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공백이 낳은 '공직기강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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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 공백이 낳은 '공직기강 해이'
  • 동대문신문
  • 승인 2018.05.2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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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은 오직 '민원해결' 잘 해주는 공무원만 필요

"다른 것은 몰라도 본인이 맡은 업무의 지역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도대체 동대문구청 직원들은 일 안한다고 소문이 날 정도입니다"

올해 초 유덕열 구청장을 만나 화가 나 따져 물었다. 그러자 구청장은 "저도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한 번 물어보고 두 번째 물었을 때도 답변을 못하는 직원도 있는데, 정말 공무원들 일 안하는 모습에 답답합니다"라고 말했다.

구청장과 대화하기 몇 일 전 취재 중 구청 업무 담당자에게 묻자 그저 "모른다"라고만 한 직원에 대한 불만감을 구청장에게 직접 얘기한 본 기자도 잘못이 있지만 오죽하면 구청장에게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을까라는 마음이 아직도 기억된다.

동대문구청을 15년간 출입하며 수많은 공무원들이 구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취재에 협조했다.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자신의 업무에 숙지하고 있으며, 특히 담당 과장보다는 담당 팀장이 더 많이 숙지하고, 담당 직원은 그보다 더 더욱 많이 업무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담당자도 많다. 때로는 동대문구청 전입이 얼마되지 않은 직원은 이해라도 한다. 그런데 분명 그 업무를 맡고 있었던 기간도 알고 물어보는 내용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모른다"라는 답변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저 답변을 회피한다거나 어쩌면 '귀찮다'라는 느낌마저 든다.

현재 동대문구청은 유덕열 구청장의 지방선거 출마로 인해 강병호 부구청장이 구청장 권한대행 체재로 항해하고 있다. 그런데 꼭 본 기자만의 느낌만은 아닌지 지역에서 "선거철이라 구청 직원들은 일을 안 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특히 지역 주민들과 밀접한 민원에 대해 해결이 안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본 기자는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왜 그런 민원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취재를 시도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모른다"였다. 담당자가 모를 수도 있지만 과연 일반 기업이었다면 몰랐다면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숙지 후 알려주던가 알고 있는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 일반적인 업무처리일 것이다. 그런데 대뜸 "모른다"가 다였다. 이후 화가 난 것은 그 이후다. 담당 팀장님이나 과장님 연결을 부탁하자 부재중이라고 한다. 이후 들어오시면 휴대폰으로 회신을 부탁했다. 하지만 한 주가 지나도 연락은 없었다. 그 이후 다시 전화를 걸어 똑같은 질문과 담당 과장이나 팀장을 원했지만 또 부재중이라 하며 연락은 없었다. 몇 일이 지난 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에는 담당 팀장이 전화를 받았다. 담당 팀장은 "전화 달라는 메모는 받았지만 워낙 정신이 없어 전화를 못 걸었다"는 답변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기자라는 신분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구청 출입기자에게도 이렇게 냉대한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힘겹게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얼마나 더 냉대할지 걱정이 됐다. 특히 아직도 남아있는 공무원이라는 권위주의를 이제 막 공무원이 된 신규 공무원들이 따라하고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런 사소한 일을 본 기자가 직접 겪고 나니 취재 중 지역 주민들에게 수차례 들었던 "선거철이라 구청장 없는 구청에서 직원들이 제대로 일이나 하겠어?"라는 말이 새삼 현실로 느껴졌다.

물론 구청장이 부재하고 구청장 권한대행이 동대문구를 지휘하고 있기는 하나 피부로 느낄 만큼 직원들 공직기강 해이가 있다면 어쩌면 권한대행에 문제일지 아니면 그동안 감춰왔던 공무원들의 본성을 드러낸 것인지 묻고 싶다.

아울러 그동안 구청장이 구청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공직기강이 바로 섰다는 것은 구청장이 그동안 수직적 사고방식으로 부하직원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고, 이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을 뿐더러 조직을 붕괴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반증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청장 부재로 더욱 공직기강 해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결론이다.

지금은 선거철이다. 많은 후보자들이 내 동네를 어떻게 발전시키겠다고 많은 공약을 하지만 구민들이 원하는 바는 단 한가지이다. 내 동네에서 불편 없이 편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그저 불편해 진 것에 대해 민원해결만 잘 해 주면 그 유권자는 분명 그 후보자를 찍을 것이다.

똑같이 구민들은 구청 공무원들에게 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연락이 받고 민원이라도 잘 해결 주는 공무원을 원한다. 어찌 보면 민원 잘 해결해 주는 공무원은 유능한 공무원이며, 그 유능한 공무원은 친절하기까지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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