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일보 문화기획단 강릉문화탐방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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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일보 문화기획단 강릉문화탐방 성료
  • 김해양 기자
  • 승인 2023.04.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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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죽헌, 소돌바위, 휴휴암 등 동해안 일대

강릉 문화탐방 시작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려서 여행의 운치를 더해주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한 껏 멋을 부리며, 업 된 모습으로 서로를 반겨주며 그렇게 관광버스는 왕십리에서 출발하여 군자를 찍고, 마지막으로 잠실을 경유해서 떠났다.
한동안 버스 안이 시끌벅적 오랜만에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즐거워들 하셨고, 잠시 가다 보니 푸짐한 먹을거리가 한 두개씩 쏟아져 나오더니 어느새 잔치가 벌어진 듯 했다. 부지런하신 회원분들이 준비한 떡이며, 과일, 주먹밥, 돼지껍데기 묵, 간재미회무침, 거기다가 홍주까지! 여행 시작부터 입이 즐겁고, 눈이 즐거웠다.

진도 특산물 간재미회와 홍주

이번 강릉답사의 첫 번째 코스는 강릉 오죽헌이었다.
오죽헌은 한국주택 건축 중 가장 오래된 건출물이며 세계 최초 모자 화폐인물 탄생지로 신사임당의 친정집이자 율곡 이이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사당이다.
오래전 아이들이 어릴 때 찾은 기억이 있는데 입구에는 철죽꽃들이 맞이하고, 뜰 안에는 함박꽃이 함박 웃으며 맞아주는 한결같은 풍광이었다.
광진기자단은 마치 소풍을 나온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며 5만원권, 5천원권 화폐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거기에서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는데 우리 회원분들 모두 부자되시길 기원해 본다.

입장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율곡 이이 동상을 만나 볼 수 있다.
이곳부터 문화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듣고 있는 회원들의 알록달록한 모습입니다. 늘 배우려는 자세가 참 예쁘죠?

율곡 이이는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불렸으며 과거급제를 9번이나 했다고 한다. 왼손에는 책을 들고 있으며 동상 우측에 '견득사이(見得思義)'라 적혀 있다. 이는 이득을 보면 이로운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뜻.
동상의 오른쪽 검지손가락 끝을 보시면 많이 닳아 있는데, 그곳을 만지면 자녀들이 공부를 잘한다고 알려져  오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만져본단다. 
학구열이 높은 대한민국의 맘들이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많이 쓰다듬었는지 짐작이 간다. 저 또한 아들을 둔 터라 그 기를 받아가려고 율곡의 손가락을 꼭 잡아봤다.

동상 뒤로는 시, 글씨, 그림, 자수에 뛰어난 예술가 신사임당이 자주 표현했던 식물과 벌레를 그린 초충도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든 정원이 있다. 아직 때가 일러 보이지는 않지만 화단에는 나비, 잠자리, 방애깨비 같은 벌레들 뿐 아니라, 오이, 수박, 가지, 맨드라미, 양귀비, 봉선화, 원추리 등이 심어져 있다고 한다. 이들이 꼬물꼬물 올라 올 때 즈음, 한 번 더 방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자경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물 제165호, 오죽헌이 나온다. 

자경문(自警門)은 율곡 이이가 20세 시절에 지은 자경문(自警文)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라는 뜻으로 스스로를 경책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오죽헌은 안채와 사랑채, 율곡 이이 초상화가 모셔져 있는 '문성사', 율곡 이이의 유품이 보관된 ‘어제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오죽헌 현판이 걸려 있는 건축물, 우리나라 주거 건축으로 가장 오래된 건물. 저택 뒤뜰에 까마귀처럼 검은 대나무인 ‘오죽’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건축물은 약 1450~1500년에 지어졌으며 사임당의 아버지 신명화가 물려 주었으며 신사임당은 이곳에서 4남 3녀를 두었으며 셋째가 율곡 이이다. 
마루방은 율곡 선생이 어머니 신사임당으로부터 글을 배우던 곳이며, 우측방은 ‘몽룡실’로 사임당이 율곡을 낳기 전 검은 용이 날아드는 꿈을 꾸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신사임당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건물 안에 씌여진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을 보니 학문을 중시여기고, 얼마나 많이 갈고 닦았는지를 엿 볼 수 있다.

문성사는 율곡 이이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도덕과 학문이 막힘없으며 백성의 안정된 삶을 위해 정사의 근본을 세웠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편액은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며 중국방식을 따르지 않고 왼쪽부터 썼다고 한다.
건물 우측에는 국내 4대 매화에 꼽히는 홍매화인 율곡매와 율곡송이 있다. 율곡 선생은 ‘우송당기’에서 ‘이 소나무의 기이한 형상을 보니 천공의 오묘한 조화를 빼앗았다. 한참을 바라보노라면 청아한 운치를 느낄 것이다. 소나무가 사람을 즐겁게 하는데 어찌 사람이 즐길 줄 모르는가!’라고 표현하였다고 한다. 선비의 곧은 덕과 굳센 절개, 지조를 상징하는 소나무답게 가히 그 기상이 예사롭지 않다.

