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전체회의살맛나는 송파, 전국최고의 도시 송파를 만들기 위해 ‘다시 뛰는 송파, 창의와 혁신의 구정’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민선8기 서강석 송파구청장의 향후 4년 구정 윤곽이 드러나며 힘찬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송파구청장직 인수위원회(위원장 한표환, 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는 12일 구청 대회의실에서 10일 간의 인수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는 업무보고회를 열고 공약사항, 예산, 조직개편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갖고 불요불급한 예산 111억여 원 삭감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내용을 제안했다.이날 서강석 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수위 전체회의 주요 핵심 내용은 △낭비성, 시급성, 성과 불분명한 47개 사업 111억 5천만 원 삭감, △주요 10대 공약(90개 사업) 타당성 검토, △구민 만족 극대화 및 일 중심의 국․과․팀별 통폐합 조직개편 사항 등이다.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예산 삭감 주요 내용은 △마을기업, 마을공동체공모사업, 주민자치시범사업 등 2억 1천, △송파 둘레길 관련 사업 9억 1천, △친환경공공급식센터 운영중단(대신 급식비 보조금 지원 검토) 7억 2천, △석촌호수 데크길 용역비 1억 원 등 총 111억 5천여만 원이다. 삭감된 예산의 신규 및 추가 투입은 △국가보훈대상자 예우수당 27억 8천, △6.25참전 유공자 위문금 1억 5천, △저소득 장애인 활동 및 독거노인 생활보조 수당 6천 3백만 원 등이며, 역점사업인 송파대로 명품거리 조성 종합계획 수립 용역비 4억, 열악한 환경미화원 근무환경 개선 13억 4천만 원 등 총 62억 7천만 원을 투입한다.이 같은 결과는 서 구청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임의롭게 생각하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불필요한 사업과 불필요한 자리를 만들어서 예산을 낭비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대목에서 읽을 수가 있다. 특히 삭감 예산의 신규 투입 성격은 서 구청장이 평소 “행정이 나라를 위해 헌신 봉사한 국가유공자 및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에 대한 예우와 배려에 구정의 우선을 두겠다.”는 철학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이어 민선8기 서강석 구청장의 공약사항으로 주요 10대 공약 내, 90개 단위사업에 대해 실현 가능성 등 소관 부서별로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정상추진 79건, 변경추진 6건, 지속협의 3건, 추가 검토 2건으로 잠정 확정하였다. 또 인수위원회 위원들의 주문, 요청사항 154건에 대해서도 소관 부서의 검토결과, 즉시반영 65건, 반영예정 63건, 타 기관과의 협의 11건, 중장기 검토 15건 등 총 128건에 대해서는 즉시 반영 예정이고 나머지 사항도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특히 인수위 요청 사항 중 눈에 띄는 것은 △직원근무평정 등 객관적 전문적 평가,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추진 재검토, △4차산업 첨단행정 구축, △건전하고 효율적 재정운용 기반 마련 장기 재정추계 실시, △여성친화도시 조성 정책 발굴, △민간단체 및 유관기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관광객 유치 특화사업 발굴 등이다. 또 △탄력적 주정차 단속, 그린파킹 사업 활성화, △염화칼슘 사용량 감축,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발전소 위탁 운영 직영 변경, △미세먼지 측정지도 도입 등 핀셋 대책 수립, △전기차 급속충전기 확대 방안 등 인수위의 주문은 직원 사기 진작에서부터 거시적인 재정 운용 마련까지 광범위하게 제시되었다.이와 함께 ‘다시 뛰는 송파, 창의와 혁신의 구정’을 뒷받침 할 조직개편 사항이다. 종전에 구민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불분명한 부서 및 팀 명칭을 변경하고 각 부서의 업무를 조정․검토하여 부적절한 업무는 기능에 부합하도록 조직을 대폭 통폐합하는 조직개편. 대표적으로 인허가 등 신속한 민원처리를 위해 민원행정과를 설치하여 민간 수준 이상의 원스톱 민원처리시스템 구축,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사업을 전담할 유사기능 분리․조정을 통한 도시현대화국 신설, 학생들의 학습권과 통학권 보장 및 구민 생활체육 증진을 위해 교육문화국 신설, 문화체육과를 문화와 체육을 나눠 문화예술과, 생활체육과 신설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이러한 공약 및 역점사업 추진을 내실 있게 추진할 전담 조직으로 전략개발기획단을 신설할 계획이다.