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을 코딩하고, 호기심을 조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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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을 코딩하고, 호기심을 조각하다
  •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 승인 2017.01.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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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과학관, 2층에서 ‘우주의 소리’

이정모 관장 “과학은 실패하는 것” 

마법의 세계로 가는 문은 어디에 있나? 런던 킹스크로스역 9와 3/4 플랫폼에 들어가면 호그와트로 가는 플랫폼이 나온다. 탄소원자로부터 시작되어 DNA를 이룬 나의 50년 후 모습을 과학적으로 보려면 어디로 가야하나?

불암산 서쪽 자락의 서울시 유형문화재 69호 충숙이공 이상길 묘역 바로 옆 서울시립과학관 층으로 찾아가라. ?표가 있는 들어가는 입구 표시이다. π층에서는 화학실험도 할 수 있는데, 펭귄을 닮은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서울시립과학관은 건축도면으로 설명하면 지하1층 지상 3층 연면적 11,570㎡으로 중정구조이다. 여기에 4개의 전시실과 식당과 도서실 등 부속공간이 자리 잡는다. 사각형이지만 가운데가 비어 있는 중정 형태로 내부에서 계단 없는 경사로로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간다. 단순하게 3층 건물이 아니다. 전시공간만 유료 출입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설계되었다.

물음표를 따라 입장하면 중정 천정에 대우주의 시원이 펼쳐진다. 수학을 공부하는 작가 김주현의 LED 작품 ‘우주 토러스’다. 위상수학의 토러스란 개념은 이해하기도 까다로운데, 손잡이가 있는 컵과 가운데가 뚫린 도넛 같은 형태로 이해하는 개념이라고나 할까?

천문학을 전공한 이현배 전시과장은 “작은 불빛들이 초기 우주의 성운을 연상시킨다.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보면 볼 때마다 모양이 다르다. 성운이 부딪쳐 우주가 생성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4개의 전시관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1층에는 그린(Green)관이 있는데 주제는 공존- Harmony이다. 시립과학관은 ‘서울에서 만나는 과학’을 콘셉트로 전시관을 구성했는데, 그린관은 한강 밤섬과 북한산 등 도심 속의 생태계를 보여준다. 밤섬의 미니어처를 스코프를 통해보면 실제 현실과 3차원의 이미지를 융합한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로 보여준다. 한강다리의 과학도 알아보고, 건물 사이사이 도시에 부는 바람의 현상을 풍동실험으로 확인한다. 한수원에서 지진체험관도 만들 예정이다.

한쪽에는 아이디어 제작실이 있다. 이정모 관장은 “관람객들이 망치, 톱, 드릴을 가지고 직접 손으로 익히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늘면 좀 더 위험한 기계를 이용하는 공작실로 승급할 수 있다.

반지하에 해당하는 0.8층은 사이언스 홀이다. 대중강연과 세미나가 열리고, 도서실이 있다.

이정모 관장은 대중강연, 기고, 책, 박물관 큐레이터 등 다양한 능력으로 수년째 대중과 과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근무할 때도 박물관에 불이 꺼질 목요일 저녁에 성인들을 불러들였다. 과학자가 본인이 하는 연구를 발표하고, 이 강연을 들으러 과학교사와 일반인이 모였다. 과학자와 관객 사이에 진지한 문답도 오갔다. 자연사박물관이 아이들만 오는 곳이라는 관념을 깼다. 시립과학관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오전에는 중학교 학부모를 위한 교양과학 교실도 운영하는데, 자녀들과 같은 수준으로 배운다.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공부하는지 통감할 수 있도록 한단다.

1은 아무리 곱해도 1이다. 2를 곱하면 4가 된다. 곱해서 2가 되는 수는 다.

그린(Green)관에서 경사로를 올라가면 맞은편에 오렌지(Orange)관이 있다. 1층보다는 조금 높은데, 2층은 아니다. 그래서 층이다.

생존-Life가 주제인데, 인체가 중심이다. 현재의 사진을 찍어서 3살 때, 90살 때의 내 모습도 볼 수 있다. 현미경으로 DNA검사, 피부조직 검사, 머리카락 나이검사를 할 수 있다.

기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적용해 인체 계통을 하나씩 확인하도록 피부, 근육, 힘줄, 혈관, 내장, 뼈를 3D로 보여준다. 우리 일상에 공존하는 파리, 모기, 진드기와 쥐도 어떻게 공생하는지 보게 된다.

