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겨내는 이웃사랑의 호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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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겨내는 이웃사랑의 호박죽
  • 서울로컬뉴스
  • 승인 2016.12.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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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동 예수사랑교회 병원선교

보호자의 안타까운 마음까지 안아

암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원자력병원 8층 병동. 매주 화요일 11시만 되면 링거주사를 꼽은 환자나 보호자, 간병인이 길게 줄을 선다. 가까운 이웃인 공릉동 예수사랑교회(김진하 담임목사)에서 준비한 호박죽을 먹기 위해서다.

항상 정해진 시간에 오기 때문에‘호박죽 왔어요’ 안내방송이 나오기 전에 미리부터 병동 복도에 길게 줄을 선다. 당뇨합병증 환자들을 위해 달지 않은 호박죽도 따로 준비했다. 이 음식을 먹고 환자들이 완쾌되는 데 큰 힘이 되길 바라는 기도를 하며 배식이 시작된다. 거동도 힘든 같은 병실의 환자를 위해 서너 그릇씩 대리배식을 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들이 준비한 호박죽은 400인분. 월요일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교회 식당에서 아침 일찍부터 2시간반 동안 죽을 끓인다. 조리팀만 40명이다. 호박죽뿐만 아니라 한양대구리병원, 을지병원, 그리고 공릉동의 이웃들에게 전달할 도시락도 130개를 준비한다.

예수사랑교회는 2002년부터 병원선교를 시작했다. 주공 16단지에 교회가 있다가 2000년 공릉동에 교회를 지어 이전하던 시절, 김진하 목사는 무리한 활동으로 중환자실에 2번이나 가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 환자 가족들이 식사도 못하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고 보호자를 섬기는 마음을 가진 게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도시락 봉사만 했지만 원자력병원에서 암 환자에게 유용하다고 권해 호박죽까지 늘렸다.

조리팀을 이끄는 박혜원 권사 “아이 키우느라 좀 쉬다가 올해부터 다시 나왔다. 구리병원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드라이브 가는 마음도 상쾌하다.”고 말했다. 조리팀이 전부 여성인데, 남성도 한 명 있다. 아내가 월요일 준비팀으로 봉사하는 류세영 집사는 “호박죽을 끓여서 식지 않게 보온통에 담아간다. 통이 무거워 힘쓸 사람이 필요해서 2~3년전부터 시작했다. 화요일 오전은 시간을 비워둔다.”고 말했다.

원자력병원에서는 호박죽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사연도 많다. 절망감으로 치료조차 거부했던 환자가 호박죽으로 마음이 풀어져 치료를 잘 마친 이야기도 있고, 완치되어 고향으로 돌아간 환자가 농사지은 쌀, 호박을 기증하는 경우도 많다. 교회는 매주 400인분의 죽을 위해 호박창고를 따로 둘 정도이다.

송성근 부목사는 “생명의 소식, 향기 나는 소식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며 이 음식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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