는 있어도 역할 분담 이야긴 잘 안하죠. 부담을 누가 어떻게 질 거냐? 하면 입을 다물어요.”

- 성수동에 오셔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성수동은 어떻습니까?

“굉장히 흥미로운 동네죠. 건축적으로도 재미있어요. 두 가지 방향인 거 같아요. 하나는 아방가드로한 신축건물들 그리고 옛건물들 리모델링해서 빈티지 인더스트리얼하게 만드는 거. 지금이 건축적으로 되게 중요한데, 강남역이 되느냐 마느냐하는 터닝포인트예요. 홍대에서도 제가 지역경제과장님 등 만나면 계속 설파한 게 뭐냐면, '당신들이 지금 지역자산화를 해야한다. 주택 같은 것들을 사모아야 한다'였어요. 왜냐면 어떻게 발전할지가 보이니까.”

◆슬럼화도 재개발도 길이 아니라면 제3의 길 필요! 비용 낼 각오 해야

- 성수동은 어떻게 변화합니까?

“한 15년이면 거의 모든 지역에 빌딩들이 들어설 거예요. 현재는 문화적인 코드들이 꽤 있는데, 개발의 욕구와 압력을 이겨내지 못할 거예요. 결국엔 금융자본, 기업 자본들이 들어오거든요. 글쎄요. 시카고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다운타운이면서 문화가 존재하거든요. 상수동 모델도 있어요. 돈이 돈을 막은 경우랄까? 원래 재개발 조합이 결성됐었는데, 주민들 스스로 폐지 요구해서 해제됐어요. 홍대 중심으로 카페, 식당가 등이 확장되면서 임대료 수입이 꽤 됐거든요. 조합원들이 땅을 팔 이유가 없었던 거죠.”

-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이미 금은방, 정육점, 세탁소, 동네가게 등은 프랜차이즈 혹은 바깥에서 들어온 카페 식당으로 바뀌었습니다. 지하로, 옥상으로 들어왔던 기획자들, 문화예술인들도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저는 99년부터 이야기했어요. 골목길에 대해서도 주목했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비판해도, 방법이 없어요. 그냥 두고 슬럼화 되든지, 아니면 싹 밀고 재개발을 하든가. 그걸 피하려면 차츰차츰 블록 유니트가 개발돼야 되는건데, 그게 비용이 들어가요. 그거 지불해야 하는 거예요. 해야할 일은 공공영역을 더 확장시키는 거예요. 개발할 때 옵션, 용적율 인센티브 주고, 공간 소스를 확보하는 거죠. 그럼 주민 위한 공간들, 수탁할 수 있는 공적 공간들이 유지될 수 있겠죠.”

- 트리마제에서 살다가 이사 나온 분을 알거든요. 평당 1천을 받고 나와, 결국은 돌아가지 못했어요. 그곳은 공사 주체도 두서너 번 바뀌었죠. 최근 벨라듀도 한 여섯 번쯤 계약서를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곳 주인이 동네를 떠나기 전에요. 그렇게 어려운데도 결국은 재개발이 되고, 이전 주인들은 쫓겨 가는, 그런 일이 여전히 반복됩니다.

“우리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아요. 돈맛을 안 거죠. 시장시스템을 이해 못하는 거구요. 원래 돈은 기다리는 사람이 벌거든요. 자본이 약한 분들은 오래 버티지를 못해요. 평당 얼마를 준다 그러면 그게 꽤 많은 돈처럼 보이죠. 근데 그 걸로는 다시 돌아올 수 없어요. 저는 주장하는 게 아파트 단지를 못 짓게 하자 그러고 싶어요. 적어도 완성된 도시 안에서는. 그럼 사업기간이 길어지고 이해관계자가 많아져요. 개발이 느려지겠죠.”

◆도시는 뚫리고 통해야 활력 유지, 블록 사유화 짚자

- 건축적으로 재개발은 어떤 의미입니까?

“재개발하면 장소의 고유성, 시간의 연대기 같은 게 모조리 사라지죠. 블럭이 생기면 거기 울타리가 쳐져요. 그곳을 빙 돌아가야 해요. 원래 도시는 격자형으로 길을 뚫으면서 만들어졌는데. 요즘은 아파트 안에 편의시설을 전부 넣어요. 거기 안에서만 생활해도 되죠. 도시의 활력에는 최악이죠. 건폐율 15%고 녹지니까 좋다 싶지만, 거의 이용을 안 해요. 시나 구청에서는 청소도 하고 가로등 관리도 했었는데, 안 해도 되니 편하죠. 관리사무소장만 잘 닦달하면 되니까. 원래 재개발지 안의 길은 서울시 것이고, 시민의 것이잖아요. 근데 그게 사유화됐잖아요. 이걸 왜 거기 넘겨 주냐? 따질 수 있다는 거죠.”

- 코로나19로 도시와 주거시설의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떠십니까?

“산업화 시대엔 공장과 회사에서 일하고, 밤이면 집으로 돌아갔죠. 이제는 그런 분업 기능이 점차로 없어져야 하는 시대죠. 비대면 시대에는 도보 5분 거리, 그게 약 500미터쯤 돼요. 반경 5백 미터 안에 생활편의 시설이 있어야 되죠. 대규모 블록이 많아지면 이런 게 어렵죠.”

- 아파트 사는 아이들의 공간 감각과 지각 능력이 일반 주택지에 사는 아이들보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았습니다. 

“더 많이 바뀌어야 해요. 정책 방향에서도 아파트 개방성을 인정해야 해요. 뉴욕 맨하탄에 배터리 파크가 있어요. 되메우기 한 땅인데, 울타리 몇 개 치니까 돌아가야 하잖아요. 그걸 다 뚫어서 오픈했어요. 누구나 다 그 단지 조경을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차도 지나가요. 주거지들밖에 없으니 통행이 많지는 않아요. 그쪽 수위들은 우편물도 직접 주세요. 대면하게 만드는 거죠. 왜 저렇게 할까? 좋은 관계를 가지면 그게 가장 안전한 치안이 되기 때문에 그렇대요.”
잡지 <건축사> : http://kiramonthly.com / NCS lab : 02)2088-7202 
                                                                                         【성수동쓰다 편집장=원동업】
                                                                                         (3bigpictu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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