이번에 폭넓은 식견과 전문성 등 탁월한 안목으로 송파구청장직 인수위원회를 이끈 한표환 위원장은 “인수위 출범하며 두려움이 앞섰다. 시간적 제약, 자료 부족 등 어려움이 있어 과연 제대로 운영돼, 향후 서강석 구청장이 4년 동안 구정을 이끌어 가는데 구민들에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도출해 낼지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소명의식을 갖고 작업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 신뢰를 보여주신 구청장께 감사드리고 짧은 시간에 최선을 다해 준비한 관계자들을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특히 여러 위원들의 검토결과에 대해 소극적, 수동적 자세 등 송곳 지적을 의식한 듯 총평을 통해 “여러 위원들이 보시기에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추진 여부에 대해 반영예정, 중장기 검토 등은 다음에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니 만큼 구체적 시기 및 용어정리가 필요하며 보다 적극적 자세와 일관성 있는 재검토가 요청된다.”고 주문했다.이날 인수위 업무보고 내용 중, 공약사항은 공약이행평가단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10월말까지 최종 확정하게 되며 예산 및 조직개편안은 구청장의 방침을 통해 오는 8월말 구의회에 최종 안건을 상정, 승인을 통해 시행된다.서강석 구청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구청장에 당선되고 인수위 구성이 엊그제 같은데 1개월이 지났다. 송파구청 인수위는 마치 서울시 인수위급이 아니냐고들 한다. 그동안 각계 석학 교수님 등 전문가들을 모시고 명성에 걸맞게 깊은 식견, 경륜으로 짚어주시고 국과장들 의견을 청취, 예산도 111억 정도 감액하여 추경안을 편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조직개편도 학자들께서 보시거나 행정실무자들 입장에서 적합하게 개편안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또 “그간의 지적사항들 보완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오늘 최종보고회를 계기로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위원님들을 송파구정에 자문교수로 모시고 싶다.”며 감사를 거듭 표했다. 특히 서 구청장은 “공직자들께서도 자료 검토 준비하느라 대단히 수고가 많았다. 공약사항 추진 여부를 반영예정, 장기검토 등으로 분류하였으나 정공법으로 검토하면 즉시 시행할 수 있다고 본다.”며 격려와 함께 적극적 자세를 주문했다. 끝으로 “선출직 자리는 벼슬이 아니다. 벼슬은 권력자가 자리를 주는 것이지만 선출직은 권력자가 아니라 오직 주권자인 67만 송파구민이 보낸 것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송파구민에게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마무리했다.
뉴스 | 김정민 기자 | 2022-07-13 13:45
김욱동고등학교를 졸업한 올해는 별 무리 없이 부모님의 허락까지 순조롭게 얻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작년 여름, 그전 해인 2학년 말부터 대학 진학문제로 부모님과 몇 번 마찰을 빚는 갈등에 시달리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중압감에서 벗어나고자 동생들의 돼지 저금통까지 깨부수고 대구로 도피했다. 내당동 작은아버지 집에서 며칠 빈둥거리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부산으로 연락 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달아나듯 10년도 지난 오래전 초등학교 1학년 때 누나와 같이 가 봤던 가창 외갓집을 혼자 갔다. 동산병원 맞은편 서문시장을 걷고 있을 때 '가창, 우록행' 이란 붉은 팻말이 보이는 시외버스가 나타났다. 잠시 망설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차에 올랐다. 비포장 길이라, 가끔 머리가 천정에 닿을 듯 덜컹거리던 버스는 파동을 벗어난 뒤 '대한중석' 앞을 거처 냉천을 지날 때는, 연신 시퍼런 개울 속으로 곤두박질할 것 같이 위태로웠다.버스 의자보다 낮은 게딱지 같은 함석지붕과 초가지붕이 거의 반반씩 섞여 있는 시골집들을 차창으로 흘려보냈다.점점 외가가 있는 삼산동이 다가오자, 외삼촌을 만났을 때 해야 할 거짓말을 연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긴 여름 해가 삼산동에서 청도로 넘어가는 팔송 재 머리에 얹히고 어둠이 어슴푸레하게 내리는 골목마다 밥 짓는 연기가 무리 지어 마을에 자욱했다.청솔가지 타는 메케한 냄새가 한꺼번에 마을 골목을 꾸역꾸역 쏟아져나오는 저녁 시간, 버스는 삼산동 정류소에 도착했다.겨우 두 사람이 앉아있는 것을 확인한 운전사가 재촉하는 눈길을 보내자 머뭇거리다 버스에서 내렸었다. “형아 언제 왔노?"낚싯대를 거의 손봤을 때쯤 나보다 두 살 손아래지만, 학교 수업만 끝나면, 논으로 밭으로 외삼촌을 따라 억센 농사일에 굵어진 탓인지, 골격이 어른 뺨 칠 만큼 건장한 외사촌 동생이 어깨에 삽을 멘 모습으로 뒤에 서 있었다. "응 여름 방학이라서 놀러 왔다.""