한쪽에는 탄소 부스가 있다. 결합력이 강해 생명원소를 비롯한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탄소의 변신술도 살펴본다.

사무실과 식당이 함께 2층 블루(Blue)관에서는 연결-Network을 보여준다.

원자부터 우주까지 존재를 구성하게 되는 것들의 관계, 뇌신경의 네트워크, 서울의 지하철 원리까지 관계망의 원리를 살펴본다. L자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우주공간에서의 VR산책도 해보고, 두 친구가 손을 이용하지 않고 염력으로 쇠구슬을 쏘는 게임을 한다. 집중력으로 뇌파가 강한 친구가 이기는 쇠구슬을 상대진영으로 보내는 것이다.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친구라면 조심해야한다. 내가 한달 동안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다 드러날 수도 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는 과학관에서 가장 풍경이 좋은 곳이다. ‘우주토러스’와 함께 우주를 소리로 느끼는 공간이다. 우주에 떠 있는 각 별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를 가청주파수로 변환해서 우주의 소리를 듣는다. 화성, 목성, 천왕성의 소리가 다르다. 거기에 창으로 들어온 빛이 흰 벽면에 무지개를 그린다.

3층은 순환-Circulation을 주제로 한 레드(Red)관이 있다. 친구 4명과 손을 잡으면 짜릿한 정전기를 느낄 수 있고, 마찰이 없는 등속운동을 구현한다. 하계동의 교통흐름을 불빛과 움직임으로 표현한 사이아트(SciArt 과학의 기술력을 빌려 완성한 예술) 작품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컴퓨터 역사관. 천리안 pc통신을 구현, 요즘 스마트폰에 카톡을 주고받는 체험도 한다.

3층 건물이지만 3층이 꼭대기가 아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교육실과 3개의 실험실이 있다.

처음에는 파이(π원주율)층으로 불렀는데, 복잡하다는 여론에 파이층 명칭을 없애고, 그 아쉬운 마음을 중정 바닥에 표시했다. 천장 유리에 새겨놓은 숫자가 바닥에 색색의 글자로 π= 3.14159265가 나타난다. 여름날 오후에만 볼 수 있는 비밀의 숫자이다.

이정모 관장은 “과학관은 질문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해결은 각자가 하는데, 박물관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시립과학관은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공부하는 과학관”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시립과학관의 모토는‘관찰을 코딩하고, 호기심을 조각하다.’로 정했다.

“과학은 신나고 재밌기보다 실패를 거듭하는 지루한 작업을 한다. 대중과학을 쉬운 과학으로 하려다 보니 과학의 본질은 빼고 일화중심의 이야기만 남는다. 우리는 실패하는 법을 배워야 성공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익숙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오는 5월 개관을 앞두고 전시물 반입과 수정 작업이 한창이다. 학생, 선생님이 먼저 관람해보고 문제점이나 이용소감을 포스트잇으로 바로 붙인다. ‘내가 만드는 과학관’이다. “실제 수요자들의 반응을 보고 정비 중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만든 거야’ 하는 애정을 가지게 된다. 과학관이 보고 가는 곳이 아니라 내 공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은 계속 바뀔 거니까 이용자인 주민들이 중심을 잡아야 잘 돌아간다. 해설사를 고용하여 오랜 동안 투자해서 교육시키면 떠나간다. 서대문박물관의 도슨트 모임은 10년씩은 봉사한 분들인데, 지금은 석박사수준이 된다. 어릴 때 참여했던 친구들이 계속 공부하고, 그중에 과학자가 되고, 또 이 공간의 관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관의 옥상공원은 불암산 경관과 아파트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불암산 산책로에서 건물을 통하지 않고 외부 경사로를 통해 바로 올라올 수 있다. 옥상정원은 안 가꾸고 방치해 자연생태가 조성되도록 할 계획이다. 마당의 연못도 마찬가지다. 과학관 주변이 그대로 과학이면서 누구나 쉬어가는 공간이 되도록 한다.

“공공기관은 시민이 마음대로 쓰는 공간이다. 전망 좋은 식당에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고, 창가에 의자가 배치되어 공부하기도 좋다. 식당에는 어떤 밥이 잘 팔릴까? 어떤 식으로 운영할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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