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를 담아낸 뮤지컬 '서편제' 프레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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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담아낸 뮤지컬 '서편제' 프레스 리뷰
  • 김정민 기자
  • 승인 2022.09.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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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恨을 소리로 아름답게 승화하다’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1 사진제공=페이지1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1 사진제공=페이지1

지난달 12일을 막을 올린 뮤지컬 ‘서편제’가 올해가 마지막 시즌으로 12년 여정을 마무리한다. 원작 소설의 저작권 사용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뮤지컬 ‘서편제’는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로 큰 사랑을 받은 이청준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며 1993년 4월 개봉한 영화는 최초로 한국 영화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뮤지컬 ‘서편제’는 소리에 집착하는 소리꾼 아버지 유봉에 의해 눈이 먼 누이 송화와 동생 동호의 이야기다.

영화와 다른 내용이 있다면 동호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는 가수로 설정돼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났다. 아버지를 견디지 못한 동호는 가출해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밴드를 꾸린다. 동호가 떠난 뒤 송화는 소리를 완성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동호 걱정에 소리를 포기하려 한다. 이런 송화를 보고 유봉은 송화의 두 눈을 멀게 한다.

영화에선 유봉이 판소리를 지키는 인물로 나온다면, 뮤지컬에선 송화가 그 역할을 맡는다. 뮤지컬에서 송화는 판소리를 상징하고, 판소리는 한과 맺어지고, 한은 예술가 정신으로 이어진다.

동적인 영화와 달리, 정적인 뮤지컬에선 원형으로 돌아가는 회전무대로 삶과 예술의 고단함을 표현했다. 이런 무대장치로 하염없는 길을 걷는 모습과 배우들이 서로 노랫가락을 주고받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드러냈다.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2 사진제공=페이지1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2 사진제공=페이지1

영화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영상미는, 뮤지컬에선 수묵화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화면으로 처리했다. 여기선 새하얀 눈이 내리고, 붉은 매화꽃이 흩날리고, 시원한 폭포가 쏟아지며 변화하는 사계절을 보여준다. 한지를 겹겹이 붙여 세로로 길게 내린 커튼들은 정갈하고 청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송화는 눈이 먼 고통,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원망으로 응어리진 한을 소리로 승화시킨다. 역설적으로 자기 눈을 멀게 한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소리꾼으로 거듭난다.

송화는 이자람·차지연·유리아·홍자·양지은·홍지윤 등 6명의 배우가 나눠 맡았다.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3 사진제공=페이지1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3 사진제공=페이지1

뮤지컬 '서편제'는 恨을 아는 한국인이라면 뼛속까지 스며들도록 이해되는 작품이다. 판소리와 트로트, 한국가요를 들며 울고 웃가 보면 어느덧 마지막 장면에 이르게 된다.

눈먼 소리꾼 송화는 전국을 헤매다 마침내 자신을 찾아온 의붓동생 동호를 알아볼 수 없다. 동호는 누이 송화에게 소리를 청한 뒤 어릴 때처럼 북을 손에 잡는다. 송화는 판소리 ‘심청가’ 가운데 심 봉사가 눈뜨는 대목을 절절한 소리로 토해낸다. 꽃잎이 흩날리는 듯한 무대조명이 객석까지 비추면서 뮤지컬은 끝난다.

2,30대가 가득한 공연장에 5060 세대가 웃고 울며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서편제’는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비비시에이치(BBCH)홀에서 10월 23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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