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이 만난사람] 도서관이 될래요!”했던 어린이 한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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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업이 만난사람] 도서관이 될래요!”했던 어린이 한희수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4.03.12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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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동아리 만들고, SF소설 쓴 이 소년이 애정하는 것들
“도서관 원서 그림책 모퉁이 제일 좋아! 소설 세계관 만드는 일도 재밌어!”

어린이 도서관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책엄책아)는 2001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문을 열었다. 지금은 서울숲-남산 둘레길 금호산 등성이에 위치해 있다. 이 작은 동네도서관은 매해 '나랑 같이 놀자' 책축제를 열고, 매해 엄마와 아이로 구성된 동아리도 조직해 왔다. 매해 7~8개 쯤의 공모사업과 마을문화카페 산책도 운영한다. 지난해는 23년간의 책엄책아 아카이빙 작업도 했다. 이 작업 중, 한 소년이 말이 여럿에게서 회자됐다. 
“나는 어린이도서관이 될래요!”라는 말. 
이런 '기특한' 말을 했던 친구 한희수는 2024년 올해 중학생이 됐다. 그의 가족은 지난 2021년 책엄책아서 주는 '책 읽는 가족상'을 받았다. 희수가 아기 때, 동생은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도서관과의 인연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도서관이 되고 싶었던 그 소년이 2023년 <SF소설 공모전>에 3만여 자의 소설을 공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2월 4일 일요일 점심때쯤, 희수는 무학교회서 뛰어 <성동구립도서관>까지 내처 뛰어왔다. 볼빨간 이 사춘기의 소년과 인터뷰했다.

한희수 군이 들고다니는 에코백은 성동구x작은도서관네트워크에서 만들었다. 책과 도서관은 사람을 작가로 만든다.

◆도서관이 되고 싶었던 소년, 작가가 되다

- 자신의 소개를 부탁해요.

“저는 현재는 행당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이제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는 한지수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주로 글쓰기나 아니면 멍 때리기 정도가 있고, 합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가지고 어떻게 보면 되게 멍청해 보일 수 있는 그런 주제로도 되게 얘기를 되게 많이 해요. 예를 들어 셔틀런을 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 최근에 가장 바빴던 일 그리고 집중했던 일은 어떤 거였어요? 

“바쁜 건 뽑으면 이사하는 거. 집중했던 일은 공모전이라든지 소설 쓰기 같은 거를, 요즘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몇 개 나와 가지고 하고 있어요.”

- 지난해 책엄책아 아카이빙을 했어요. 초대 김소희 관장님부터 활동가분들, 이제는 청년이 된 옛 아이들까지 스물 세 팀을 했죠. 거기서 '도서관이 되고 싶어요!' 했다는 희수 이야기가 자주 나왔어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 하겠죠? '어린이들 집단 인터뷰'를 했을 때, 희수는 자신을 문학으로 이끌어 주었던 책이 《샬롯의 거미줄》이라고 했었죠?

“그 책은 기승전결이 상당히 뚜렷하고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등장 인물들이 각각 되게 특색 있고 개성 있어가지고 되게 재밌게 읽었어요.”
이 작품은 『스튜어트 리틀』의 작가이기도 한 엘윈 브룩스 화이트의 1954년 작품이다. 두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친구들이 본 작품. 희수는 이 작품을 책으로, 영어로도 읽었다. 영국작가 로알드 달로 이어진 희수의 책읽기는 프랑스 문학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로도 이어졌다. 베르베르는 희수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 이전의 작가들과 베르베르가 다른 점이 있었어요?

“예전에도 애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쓰고 했는데 그때는 그냥 단순한 만화책? 소설이라고 하기도 그러니까 몇 장, 글 몇 장 정도로 그냥 아이들이 썼었어요. 근데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을 딱 읽으니까 세계관을 만든다는 그 로망이 생겼어요.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도 좋아하고 하는데, 그때부터 그 한 세계관을 만드는 그거에 빠져가지고 되게 소설 쓰기에 훨씬 더 약간 디테일도 들어가게 되고 점점 더 나아지게 해줬던 것 같아요. 베르베르의 『개미』 나오는 에드몽 웰즈라는 사람은 『티나토 노트』에도 나오고 『천사들의 제국』에도 나오고 『신』에도 나오고, 아마 『고양이』에도 나올 거예요. 그런 부분이 되게 저한테 도움을 많이 줬어요.”

