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신∙문의 광진톡톡] 동네방네 골목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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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신∙문의 광진톡톡] 동네방네 골목산책
  • 이윤규 기자
  • 승인 2023.08.08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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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번째 골목이야기_긴고랑로(골목길)

담과 담 사이
담과 벽 사이
벽과 벽 사이
벽과 방 사이
방과 창 사이
창과 창 사이

그 사이에 골목이 있습니다.
골목....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지고 있습니다.
골목 있다. 골목 잊다.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 존재를 잊고 지냈다. 

                                               - 유동현의 “골목, 살아(사라)지다”에서

 

열 두번째 골목이야기는 긴고랑로_골목길입니다.
긴고랑 계곡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좌측에 긴고랑로 45길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올해 유난히 더웠던 날 골목 산책을 하며 덥고, 땀나고, 목마르고 빨리 목적지에 가고 싶었으나 우리의 호기심이 긴고랑로 45길의 골목길로 안내합니다.
거주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기에 최대한 조용히 조용히 걸어가 봅니다.
골목길 중간쯤 대문이 열려 있어 살짝 들여다보니 작은 마당에 화분이 30여개 정도 나란히 나란히 열이 맞춰져 있습니다.
백발의 할머니께서 화분마다 물을 주고 정성스럽게 화분을 닦고 계시네요.
막다른 길일까 싶어 들어가 보면 길은 계속 이어지고 미로처럼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골목 안 풍경이 궁금하여 우리는 어설픈 사진이지만 찰칵찰칵 마구 찍어보고 사진 속 세상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해봅니다.

거리는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길로서, 인간의 주거만큼이나 오래된 건축 환경의 구성 요소로 건물과 건물, 건물과 또 다른 골목길을 연결해 줍니다.

◆긴고랑로 45길 풍경

어린 시절 골목길은 꼬맹이들 눈에는 큰 마당같이 넓어 보여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말뚝박기, 고무줄놀이, 숨바꼭질 등 매일 매일 신나고 시끌벅적한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겐 이웃 간 정을 돈독히 나누며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살아온 사람들은 골목길에 추억들이 한가득 담겨 있을 것이고 잊혀진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자 느리게 살아가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번 골목길 산책을 통하여 나에겐 추억의 골목길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현재의 골목길이기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지역이 발전하는 것은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바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골목길을 함께 어떻게 보존하고 살려 나갈지 우리 건축사들이 고민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긴고랑로 골목길 풍경

긴고랑로를 걷다 보니 벽화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주민자치위원회가 주관한 ‘긴고랑길 아트투어 벽화 거리’에 학생과 주민들이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으로 고향 풍경을 벽화로 재현해 공동참여하였다고 합니다.
10년이 지났지만 아기자기한 벽화들은 아직도 거리풍경을 밝히고 있으며, 조용한 주택가로 화려한 벽화마을은 아니기에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천천히 동네를 살펴봐야 그림들을 지나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긴고랑로의 골목길을 산책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사적인 배경과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이 동네가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선사하며 다채로운 경험과 아름다운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거 같아 기분 좋았습니다.
골목은 근대화와 산업화의 과정에서 깊게 패인 도시의 잔주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도시가 어떤 주름살과 어떤 피부, 어떤 눈빛을 갖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동네의 모습은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을 닮기 때문이겠지요?
긴고랑로의 골목길만큼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는 동네도 드물 것 입니다.
사람들의 기억과 삶의 흔적과 따스한 공기가 남아 있는 긴고랑로의 골목길...

해체되고 멸실 되는 그 공간들을 다시 담기 위해 우리 연이신문의 4명의 건축사들은 광진구 동네방네 골목, 골목을 찾아다니면서 또, 걷고, 보고, 말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얼마전 다녀온 동유럽의 골목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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