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 다양한 진로고민을 가지고 있겠지만 결국 진로고민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이냐로 귀결된다. 요즘같이 평생직장과 직업이 존재하기 어려운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또 직장에서 은퇴한 후에도 고민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올바르게 직업을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리나라에 어떤 직업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자.
16, 891. 바로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직업명 수이다. 진로, 취업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거나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있어 찾아보지 않고서는 해당 숫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직업정보를 조사 및 분류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 발간된 자료는 2019년에 편찬된 ‘한국직업사전 제5판’이다. 1969년에 최초의 직업사전을 발간했을 때의 직업명 수가 3,260개였다고 하니 그동안 약 5배 정도로 직업 종류가 성장한 것이다.
16,000개의 직업이라고? 우리는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직업 정보를 다 검색하고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직업이란 것이 실제로 경험하고 체험하지 않으면 나에게 맞는지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단 가짓수를 줄여야겠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을 체계적으로 잘 세운다면 나에게 맞는 직업을 골라낼 수 있지 않을까? 직업 선택의 기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직업 선택의 기준은 크게 수입, 안정성, 장래성, 적성, 흥미, 자아실현(보람)의 6가지로 볼 수 있다. 모든 기준을 다 만족하는 직업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혹은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나 직장일 수 있기에 성취하기에 힘든 경우가 많다. 때문에 기준마다 우선순위를 정해보는 것이 좋다. 자신이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수입과 안전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적성이나 흥미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나 그 일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꼭 하나의 기준을 남긴다고 할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한창 유행했던 ‘밸런스 게임’처럼 수입이나 안정성 중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정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기준을 이해하고 우선순위까지 정했다면 이제 직업을 추려볼 차례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직업에 대한 선호나 편견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진로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사회가 일반적으로 좋다고 인정하는 직업에 대해선 그 직업의 ‘장점’만을 보려고 하고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직업에 대해선 그 직업의 ‘단점’만을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란 직업에 대해선 ‘안정성’을 높이 평가한 나머지 그 직업이 나와 적성이 잘 맞는지, 얼마나 흥미가 있는지는 부차적으로 생각한다. 공무원은 직업 특성상 주민들을 위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정신도 필요하고, 특히 민원을 처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업무강도도 부서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꽤 센 편이며 흔히 우리가 말하는 ‘칼퇴’만 하는 부서는 많지 않다.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인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일러스트레이터란 직업은 처음 시작할 때에는 수입이 적고 불안정할 수 있으며 일정 수준에 오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동안 즐겁고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며, 또 프리랜서로 일한다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장점과 단점을 균형 있게 보면 좋겠지만 보통은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산다는 것이 ‘어렵다’는 사회의 인식이 크기 때문에 그림을 정말 좋아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길을 잘 선택하지 않는다.
참고로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은 직업선택요인으로 수입(38.8%), 안정성 (25.6%), 적성/흥미 (16.1%), 장래성(5.8%), 보람/자아실현(4.2%)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입과 안전성을 중요한 가치로 꼽았으며 두 비율을 합하면 65%에 이른다. 적성과 흥미, 자아실현을 선택한 사람은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좋다고 하는 직업은 수입과 안정성이란 기준에 잘 부합하는 직업인 것이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힘들게 노력하여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공무원이 되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왜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그만두었던 것일까? 이를 통해 아무리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올바른 직업선택이란 사회적인 편견과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려놓은 채, 다양한 직업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검토할 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정답은 직업 선택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으며, 다른 성격과 다른 재능을 가진 독특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했으면 한다. 나의 선택과 당신의 선택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직업에는 귀천이 있을지 모르나 당신의 선택에는 귀천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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