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쌤의 冊世映世] 우리는 삶의 주도권을 누구에게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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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쌤의 冊世映世] 우리는 삶의 주도권을 누구에게 주었을까?
  • 성광일보
  • 승인 2024.03.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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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도둑맞은 집중력 >을 읽고
김정숙 논설위원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면서 타이핑을 하고 전화 통화도 하면서 가끔씩 TV에서 하는 오락 프로그램에 배꼽도 잡고 동시에 음악 소리에 장단을 맞추느라 머리와 다리를 흔든다. 나는 이게 된다. 아니, 어떤 사람은 여기에 밥까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이 바쁜 직장인의 삶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더니 직장을 그만둔 지 가 언제인데 나는 아직도 멀티태스킹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빨리 마쳐야 하는 바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루의 일과를 천천히 해도 시간이 남는다. 남은 시간엔 TV예능프로그램도 보고 멍하니 천장을 보고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바쁘건 안 바쁘건 멀티태스킹은 생활이 됐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쁠 땐 멀티태스킹이 능력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잠을 줄이거나 어떤 일은 하지 못하거나 빠뜨리고 지나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바쁘지 않은데도 멀키태스킹을 한다.

나만 그런가? 아니다. 현대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멀티태스킹을 한다. TV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밥을 먹는 건 기본이고 유튜브를 보거나 뉴스를 보면서 러닝머신을 뛰는 것도 기본이다. 자전거를 타면서도 음악을 듣거나 오디오 북을 듣고 TV를 보면서도 핸드폰을 본다. 한 번에 한 가지를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건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이제 멀티태스킹은 현실이다.

멀티태스킹의 장점은 시간을 다퉈 해야만 하는 일을 한 번에 처리한다는 점일 것이다. 여기서 단서가 있다. 시간을 다퉈 해야만 하는 일을 한다는 점이다. 그럴 때 멀티태스킹은 요긴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이 된 멀티태스킹은 단서가 없는 멀티태스킹이다. “시간을 다퉈 처리해야만 하는“이라는 단서가 없는 것이다.

TV를 보면서 휴대폰에서 뉴스를 읽는다든가 유튜브를 보면서 러닝머신에서 뛴다든가,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는 멀티태스킹은 시간을 다퉈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다. 그저 같은 시간을 쓰면서 기왕이면 한 가지보다 두 가지를 다 하면서 움직이면 시간의 가성비가 높다고 여겨서 이기도 하고 한 가지만 하기에는 심심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시간을 다퉈 들어야 하는 노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다퉈 봐야 하는 뉴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기왕 시간을 쓰는 것,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는 것은 성이 안 찬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의 단점은 무엇일까? 말 하나 마나다.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할 때 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인데 집중력이 떨어졌을 땐 실수를 하기 쉽거나 디테일에서 떨어지기 쉽다. 집중해서 무얼 한다는 건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몰입이 주는 긍정성은 창의와 즐거움, 그리고 성취감이다. 그런 긍정성은 하는 일을 더 즐겁게 하여 지속적 활동을 가능케 하고 행복을 경험하게 한다. 인간이 누리는 행복으로 분비되는 엔돌핀은 건강의 상징이다. 집중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집중력을 방해하는 멀티태스킹을 한다. 그것의 부정적 영향력이 집중력을 방해해서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행복 호르몬을 분비하지 못하게 하는데도 여전히 멀티태스킹은 현실이 되고 일상이 된 것이다.

책< 도둑맞은 집중력>은 멀키태스킹의 세계까지 입문한 현대인들의 습관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문제점은 왜 그런 것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뇌 과학에서는 어떤 연구가 있었는지의 내용들을 여러 임상과 사례를 들어가며 낱낱이 열거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스마트 폰이나 디지털 기기에 대해 자제력이 없어서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인의 문제점으로 등장한 비만율의 증가가 정크푸드의 증가와 생활방식의 변화가 만들어 낸 것처럼 집중력의 위기를 맞게 된 이유도 현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 낸 유행병과 같다는 것이다.

그 시스템 이라는 것에서 거대한 테크 기업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도파민 중독을 가져오는 소셜 미디어의 폐해는 물론 짧은 영상 미디어에서 방출되는 자극적인 콘탠츠들이 왜 인간의 집중력을 앗아가게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한 번 보면 멈출 수 없는 중독의 세계에서 시간을 도둑맞고 있는 현대인들이 집중력마저도 도둑맞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로써 집중력의 위기를 맞은 시대에 어떻게 삶의 주도권을 다시 잡을 것인가를 알려주는데 책을 집필하기 위해 찾아다닌 사례도 많고 참고 문헌도 많아서 읽는 내내 맹신의 신뢰가 확신의 신뢰로 자리 잡게 한다.

내용은 책에 있다. 귀한 내용이라 내용을 열거하는 건 내용을 가볍게 하는 스포일러가 된다. 어쨌거나 삶은 권력을 쥔 자의 것이다. 내 삶의 주도권을 어떻게 다시 내가 쥘 것인가. 집중력에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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