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직원이 연차라도 쓰면 동 업무가 마비됩니다", "운전 가능하고, 무거운 물건 옮길 수 있는 남자 직원 보내주세요"
동대문구가 오는 7월 1일자로 정기 인사가 있을 예정인 가운데 동장들이 실제 동 업무에 필수가 된 '젊은 남성 직원'을 원하고 있다.
이미 초등학교에서는 남자 교사가 부족해 남녀 성비 비율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동대문구청 신규 직원도 이미 남자 직원보다 여자 직원 비율이 높아졌다. 구에 따르면 동대문구청 신규 직원 임용으로 ▲2015년 남28·여38 ▲2016년 남62·여84 ▲2017년 남40·여41 ▲2018년 남47·여34 ▲2019년 남53·여52 ▲2020년 남35·여37 등으로 최근 6년간 남자 265명과 여자 286명의 신규직원이 임용됐다. 비율이야 비슷하지만 현재 동대문구청에는 총 1,356명의 직원 중 남자 직원이 697명, 여자 659명이며, 퇴직하는 직원들이 대부분 남자 직원인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여자 직원 수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 업무를 보는 것에 남녀가 무슨 상관이냐겠지만 달라진 남녀 성비로 인해 많은 부작용 발생하고 있다.
구청사는 남자 직원들만 실시하는 당직근무 주기가 짧아져 남자 직원들 불만이 가장 크다. 당직 근무가 없어 전혀 불만이 나지 않을 동 주민센터는 다른 이유에서 동장 및 복지팀장들 불만들 크다.
현재 관내 14개 동 주민센터는 18~2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가운데 남자 직원이 높은 동은 제기동, 청량리동, 회기동 등 3곳 뿐이다. 구 관계자에 따르면 "구청사 근무는 야근 비율이 높아 대체로 육아와 가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신혼 여자 직원들이 꺼려한다. 상대적으로 동청사 근무는 야근이 적어 육아와 가정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어 동청사 근무를 자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민센터에는 신혼의 여자 직원 비율이 높다. 특히 주민센터 복지팀의 경우 5명 인원 중 4명이 여자 직원으로 남녀 성비가 8:2인 셈.
대민업무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주민센터 맞춤형복지팀은 지역에 보살펴야 할 독거노인, 빈곤위기가정 등을 방문하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차에 전달할 쌀과 부식품을 싣고 가야 하는데 남자 직원이 월차라도 쓰면 여자 직원들이 무거운 짐들도 옮기지 못하고, 면허가 있더라도 트럭인 행정차량 운전이 서툴러 운전을 하지 못해 업무가 마비된다는 것. 이 때문에 동장들은 무거운 짐도 잘 옮기를 수 있는 젊은 남자 직원을 선호하고 있다.
관내 한 동장은 "우리 동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집중하겠다고 여자 직원 1명은 퇴직의사를 밝히고, 또 다른 1명은 육아휴직 의사를 밝혔다. 한꺼번에 직원 2명이 빠져 업무에 큰 차질이 생길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아울러 주민센터의 남자 직원 선호는 정기 인사가 다가옴에 있어 더욱 극명하다. 인사 담당자에게 제발 남자 직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는 것.
주민센터의 또 다른 한 동장은 "여자 직원의 경우 모성보호·육아시간 등을 쓰는 직원은 하루 2시간 단축 근무로 한 팀에 한 명만 월차를 내도 업무가 멈춰버린다"고 토로했다. 모성보호시간은 여자 직원이 임신 기간 중 매일 2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고, 육아시간은 여자 직원 자녀가 72개월 이하일 때 24개월간 매일 2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는 공무원 복지제도이다.
한편 주민센터 남자 직원 부족에 복지 행정 마비까지 오고 있다는 지적에 한 동장은 "복지 수요는 더 높아지고, 앞으로 공무원 남녀 비율은 여자 직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질텐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지역에 소규모 복지관을 늘려 주민센터와 복지관이 복지 서비스에 대한 분담이 있어야 하며, 휴직이나 월차 등 직원 공백에 대비한 예비 인원 확충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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