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기억과 사유, ‘미이즘’(Meism)과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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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기억과 사유, ‘미이즘’(Meism)과 ‘공동체’
  • 관악신문
  • 승인 2023.05.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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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배 한세연구소장
황준배 한세연구소장

미이즘이란? Me() 플러스 ism(주의)의 조어이자 합성어다. 미이즘이란 내가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의이념이자 철학이다.

세계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식론적 사고, 자기중심적 사고의 확장 개념이나 행동양식을 말한다. 오늘날 나를 통과하지 않는 그 어떤 사람도, 사건도, 의미나 가치도, 조직이나 공동체도 무의미하거나 평가절하되는 자기 본위의 본질적 의식이다. 그 현상적 표출로 의식과 무의식적으로 이를 표현한다. 말로 드러내거나 이를 지향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me)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미코노미(Meconomy)’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Me코노미 시대의 MZ세대는 ··’[란 명품도 거부한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합성어다. 이들은 매우 실속 있는 소비패턴을 보인다. 남을 따라가거나 유행이 아닌 자기의 기호나 선호하는 제품을 선택한다.

 

의식, 논리, 개념, 인식은 행동에도 크게 영향을

의식, 논리, 개념, 인식은 행동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과 집단의 논리와 과정, 그 결과를 매우 디테일하게 천명하는 구호가 떠오른다. “행동으로 논리를 대변하고, 결과로써 과정을 입증한다.” 이번 수단 교민 구출작전을 감당한 ‘707특임대의 전투구호이다.

그만큼 의식, 개념은 행동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내가 근무했던 백골부대는 필사즉생 골육지정이 구호였다.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게 되고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게 된다.’는 이순신 장군의 사생관과 결기에서 유래된 구호다. 그리고 뼈와 피를 나눈 형제애 같은 전우애를 강조한 것이다.

이제 계절은 5월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의식이나 개념의 실현, 반대로 작용하는 충돌, 다양한 이해관계나 국가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많은 달이다.

그런데 미이즘은 공동체가 추구하는 의미나 가치와는 조화나 균형을 이루기에 쉽지 않다. 자신의 욕구 충족과 이익, 편의 외에 사회공동체나 타인에게는 무관심한 이기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공의 선이나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별적 존재, 원자화된 개인, 이기주의나 개인주의로 흐르게 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사고나 생활양식, 대인관계는 물론이고 소비의 형태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나 자신을 위해 이유를 불문하고 아낌없이 쓰는 소비행위다. 이는 (me)를 위한 생활주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기만족이나 자의식의 성취다. 혼밥, 혼술이다.

우리는 각자 존재하고 나는 홀로 소멸한다.”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은 이 시대의 상황과 현상을 말하고, 모든 것을 표현하는 담론이다. 물론 인간·사회·세계·인류에 대한 연구나 사색, 철학적 논쟁이나 공부가 없어도 세상을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옳은 것의 가치판단은 현실적인 문제다.

개인을 넘어선 지점에서부터 순간순간, 아니 매일 거치는 지점이 있다. 나와 너, 가족, 친구, 친척, 소규모 공동체, 국가 사회적 공동체와의 관계이다. 초 연결시대, 글로벌 시대는 세계와 나의 운명이나 일상이 연동된다. 서로 유기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에너지 자원이나 실물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석유 값, 가스비, 시장 물가 등은 우리 호주머니 경제에도 타격감을 준다.

디지털 문명, 인공지능 시대, 초고령화 시대의 미이즘은 가족이나 집단 속에 개인과 가족 간의 단절이나 갈등, 개인 소외현상을 더욱 가속화 하리라 예측한다. 이는 누구나 쉽게 느끼는 너무나 자명한 현상일 것이다. 이미 가정해체나 가족 구성원 간의 소원함, 부모와 자식 간의 전통적인 관계의 해체 등은 기존에 드러난 사회적 현상이다.

 

종교적 진보와 도덕적 진보, 전두환의 손자인 전우원의 회개

대안이 필요하다. 법과 통제는 현실적, 연속성과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그 한계가 있다. 대안은 종교적 진보와 도덕적 진보(moral progress)’의 영역이다. 또한 권리와 권한 만큼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사회적 규율과 동의나 합의다. 법과 규율에 의한 통제나 질서는 강제적이고 외면적 가치를 추구한다. 도덕과 사회윤리는 사회 전체 차원의 관점으로 자발적·내면적변화와 선악판단의 기준으로 통한다. 또한 개인의 가치나 존엄성을 기반으로 한 도덕과 윤리는 집단적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 나와 타인을 위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 사회, 국가, 전 인류의 감염이나 질병관리 차원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 것, 이것이 도덕적 진보이다. 다 나아가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 가치외교가 그렇다.

5월은 기억의 달이기도 하다. 기념식과 관련된 표현들이 넘친다. 기억은 우리의 과거, 현재, 현재를 구속하거나 지배한다. 사회적 가치나 의미, 함의를 규정한다. 국가 사회적 기억으로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있다.

최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전우원씨의 광주방문과 사죄는 큰 울림이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범죄자 집단’, 할아버지인 전두환을 살인자라고 지칭하고 규정했다. 그의 진심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행동에는 여러 가지 동기가 있을 것이다. 그의 유튜브 방송이나 대화 등을 통해서 볼 때 그의 신앙심과 신앙 체험이라는 확신이 든다. 양심과 도덕은 기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광주 5.18 기념 재단을 통해서 내 저서를 선물로 전해주었다. ‘5.18에 대한 성경적 관점과 이해와 적용의 내용이다. 그의 향후 처신이나 태도, 그의 진정성을 지켜보고, 잘 헤쳐 나가길 기도하고 있다. 이제 작은 실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와 가족들이 평생에 걸쳐서 그의 가문에 대한 사죄와 회개, 반성, 5.18의 상처와 아픔에 대한 새로운 차원에서의 위로와 치유는 큰 과제이다. 중요한 지점은 개인의 아픔과 상처의 치유,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다.

 

기억의 도덕성, 기억의 공감대와 연대

국가 폭력의 지배기억에 대항한 억압받는 민중들의 대항기억과의 화해다. 기억에 대한 변증법적 발전과 창조적 계승, 승화는 이 시대의 운명적인 과제다. 그 이유는 현재의 자유와 민주적인 질서의 열매들을 이미 체험하고 누렸고,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과 정의로운 기억들이 도도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기억, 도덕성에 우위를 간직한 기억은 현실의 불의나 부조리나 모순을 타파하는 의식과 본질,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귀납적인 사고보다는 연역적 사고로 추론하는 스타일이다. 거시담론에는 강하나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정교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귀납적 사고나 디테일에서 약한 면도 보인다. 전체적인 대세나 큰 흐름은 나름 잘 내다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모임에서도 조용히 지내려고 하면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를 요구한 일들도 있었다. 아마 미미한 통찰력을 그리 과분하게 칭찬하고 요구했던 것 같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 이름 모를 주교(bishop)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가 미이즘시대의 개인과 우리 공동체의 소명(召命)과 역할을 되돌아보게 한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무한의 상상력을 가졌을 때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는 나라만은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황혼의 나이가 됐을 때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바뀌지 않았다. 이제 죽음에 이르러 깨닫는다. 내가 먼저 변화했더라면,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혹시 세상까지도 변화시켰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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