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순간을 지나 예술이 되다…대학로 창작뮤지컬 라흐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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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순간을 지나 예술이 되다…대학로 창작뮤지컬 라흐헤스트
  • 최상미 객원기자
  • 승인 2022.10.2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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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과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아내로 알려진 김향안의 삶을 그린 창작뮤지컬 '라흐헤스트'가 지난 9월6일부터 대학로 무대에서 공연중이다.

라흐헤스트(L'art reste)는 프랑스어로 '예술은 남다'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이자 한국 예술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창작뮤지컬로 김환기의 아내로 살던 '향안'과 시인 이상과의 아내였던 20대 '동림'(본명 변동림)의 모습을 역교차하며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가 너의 빛깔이 되고 너의 글자가 되어 너를 축복할게 - 향안

붓을 드는 나를 이끌어준 너라는 한 점의 그림 -

​먼 데 여행도 맘에 들고, 죽는 것도 싫지 않아 - 동림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난 영원한 절름발이 - 이상​

​​2004년 2월 29일, 향안은 자신의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생을 돌아보듯 수첩을 한 장씩 넘기며 과거를 회상한다.

남편이자 화가 김환기를 떠나보낸 기억부터 향안의 시간은 거슬러 가고, 시인 이상과 처음 만났던 낙랑파라로 데려다준다.

​"우리 같이 죽을까? 아님 먼데 갈까?"

오잉 이게 프로포즈??

어느 여자가 이런 말을 하는 남자를 좋아할까만 책벌레 동림은 낙랑파라에서 만난 이상의 말에 가방 하나 달랑 싸들고 그를 따라나선다.

용감하다고 할까... 무모하다고 할까... 순수하다고 할까...

이상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시인으로 그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였고 결혼 3개월 만에 동림을 혼자 두고 동경으로 홀로 떠나버린 뒤 폐결핵으로 숨을 거둔다.

이상의 마지막 순간을 끝까지 지킨 동림.

“예술가와 함께 산다는 건, 찰나를 영원처럼 사는 것”

​이상의 잃은 슬픔을 수필로 남긴 동림은 당시 무명의 화가 김환기를 만나지만 다시 예술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향안, 그 이름을 내게 줘요"

김환기의 아호를 자신의 새로운 이름으로 정하고 그의 손을 잡는 동민 아니, 이향안.

이미 이혼 경력이 있고 딸을 셋이나 둔 남자와의 결혼이라니 대단한 사랑이다.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 '우주'는 한국 미술 최고가를 경신했는데 그가 한국 최고의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김향안의 열정적인 사랑과 작품에 대한 애정, 헌신적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김환기 화백이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고인의 작품을 돌보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며 수필가, 미술 평론가에서 화가가 된다.

향안 그녀는 두 예술가의 아내를 넘어 글을 쓰는 수필가였고 김환기가 죽은 후 그림을 그리고 개인전을 연 화가의 삶을 살았다.

​향안이 과거의 나 동림과 마주해 자신을 이해하고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장면은 뭉클했다.

늘 긍정적이고 용기있는 선택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짙은 여운과 함께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위로를 준다.

이지숙, 제이민, 박영수, 양지원, 임찬민, 김주연, 최지혜, 안지환, 임진섭이 열연하는 뮤지컬 '라흐헤스트'는 오는 11월 13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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