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 ‘헤어질 결심’ 믿고 보는 박찬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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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 ‘헤어질 결심’ 믿고 보는 박찬욱 감독
  • 김정민 기자
  • 승인 2022.07.06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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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서울자치신문 칼럼니스트, 장애인신문 논설위원  이병호
서울자치신문 칼럼니스트, 장애인신문 논설위원  이병호

제7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세계적인 스타 중국 여배우 탕웨이 주연의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이 감독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5월 28일 오후(현지 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예로운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수상 소감에서 박찬욱 감독은 “코비드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도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이나 영화관이라는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습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가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칸 국제영화제와 첫 연을 맺었다. 이후 ‘박쥐’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아가씨’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에 이어 6년 만에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는 칸 국제영화제 세 번째 본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인 최다 수상 기록이다.

‘헤어질 결심’의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은 한국 영화를 넘어 예술의 본고장 유럽에 K-콘텐츠의 무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간 한국 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시작으로 ‘헤어질 결심’을 포함해 다양한 작품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시켰다. 이 가운데 여섯 편의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이 여우주연상(전도연), 2009년 영화 ‘박쥐’(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핵심 키워드는 독창적인 "수사 멜로극"이다.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기도수, 탕웨이 남편역)의 변사 사건이 발생한다.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한다.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이성적인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와의 비극적 멜로극이다.

기도수(탕웨이 남편)는 자기 물건이라면 어디에나 이름을 새길 정도로 소유욕이 강한 남자다. 서래에게도 ‘KDS’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놓았다. 중국 간호사 출신이며 한국에서 간병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래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남편의 죽음에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해준은 그런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리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서래의 알리바이가 증명되고 기도수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자살로 종결된다. 그러는 사이 해준은 치명적인 반전매력의 서래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영화는 필름 누아르의 장르 관습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명랑하달 것까진 없지만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일상을 살아가던 건실한 남자와 그 삶에 갑자기 뛰어든 아름답고 위험한 여자, 여자에게 미혹된 남자는 진실을 캐는 사람으로서의 본분을 잊고 여자의 결백을 믿어버린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여자 서래가 바로 남편을 잡아먹은 ‘검은 과부’(black widow) 였다.

해준은 이내 서래의 알리바이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나를 이용한 걸까 사랑한 걸까, 서래의 진심은 무엇일까, 나는 그저 호구였나, 서래의 매력에 빠져버린 그는 진실 앞에서 폭주하지 않고 그 안에 기거한다. 자아의 ‘완전한 붕괴’를 온전히 끌어안은 채로 이 사랑을 학대하기보다 ‘헤어질 결심’을 한다. 해준은 서래를 놔준다. 자신이 찾은 결정적인 증거를 서래에게 건네고 “아무도 찾지 못하게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말한다.

영화가 너무 재밌다 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몰입도가 꽤 높았고 살짝 이야기가 길다는 느낌이 들어 지루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탕웨이의 매력에 금방 시간이 지나간다. 다음 남편도 살해한 검은 과부 탕웨이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준 해준(박해일)의 영원한 사랑을 미결사건과 함께 영원히 간직하고자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비극적인 자살로 영화는 끝난다.

가수 정훈희의 안개 ost와 함께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인 여심을 스크린에 잘 녹여낸 작품이며 박찬욱 감독 특유의 어렵고 난해한 시나리오가 답답함을 주기도 하지만, 천진난만, 고독함, 우아, 큐티, 럭셔리, 로맨티즘을 모두 가진 동양 최고 여배우 탕웨이는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하면 사랑을 중단합니까?”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헤어질 결심을 했어요” 등 서툴지만 귀여운 한국말과 함께 박찬욱감독상 수상과 더불어 탕웨이 여우주연상 동시 수상 불발이 너무나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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