◆동네도서관, 구립도서관에 자주 갔다. 친구들과 함께 했다

- 그때 추천했던 작품 중에는 『있으려나 서점』도 있어요. 일본 문학도 좀 읽었어요?

“도서관 책들을 그냥 살펴서 뽑아 보거든요. 일본문학은 잘 안 맞아요. 저는 깊숙히 들어갈 수 있는 걸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덕질이 가능한 거? 예전에는 『해리 포터』 같은 소설에도 빠져가지고 거기서 몇 년 동안 있다가, 『스타워즈』도 좋아하게 되고. 『티나토 노트』 같은 경우에는 약간 종교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것 덕분에 되게 여러 신화들을 조사해 보게 됐고. 『기억』이라는 책하고 『꿀벌의 예언』은 전생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것 덕분에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이 조사를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진짜 볼 거라고 생각도 안 했던 이슬람이라든가 신도교라든가 불교라든가… 하는 책들도 보게 됐어요." 

- 그렇게 읽으려면 도서관을 자주 가야겠는데요? 희수의 도서관 생활은 어때요? 

“방학 때는 아침에 할 게 하나도 없으니까 성동구립도서관에 갔어요. 점심까지는 거기에 있다가 집으로 와가지고 학원을 갔고요. 책엄책아는 엄마가 어릴 적부터 저를 데리고 다니셨어요. 거기 영어 원서 그림책 있는 구석이 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거기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에요. 도서관엔 재미난 책들이 너무 많아요. 『혹성탈출』은 진짜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아빠하고 영화하고 책하고 비교해 보기도 하고 했어요. 아빠는 영화만 보고 저는 책만 봐가지고 그래서 막 서로 비교하고”

- 희수도 최근에 SF소설 공모전에도 출품을 했다고 들었는데. 

“제목은 《네버엔드 유토피아》. 제목은 내용하고 완전 상반되게 지었는데, 약간 비꼬는 느낌으로 만들었고 세계관을 만드는 데 진짜 한 달이 걸렸어요. 지구하고 달이 있는데 지구에 있는 여러 단체들의 이름을 고르는 것부터 달의 도시를 만들었는데, 그 도시에서 수로하고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하고, 인물들 하고 그걸 일일이 다 만들어서 몇 층에는 뭐가 있고 막 그런 것까지 다 엄청 디테일하게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되게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 글을 같이 쓰는 친구들이 있다는 거죠? 어떻게 결성이 되고 유지되고 있는 친구들인가요?   

“동아리 그냥 동아리인데 애들하고 그냥 책을 만드는 건데 구호는 딱히 있진 않지만 그냥 만나서 책 관련 얘기 나누고 책 쓰고 책 읽고 이러닝 활동을 주로 하는데 함께 공모전도 나갔어요. 우리들이 모여서 많이 이야기들도 나누는 데 '3년이나 했는데 성과가 없다' 해서 이번에 공모전 내보자고 했어요. 제가 주로 세계관 만들고 글을 썼고, 친구들이 수정하고 얘기하고 하는 분배역할을 했어요. 우주책(동아리 이름)에서는 큰 사건이었어요.”

◆도서관도 자신의 경험도 모두 글쓰기의 자양분

『15소년 표류기』에서나 『파리대왕』 등의 (어린이) 집단을 다룬 소설에서도 갈등과 배신과 이탈의 과정을 거친다. 처음엔 친구였던 구성원들이 점차 시간이 지나며 다른 목표를 지니게 되고, 주도권을 놓고 다투게도 된다. 이러한 과정은 삶의 일부이고, 이러한 과정은 실제의 소년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변화가 우주책에도 있었다. 열 명쯤 넘던 우주책 친구들도  최근엔 수가 줄었다. 남은 아이들은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희수는 중학교를 일원동서 다니게 된다. 조용한 동네다.  

- 이사를 가는 이유도 일부 그렇겠지만, 중학생이 되면 글쓰기를 할 시간이 없을 텐데요? 공부와 병행해야 할 거고. 요즘엔 어떻게 활동해요? 