오죽헌 뒤로는 안채가 있다. 신사임당이 서울 시집에서 홀로 계시는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쓴 글과 시가 전시되어 있다. 바깥채의 주련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판각한 것이다.
이곳은 마치 한옥마을에 온 듯한 고즈넉한 감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주변 꽃들마저 봄풍경을 더했구. 대청마루에 앉아 멍하니 휴식을 취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

어제각은 율곡 이이가 쓰던 벼루와 친필로 쓴 ‘격몽요결’을 보관하는 전각이다. 
원래는 문성각에 있던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1970년 대에 진행된 정화사업 때 여기로 옮겨졌다고. 책 서문과 벼루 뒷면에 정조 임금이 직접 짓고 쓴 어제 어필이 새겨져 있다. 오천원권 지폐에도 오죽헌과 벼루가 도안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 오죽헌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율곡인성교육관을 들렀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등 조선시대 선비의 높고 뛰어난 정신과 꿋꿋한 기상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고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교육관이었다. 
교육관 입구에 “강릉, 그냥 가기엔 이쁜게 너무 많다”라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말 그대로 정말 강릉은 와도와도 너무 이쁜 곳인 것 같다.

새벽부터 달려와서 오죽헌을 둘러보니 어느새 배꼽시계가 올리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가장 맛있는 횟집을 예약을 한건지 회가 그냥 살살 녹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싱싱한 회 한 접시와 각종 해물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낮술도 한 잔 걸치면서 잠시 무아의 경지에 다녀왔다.(하하)
맛있게 배불리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마주하며 한 참을 해변가를 서성여 본다.
바라만 봐도 좋은 동해바다!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것 같다.

현지 성동신문 강릉주재 이상국 기자님이 오셔서 강추하는 관광지가 있다하여 일정에는 없었지만 한달음에 달려갔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곳이라 잔뜩 기대를 했다.
달려간 곳은 ‘소돌마을’이라는 곳인데 역시나 기대에 저버리지 않게 너무나 멋진 풍광이 펼쳐져있다.

이곳 소돌마을은 마을의 전체적인 형국이 소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소돌 주변에서 삼치가 많이 잡힌다하여 삼치바위, 섭이 많이 자생한다고 해서 섭바위(섭은 동해안 지방 사투리로 홍합), 코끼리 형상을 닮았다 해서 코끼리바위, 그외 가래바위, 불바위 등 정말 기이하고 멋진 소돌바위들이었다.
파도가 밀려오면서 소돌바위를 치니, 파도의 파편들이 하얗게 부서지면서 또다른 장관을 만들어냈다. 그곳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파도소리에 젖어 들면서 잠시나마 여유를 부렸다.

소돌마을을 나와서 양양 휴휴암으로 향했다.
이름에 왜 쉴 휴가 두 개씩이나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일상의 번뇌를 내려놓고 쉬고 또쉬라’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좋다. 계속 쉴수 있을 것 같아서 …

휴휴암을 들어서면 입구에 연화법당이 있고,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거대한 지혜관세음보살 상이 있다. 어떤 일을 하시는 보살님이신가 했더니 항상 손에 책을 안고 다니시고, 학문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모든 학문을 통달하게 하고 지혜가 부족한 어리석은 사람들에게는 지혜를 갖추게 해주신다고 한다. 우리 가족에게 딱 필요한 보살님이신 것 같아 삼 배를 올리고, 간곡히 기도를 드렸다. 아이들에게는 학문을 통달하게 해주시고, 저희 부부에게는 지혜를 주시라고!

불이문을 지나 조금 내려가면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 곳에도 기이한 바위들이 많아 파도가 칠 때마다 흰고래가 덮치는 듯, 파도가 소리를 내며 부서진단다. 역시 바다는 동해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 바위에서 고기밥을 주면 떼를 지어서 치어들이 몰려오는 것, 또한 장관이라고 하니, 치어방생도 체험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쉬고 또 쉬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바다 까페를 찾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모두들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 바다는 늘 반성과 휴식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바다를 바라보며 지나 온 과거를 떠올리기도 하고, 또 나만의 휴식 시간이 되어 밝은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또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지 않을까?

 

무심코 지나치는 내 주위, 보지 않고 느끼지 않으면 모든 것이 지나가는 바람이고 먼지 일 뿐이라고 한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또 함께 한 사람들의 마음도 살짝 엿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함께해서 더 즐겁고 풍요로운 여행이었던 것 같다.                              【김해양·이윤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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