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66 삶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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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66 삶과 사랑
  • 김정민 기자
  • 승인 2022.12.27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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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쥬넥스의원 성기수 원장
청담 쥬넥스 의원 성기수 원장
청담 쥬넥스 의원 성기수 원장

연말이면 따스한 가정과 화목한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과 함께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리는 장면들을 여러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나마 TV 앞에 우르르 모여 앉아 얼굴 맞대고 소닥소닥하던 시절이니, 그런 연말의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식구 여럿이 모여 앉아 있어도, 모두들 고개를 떨구고 자신들의 SNS 혹은 검색에 몰두하느라, 곁에서도 문자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삶의 모습도 세월 따라 많이 달라지는 가 싶다.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연말연시가 되면, 나이가 한살 더 먹던 일도, 이젠 만 나이로 바뀌면서 아쉬워할 일이 없어졌으니 다행인가 싶지만, 또 한편 내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면서 이젠 얘기하기 어려운 일이 되는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대가 지나면서 이전의 기억들은 새로운 기억들로 바뀌어 갈 뿐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 과의 인연은 늘 포근하게 이어지게 되고, 이러한 세상의 인연이라는 끈들로 인해 사랑을 느끼고 소속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갖고 세상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결국 살아가는 동안 나의 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따라, 또는 내가 주변 사람들이게 어떤 인물이 되는가에 따라 삶의 행복과 부담이 교차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어서 가장 친하면서도, 막상 가장 서운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사랑을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자, 삶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삶의 기준점이 되기도 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힘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면서, 애증의 교차점을 드나드는 변곡점이자 성장하면서 서서히 떠나가서, 자신만의 또 다른 울타리를 만들어 가야하는 목적지이기도 하다.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쩌면 평생 사랑이 부족한 듯한 세상을 살게 될 수도 있다. 받지 못하니 포기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경험이 부족한 결과일 가능성이 많다. 결국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어서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린 것 같다. 따뜻함이라는 것은 수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따스함을 함께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이 기준이기에, 24시간을 붙어 있지 않아도 찰나에 보충이 되고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연인이 만나면서 눈 한번 마주치는 순간에 마음이 다 온화해지지 않던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즐거운 시간이 되고, 불편한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안 좋아 피하게 되는 일상의 반복이 결국 인생이라고 어떤 스님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특별하게 무언가를 만들거나 이루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지도 모른다. 일을 해서 결과를 보여주기 보다는 주변의 사람을 챙기는 정성이 나를 더 사랑받는 존재로 만들어 줄 것이다. 추운 날씨에, 또 연말연시 기에 더욱 가족이라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그리워지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보는 가족이지만, 또는 얼마간 서로 못 보며 지내기도 하지만, 그저 건강하게 저녁에 얼굴 마주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마음이 누그러지고 따스함이 전해지는 건, 그 울타리에서 느껴 본 사랑이라는 포근함이 열을 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된다. 장소하는 많은 분들을 보면, 주변에 늘 이렇게 사랑을 따스하게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장수의 묘약이란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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