“잠을 줄여야죠. 글쓰기는 계속 하고 싶어요. 저흰 2주에 한 번씩 다 만나 이야기를 나눠요. 랜덤 키워드 글쓰기 하고, 다음 모임까지 글 써 와요. 저는 초소립자 하고, 태극권 하고 별이 나와 가지고 지금 그걸로 소설을 쓰는 중인데. 그래도 저는 좀 나아요. 어떤 애는 별, 공주, 오토바이 나왔고 어떤 애는 젤리, 투명, 학교교복 이런 것도 나왔고. 우리끼리 상금도 걸어요. 가장 잘 쓴 사람한테 상금 주겠다. 알로에 화장품이나 필통을 주겠다,약간 이런 식으로….  다들 열심히 쓰고 있죠.”

- 작가가 무슨 매력이 있대요? 글을 계속 쓰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그냥 딱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그냥 멋진 것 같아요. 예전에 옛날 책들 같은 거 볼 때 감정 표현하는 부분이 저는 되게 좋아요. 제 습관 중 하나가 그러니까 아이디어를 얻는 게 다 샤워할 때거든요. 《네버엔딩 유토피아》도 샤워하다가 올라온 거고. 그때 기본적으로 감정하고 그때 행동을 정리하고, 거기에서 세계관 확장시키는 느낌. 이런 식으로 저는 주로 써요.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은 무언가를 상상하는 데 되게 많이 도움을 줬어요. 도서관에 그림책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 그림책들을 읽으면 즐거웠어요.”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 행당동 시절의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2. 2011년 두 살 때.  희수가 책엄책아의 사서이자 활동가 이소유 쌤의 품에 안겨있다. 3. 2021년, 희수네 가족은 책읽는 가족상을 받았다. 4. 희수 엄마 양미화 님도 책엄책아에서 그림책 수업을 듣고 책을 썼다.

◆“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해요!”작가의 책을 읽다 작가가 되는 꿈

희수는 독서를 다양한 방면으로 한다. 코딩책도 많이 봤고, 3D 모델링하는 방법, 게임엔진 다루는 거는 '살짝' 봤다. 글쓰기 책은 '되게' 많이 봤다. 그 책들이 일부 희수 글의 자양분이 됐다. 그리고 삶도. 폭압에 맞서서 일어난 반란군이 다시 독재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번 소설 『네버엔딩 유토피아』도 개인의 경험이 밑바닥에는 깔린 것 같다고 희수는 말했다. 자신이 만들었던 출판사 우주책이 깨져갔던 경험. 그런 것들도 희수 글쓰기에 어느덧 스미고 있다. 

- 2022년에 엄마도 책엄책아에서 수업을 듣고, 그림책을 냈었죠. 희수 엄마의 엄마가 바빠서 매일 빈집에 들어갔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음식을 해놓고 기다린 일이 주제였어요. 『카레와 짜장』 완성된 엄마 책을 바라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책이 나오고 엄마랑 할머니랑 이모랑 엄청 울었대요. 듣는 바에 의하면 눈물바다가 됐다구요. 엄마가 이렇게 책을 만들 줄은 솔직히 몰랐는데 좀 놀랐어요. 그런데 되게 재밌었어요. 엄마 책 만드는 걸 도와주고 그랬는데, 엄마랑 뭘 같이 한다는 게 되게 좋은 거예요. 앞으로도 엄마가 계속 썼으면 좋겠어요.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게 좋잖아요.”

- 흔한 질문이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쓰고 있는데, 스팀펑크 소설을 좀 더 써보려고요. 아 스팀펑크요? 약간 공상과학이랑 비슷한 건데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에요. 초기 내연기관 같은 엔진이 있고 약간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그 시기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해서 새로운 세계로 떠나고 하는 이야기들. 지브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은 것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좀 함께 하면 좋겠어요. 공동체 활동 같은 거에 대해서 적극적이었으면 해요.”
희수 작가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다.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 가면 자신을 환대해주는 사람들. 그 안에 참여하고, 함께 벌이는 많은 활동들. 자신의 책을 읽고, 우리의 책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들.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들. 이로부터 이어지는 노력들. 원래의 도서관이 마땅히 가졌어야 하는 모습들.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벌어지는 풍경들. 작가들의 글을 읽다가 어느새 스스로 작가가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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