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람들도 공사 상황을 기록하고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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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람들도 공사 상황을 기록하고 관리했다?
  • 이원주 기자
  • 승인 2023.12.0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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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사편찬원,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 발간
- 조선 숙종대 경덕궁(오늘날 경희궁) 수리 과정에 대한 의궤를 번역하여 원문과 제공
- 《경덕궁수리소의궤》는 프랑스로 반출되었다가 145년 만에 귀환한 외규장각 의궤
- 12월 8일(금)까지 발간을 기념한 퀴즈 이벤트 개최
《한양도》 속에서 확인되는 ‘경덕궁(慶德宮)’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서울사료총서 제20권《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를 발간한다. 이번에 발간하는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는 조선 숙종대 경덕궁(慶德宮)의 수리 과정을 기록한 《경덕궁수리소의궤》를 번역하여 시민들에게 그 자료를 소개하는 도서이다.

‘경덕궁’은 다소 낯선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경희궁(慶熙宮)’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궁궐이다. 이 궁궐은 임진왜란 이후에 만들어져 140여 년간 경덕궁이라고 불렸으나, 1760년(영조 36) ‘경덕(慶德)’이라는 명칭이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의 시호 가운데 ‘경덕(敬德)’과 음이 같다고 하여, 그 이름을 경희궁으로 바꾸었다. ※ 추존왕: 생전에는 왕이 아니었으나, 자손이 왕이 되어 사후에 왕으로 추대된 왕.

경덕궁(경희궁)은 창덕궁과 더불어 왕이 머물며 국정을 운영하던 중요한 장소 가운데 하나였는데, 경복궁 서쪽에 있어 ‘서궐’이라고도 하였다.

《경덕궁수리소의궤》(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인조반정으로 즉위한 인조는 창경궁이 중건될 때까지 9년간 경덕궁에서 보냈고, 영조 역시 치세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숙종과 순조가 승하한 곳도, 그리하여 경종·정조·헌종의 즉위가 이루어진 공간도 경덕궁이다.

경덕궁의 이와 같은 위상 변화에는 경덕궁에서 태어난 숙종의 역할이 크다. 숙종은 경덕궁에 오랜 기간 머무르며 국정 운영을 하였고, 1693년(숙종 19)에는 대대적인 개보수를 단행하기도 했다.

《경덕궁수리소의궤》는 바로 이 시기 경덕궁 수리에 관한 공사를 1책으로 기록한 기록물이다. 별도의 삽화 등은 없이 담당자들의 명단, 수리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공문들이 일정한 항목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마지막에는 공사 책임자들의 수결로 끝을 맺고 있다.

공사를 담당한 수리소에서 관련된 제반 사항을 먼저 기록하였다가 완공 후 혁파되었다. 이후 의궤청을 설치하여 이를 토대로 의궤를 편찬하였다.
※ 수결: 신분의 증명이나 확인을 위해 공사문서에 자필로 쓰던 부호, 오늘날 사인과 같음.

《경덕궁수리소의궤》에는 궁궐의 보수를 위하여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얼마만큼의 인적·물적 자원이 동원되었는지 등의 당시의 상황들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조선시대 궁궐 공사의 양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일례로 기한 내 완공하기 위하여 밤낮없이 일하는 상황에서 작업자들에게 특별히 통행증을 발급하고 야간통행을 단속하는 포도청과 순청(巡廳) 등에 이들의 통행을 금지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지방에서 공급하는 물품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급될 수 있도록 관문(關門)에도 협조를 구하였다.

경덕궁 공사 과정에서 인골(人骨)과 머리카락 등이 발견되자 별도로 매장하고 제사를 치러주는 일도 있었다.

《경덕궁수리소의궤》는 왕에게 올리는 어람용과 기관에 보관하기 위한 분상용으로 나누어 만들어졌는데,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경덕궁수리소의궤》는 어람용으로 현전하는 유일본으로 초록운문대단(구름무늬를 넣어 짠 초록색 최고급 비단)의 겉감에 최상품의 고급 종이로 제작되어 보존되어왔다.

《경덕궁수리소의궤》는 2011년 체결된 프랑스-한국 간 합의문 및 프랑스국립도서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간 체결된 약정에 따라 귀환한 의궤로, 저작권과 법적 권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 양자에게 있다.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

이 의궤 역시 외규장각에 보관되던 다른 의궤들과 함께 1866년(고종 3) 병인양요 당시 약탈되어 오랫동안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었다가, 1975년 고(故) 박병선 박사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졌다. 1990년대부터 이루어진 우리 정부와 학계의 오랜 반환 요청이 2011년 결실을 맺었다.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는 자료소개, 번역문, 원문을 함께 제공하여 시민들이 외규장각 의궤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는 시민청 지하 1층 서울책방과 온라인책방(https://store.seoul.go.kr)을 통해서 구매(15,000원)할 수 있다. 또한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를 비롯한 <서울사료총서> 시리즈는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https://history.seoul.go.kr)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도 열람이 가능하다.

아울러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20번째 서울사료총서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의 발간을 기념하여, 퀴즈 이벤트를 개최한다. 시민들은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과 사회소통망(SNS) 및 서울시의 각종 누리집을 통하여 참여할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는 조선시대 서울 궁궐 수리 공사의 일면목을 기록하고 있는 귀한 사료”라며 “앞으로도 서울역사편찬원에서 발간할 조선시대 건축 의궤 번역 작업들에 시민들과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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