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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를 섞는 것과 네 가지를 섞는 것의 차이는?장원종/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원종/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해마다 가을이 되고, 겨울이 오면, 우리가 원치 않는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 손님들은 서쪽 바다 건너로부터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감기일 것이다. 감기는 급성호흡기질환의 하나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두통 및 근육통이 의학적인 감기의 증상의 나열인데, 의사가 아닌 일반인도 감기증상을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여 감기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감기는 겨울철에만 걸리는 것이 아니고, 매년 어른은 일년에 2~4번, 어린이는 6~10번 정도 감기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기 증상이 심한 경우도 있지만, 약한 경우도 있고, 대개는 특별한 치료가 없이 저절로 치유되기 때문에 우리가 감염된 것을 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유독 겨울철에 많이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겨울철에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에 감기에 걸린 환자와 가까이 있거나, 오염된 환경에 더 오래 접촉하게 되기 때문이다.

감기와 구별해야하는 비슷한 증상을 가진 또 하나의 귀찮은 손님, 질환이 있다. 독감, 한자로 毒感(독감)이라고 쓰기에 심한 감기(感氣)라는 이미지를 언뜻 떠오르게 하지만, 독감은 엄연히 감기와는 다른 질환이다. 

영어로 감기는 cold, common cold라고 하고, 독감은 flu, influenza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독감을 공식적으로 인플루엔자라고 하고 있다.

독감은 일부 유사한 면도 있지만 그 증상이 감기보다 심하며, 환자중 일부는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가 주된 원인체가 되며, 그 외에도 200여개 이상의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다. 여기서 코로나바이러스는 같은 과(family)에 속하지만, 사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는 다른 바이러스이다. 반면에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Influenza virus)가 그 원인이 된다.

우리 주변에서 가끔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는데 감기가 걸렸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독감예방백신이 원인이 다른 별개의 질환을 예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독감예방백신이 비용을 지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효용성이 없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그런데, 작년 말과 올 해는 정말 사단이 나고 말았다. 독감예방백신을 맞은 사람들중 상당수가 감기가 아닌 진짜 독감에 걸리는 사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매년 2월과 9월에 기술자문회의를 통해서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그 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백신주로 선정하여 권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백신제조회사에서는 발표된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하여 예방백신을 제조한다. 그런데, 올 해는 그 예상과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 한 것이었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으로 나뉘는데, A형 바이러스는 표면단백질의 조합에 따라 100여 가지 형태가 있고, B형은 대표적인 것이 야마가타(Yamagata)계열과 빅토리아(Victoria) 계열이 있다.

주로 A형과 B형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고, C형은 감염예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유행을 검토해서 몇몇 종을 섞어서 백신을 개발하는데, 2009년에는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인플루엔자에 의한 독감을 시급히 대처하기 위해 국내에서 해당 바이러스 1종으로 구성된 1가 백신을 개발, 생산하여 조기에 예방접종을 한 바 있다. 그러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세 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3가 백신), 혹은 네 가지(4가 백신)를 섞어서 백신을 제조한다. 3가 백신의 경우 A형 바이러스 두 가지, B형 한 가지로 구성된 백신을 생산하고, 4가인 경우 A형 두 가지, B형 두 가지로 구성된 백신을 생산한다.

올해 생산된 3가 백신에는 B형 독감 바이러스로 빅토리아(Victoria) 주가 포함되었는데, 예상과 달리 야마가타(Yamagata) 주가 유행한 것이다. 1월 4일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에 의하면 지난해 12월말까지 독감환자로부터 확인된 바이러스의 54.1%가 B형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일반적으로 독감 A형은 주로 12월부터 1월 사이에 유행하고, B형 독감은 3월에서 4월 사이에 유행해 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백신의 선정에 있어, 일반적으로 지난해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에 마지막으로 유행했던 균주가 다음 해에 유행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그 다음 해에 사용할 백신균주를 결정한다. 이러한 백신주 예측은 대략 50%정도의 확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2년에 한 번씩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

따라서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지 수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 3가 독감백신보다는 4가 백신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4가 백신은 3가 백신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며, 예방효과가 3가 백신보다 탁월하다는 것이 입증된 바 없다는 약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65세 이상 노인과 생후 6~59개월 어린이에게 독감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는 3가 백신이 접종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생산된 4가 백신에는 독자들도 예상하겠지만, 빅토리아 주와 함께 야마가타 주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독감유행은 '비용대비 효과'의 측면에서 3가 독감백신과 4가지 독감백신의 효용성을 우리 모두가 한 번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광진투데이  kj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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