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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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 강서양천신문사
  • 승인 2019.06.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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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상식

이대희 원장  유림한의원

시간의 흐름이 참으로 빠른 것 같다. 글을 적으려고 달력을 넘겨보니 벌써 1년 전 일이다.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간 학회 강의를 마치고 차를 몰고 집으로 귀가하는 중이었다. 조수석에는 함께 강의를 하는 선배님을 모시고. 집 근처로 거의 다 와서 저 큰 사거리만 넘어가면 되는 순간 쿵! 충격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그 순간들이 꿈처럼 흘러간다.

언제나 다니던 길, 이 길을 다닌 지 16년이 넘었는데 뒤에서 들이받은 차에 속수무책 접촉사고가 난 것이다. 신호등 빨간불에 멈췄다가 바뀐 신호를 보고 출발을 하는데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다. 술에 취한 사람이 신호도 안보고 횡단보도에 뛰어들고 나는 다행히도 급정거로 멈추었지만, 옆 차선 뒤에 있던 택시가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차들이 진행을 안 하니 갑갑한 마음에 차선을 바꾸면서 급하게 튀어나오던 중 내 차를 들이받아 버렸다.

한의원을 하다보면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 치료를 위해서 내원을 하지만 내가 직접 사고를 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사고 직후 클랙슨 소리와 함께 어찌할 줄 모르고 있던 내게 다행히 옆에 계셨던 선배님께서 해야 할 일을 일러주셨다.

내려서 상황 파악을 하고 차량이 많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큰 사거리였기에 옆으로 차를 이동시키고 보험회사를 부르고…. 보험회사에서 나온 분의 도움으로 사고는 일사천리로 정리되고 범퍼가 조금 찌그러진 정도니 뭐 이 정도 쯤이야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난 다음 날은 하루 종일 어지럽고 목이고 허리가 욱신거리고 쑤시더니 침을 놓기 위해 허리를 숙일 때마다 통증이 생긴다. 추나를 하려고 힘을 쓸 때는 더 심하고…. 이래서 치료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의보감 諸傷편에서는 넘어졌거나 얻어맞거나 떨어졌거나 깔리면서 다치는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 중 혹 어혈이 몰려서 뭉친 것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그것이 속으로 들어가서 심장에 침범할 수 있다고 하고, 또 모든 외상에는 무엇보다도 먼저 피를 돌봐야 하는데, 간이 피를 주관하므로 어느 경락이 상했는지를 물어볼 필요가 없으며 나쁜 피는 반드시 간을 돌아 옆구리를 거쳐 배로 몰리기 때문에 배가 불러오고 아프니 이때 실하면 설사를 시키는 통도산, 도인승기탕, 탈명산을 쓰고 허하면 복원활혈탕, 당귀수산으로 조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攧撲墮落壓倒傷 ~若去之不早 則有入腹攻心之患<醫鑑> 凡傷損專主血論 肝主血 不問何經所傷 惡血必歸於肝 流於脇 鬱於腹而作脹痛 實者下之 宜通導散 桃仁承氣湯(方見寒門) 奪命散(方見上) 虛者 復元活血湯(方見上) 當歸鬚散調之<入門>).

 

또한 일찍이 왕청임(王淸任)은 의림개착(醫林改錯)에서 활혈거어(活血祛瘀)법을 이용하여 어혈을 치료하였는데, 어혈이 있는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며 또 그에 따라 사용하는 처방도 다르고 선택하는 약물도 달리하여, 예를 들어 두면부의 어혈에는 통규활혈탕, 흉중에는 격하축어탕, 혈관의 어혈응체는 통경축어탕 등을 처방하기도 했다.

그의 어혈치료기전은 혈맥을 소통시키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장부조직기관의 생리기능과 병리변화를 개선하였고 전신의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강심활혈하였고 인체의 평형을 조절하여 정체되는 순환을 개선하였다.

 

나도 바로 지인의 한의원 원장님께 내 증상과 어혈을 제거하는 한약을 처방 받고 추나 치료를 함께 받으면서 통증을 치료했다. 그대로 뒀다면 외상으로 인한 어혈들이 내 몸 어딘가에 방치되어 다른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집이 지저분하면 쓸모없는 잡동사니나 쓰레기를 버리고 청소를 하고 새로운 것을 들이는 것처럼 우리 몸의 상태가 자동차 사고나 외상이나 기타 원인으로 좋지 않을 때는 건강식품이나 좋은 음식을 내 입안에 넣기 전에 몸 곳곳의 순환을 막는 어혈을 제거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낑낑대고 대청소한다고 집을 뒤적여 놓던 아내가 생각난다. 학회 강의 준비로 집에서 PC 앞에 매달려 있던 중 정신없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음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같이 거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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