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마을을 묶어주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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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마을을 묶어주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 강서양천신문사 권해솜 기자
  • 승인 2022.09.20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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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5동 ‘꽃을 가꾸는 남자’ 장숙영 씨

 

양천구 신월5동은 마치 딴 세상 같다. 하늘하늘 바람에 꽃들이 흔들리고, 빗방울 머금은 길가 화단과 화분이 자리 잡고 앉은 곳. 적막했던 마을이 꽃들을 받아들이고 품을 때까지 7년 세월이 꼬박 들었다. 신월5동을 꽃동네로 탈바꿈하게 한 주인공 장숙영(64) 씨를 만나 공동체와 꽃의 긴밀함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Q. 꽃을 가꾸게 된 계기?

저는 마을공동체를 발전시킬 마음으로 꽃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2015년도에 신월5동이 재개발하려다 무산됐어요. 이후 서울시가 양천구와 함께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신월5동 74번지에서 80번지 일대에 대한 공동체 마을 주거환경 개선사업이었는데 그때 총무를 맡았습니다. 총무 하면서 주민과 좀 친해져야 하는데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꽃을 기르게 됐습니다. 

 

Q. 꽃 키우기 어렵지 않은가?

동네 곳곳에 심었고 상가 앞 꽃은 제가 드렸습니다. 상가 분들이 꽃에 물을 주세요. 저만 꽃을 가꾸는 게 아니고 신월5동 사는 많은 분이 동참하세요.

특히 사람들이 쓰레기 투기하던 작은 시유지를 화단으로 조성했더니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세요. 그리고 국화마을 사람들이라고 해서 3.5㎞ 거리에 화분을 놓은 장소 주변 상가 사장들과 단톡방을 열어서 마을 이야기를 공유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4년 전에는 동네 꽃 가꾸기 노고를 인정받아서 국화마을 사람들이 (재)서울그린트러스트로부터 ‘꽃피는 이야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Q. 마을공동체에 몰두하는 이유?

저는 대위로 퇴역한 직업 군인이었습니다. 전역 이후 슈퍼마켓도 하고 농장도 했지만, 지금은 봉사활동이 직업입니다. 오랜 시간 군 생활을 해서 그런지 마을공동체가 살아야 국가가 산다고 생각해요. 과연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습니다. 

또 하나는 제 건강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만성 B형간염 보균자입니다.

전역하고 포기하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서 동네 화단을 가꿨습니다. 하다 보니 질병 치료가 됐어요. 지금은 약을 안 먹어도 됩니다. 

 

Q. 꽃마을이 돼서 좋은점? 

꽃을 매개로 사람들이 마음을 엽니다. 행복감이 1순위입니다. 화분을 마을이 놓기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80%가 없어졌어요. 없어지면 다음 날 바로 가져다 놓았고요. 지금은 가져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믿음의 마을이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그리고 마을을 위한 수익사업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화마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함께 마을을 가꾸는 분들이라 그냥 드리고, 자기 집에 키우고 싶은 분에게는 유료로 판매하고 있어요. 구청에서는 가을에 낙엽을 모아다가 저희 농장에 보내주시면 그걸 퇴비로 만들어 사용해서 화분 작업할 때 씁니다. 

 

Q. 앞으로 마을공동체를 위해 할 일?

마을 속에서 힐링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곧 있으면 집 주차장에 공간이 생깁니다. 이곳에서 제가 해온 일의 뜻과 가치를 이어가면서 판매 겸 나눔을 복합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꽃에 관해 이야기하고, 체험도 하고 견학도 하기 할 수 있게 말이죠. 경계가 없이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그런 마을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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