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행정사무감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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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행정사무감사인가?
  • 강서양천신문사
  • 승인 2022.12.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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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 영 / 양천구 목5동
이 진 영 / 양천구 목5동

 

지난 11월 29일 화요일 오후 2시, 양천구청 3층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 주민 참관을 하러 갔다가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참관을 거부당한 명확한 이유도 모르겠고 그날 들은 이야기도 모두 납득할 수 없지만, 여러 명의 구의원과 공무원이 번갈아 가며 전한 주민 참관 거부 이유는 이랬다. 

“코로나19로 주민 참관을 제한한다”, “양천구 역사상 행정사무감사에 주민이 참관한 선례가 없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 주민 참관을 허용할 시 앞으로 각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 당사자가 참관을 요청할 테고, 그 과정에 구의원들이 주민들로부터 고소·고발을 피할 수 없게 될 거다. 국회의원과 달리 구의원은 면책 특권이 없어 어렵다”, “회의록으로 확인 해라” 등등. 

돌아갈 때 돌아가더라도 도대체 누가(주민 참관 거부의 주체), 왜 참관이 안 된다(주민 참관 거부의 명시적인 이유)고 하는 건지 알고나 돌아가자고, 구체적인 내용이 적힌 문서라도 한 장 달라고 했으나, “문서를 줄 의무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로 이조차 거부당했다.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줄 알라는 것이다.

양천구의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자치법’ 제41조와 ‘서울시의회 기본조례’에 따라 매년 진행되어 왔고, 그 목적은 ‘지방자치단체의 소관 사무 전반에 대하여 그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개선 요구를 함으로써 지방행정의 합법성 및 합목적성을 제고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복리 등에 관한 정책이 합리적으로 시행되도록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국민신문고 답변 내용 중). 즉, 그날은 양천구청 등 행정이 도맡아 온 2022년 양천구 살림 전반에 대해 주민을 대의하여 양천구의회가 이를 감시하는 자리였으나, 정작 이 모든 일의 주체이자 주인인 양천구 주민만 명확한 이유도 없이 참관조차 거부당한 것이다. 

팬데믹 3년 차로 거의 모든 일상이 회복되어 가는 와중에 유독 행정사무감사만 ‘코로나19’ 때문에 안 된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염병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주최 측의 태만이 문제이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현장에 있던 수많은 공무원과 구의원을 피하고 유독 참관하러 간 주민에게만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태도를 공무원이 아닌 주민을 대의하는 구의원에게 듣다니…! 

이해당사자 주민이 참관하면 “구의원을 상대로 고소·고발하게 될 거라 행정사무감사에 주민 참관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말을 심지어 참관을 요청하고 있는 주민의 면전에 대고 직접 말하는 무례함과 주민을 잠재적인 고소·고발 가해자로 여기는 태도까지 확인하니, 구의원이 주민을 어떻게 여기는지 느껴져 씁쓸했다. 

내가 굳이 시간과 여력을 내어 양천구 시설관리공단 행정사무감사 일정을 확인하고 현장을 찾아간 이유는 일전에 양천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사람에 관한 기사를 읽고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 성매매 알선을 한 죄로 벌금형을 받은 사람이, 또 이 전과가 있음에도 몇 년 전에는 구의원 후보로 나온 것도 모자라 이를 허위로 기재해 선거법을 위반해서 주민들의 공분을 샀던 그 사람이 공공기관 이사장으로 취임을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주민의 한 사람으로 분노했다. 당시 그 사건을 잘 알고 있던 주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이번 인사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에 대한 양천구청의 입장과 이 문제를 양천구의회는 보고만 있을 건지 확인해야 했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양천구청 홈페이지에도 양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인사의 부적절성에 대해 지적하는 글도 써봤다. “절차상 문제없다”는 양천구청의 어이없는 답변을 받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젠더 감수성은 물론 공직자의 윤리 측면에도 의문이 가는 사람이 양천구의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기관의 대표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우려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결국 주민을 대의하는 양천구의회에서조차 가로막혔다. 

자리를 떠나기 전, 같이 갔던 주민 한 분이 거듭 참관을 거부하는 구의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렇게까지 불분명한 이유로 안 된다고 하는 이유가 당일 행정감사 대상이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이고, 이번 이사장 임명 건과 관련이 있냐고. 돌아온 답변은 침묵. 

2022년 올해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1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모두의 약속이 지방자치의 현장과 일상에서도 지켜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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