참! 형 올해 대학교 들어 갔제?""그래, 진학했다. 삼촌은 어디 가셨나?" "볼일 보러 아침 먹고 바로 대구 나갔다. 저녁에는 올 끼다"동생은 삽을 마당 한구석에 세우고는 부엌 앞 장독대 옆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길은 샘물을 머리 위로부터 두어 번 뒤집어쓰고는 나에게도 등물하라고 물을 길었다. 뼛골이 저미듯 시원한 샘물이 등줄기를 타고 배꼽으로 모이는 것을 느끼며 수건을 받아들고 저수지 쪽을 보았다."요즘도 못에 붕어 잘 나오나?" 동생은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마루로 올라서며 못 방향을 한번 쳐다봤다. "몰래 투망 던지는 놈들이 많아 올해부터는 동네 형들이 밤에 돌아가며 지킨다고 하던데 모르겠다." 저녁을 지어 놓고 마실 나간 외숙모가 차려 둔 밥상을 사이에 두고 밥주발보다 더 높게 퍼 담은 저녁을 먹었다. 쌀이라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깡 보리밥이 푸석거리며 흩어지는 것을 연신 숟가락 안 든 손으로 우겨 싸며 몇 번 우물거리다 삼켰다. 막 된장 찍은 풋고추 아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구멍으로 미끄덩하고 내려가는 곱삶은 보리쌀의 묘한 감촉이다. <다음호에 계속>
뉴스 | 성광일보 | 2022-07-13 10:24
폭신한 이불같이, 단단한 사리같이향일암 오르는 길 바위틈 좁은 통로에 몸이 끼었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그녀를 '저쪽'의 가족들이 바라보며 약을 올렸다. 오래도록 그 일이 기억에 남은 건 적지 않은 쓸쓸함과 서운함 때문이었으리라. '한 지붕 아래서 잠을 자는 가족들'조차 킥킥거리니 한평생 살아온 세상이란 또 얼마나 어색한 것일까. 하지만 작가의 마음이 그 자리에 머물렀다면 수필집 '슬픔을 사랑합니다'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바로 코앞만 보고 조급함에 넓게 벌리고 내딛던 다리는 두 손을 모으는 마음으로 좁혀야 했다. 나지막이 몸을 구부려 살며시 방향을 틀었어야 할 허리를, 푹 수그렸어야 할 머리를, 뻣뻣한 자세로 암자를 향해 서둘러 갔던 것이다.'책에는 여러 사찰과 그곳에서 만난 스님들이 함께 둥지를 틀고 있다. 지리산 상무주암, 계룡산 오등선원, 오대산 월정사, 봉황산 부석사, 태화산 마곡사처럼 이름으로도 알만한 사찰과 손꼽히는 선사들이 즐비하지만 작가가 억지로 손잡아 끌어온 것은 아니다. 만나고 대화하고 공양하고 화두 잡고 때론 묵묵히 앉아있는 여정이다. 그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빼곡이 담아냈다. 추운 겨울밤 울력을 피하고자 눈치를 살피고, 가마솥 밥맛을 향한 탐심에 허둥대며, 몽중일여의 화두를 '그놈의 커피' 때문에 놓쳤다며 애먼 탓하는 자신을 고자질한다. 때론 강화도 텅빈 들녘, 도봉산 가파른 산길, 낙동강 어귀 삼강 주막 그리고 또 어딘가에서 마주치고 스쳐가는 순간 순간의 위로, 감동, 연민 등을 놓치지 않고 바라봐준다. 그렇게 길어올린 작가의 글은 단정한 단어와 소박한 문장으로 빚은 폭신한 목화솜 이불 같지만 때때로 예리한 죽비소리, 사리같은 단단함을 내보인다. 삶의 모든 순간을 깨어있고자 노력한 저자의 내공이다. 첫 수필집을 세상에 내보내는 작가는 “글을 퇴고하면서 내가 나를 마주할 때 부끄럽지 않을 나를 꿈꿔 보았다”고 말한다.
뉴스 | 이원주 기자 | 2022-07-13 10:09
수불석권 왼편부터 혜진, 손지민 소종률, 노근우, 유선경, 이혜란이들이 읽은 책 중에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는 책이 끼어 있었다. 거긴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무슨 생각으로 그 책을 읽었을까? 그들의 생활과 생각이 궁금했다. 격주로 만나는데, 그때마다 300페이지쯤이나 되는 책을 읽고 온다는 사람들. 더구나 성동구에 사는 이들이라는데, 어떻게 만났을까? 여섯 권의 책을 읽어왔다니, 아주 쉽게 그들의 통찰을 빌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수불석권이 지난 3개월여 기간 동안 읽고 토론한 책들.- 모임을 처음 만들게 된 계기는?“카톡방에 오픈 채팅방이 있다. 성동이라는 지역에서, 책모임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호응을 해준 분들이다. 어쩌다보니 30대 분들인데, 아마 약간씩 삶의 여유가 있는 이들 아닐까? 20대는 너무 바쁘고, 40대도 (육아니 일이니) 그렇고.”- 모임의 첫 책은 의미가 있겠다. 김승섭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선정해 처음 읽은 이유는?“모임 제안자인 나로서는 그동안 읽은 책들 중, 가장 많이 생각을 하게한 책이다. 당연히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 읽고 싶었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이란 생각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질병의 사회학, 정의로운 건강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 '책은 도끼'라고 생각한다. 어떤 임팩트를 위 책들에서 얻었나? “<공정이라는 착각>에서 논쟁이 있었다. 가장 큰 혜택을 입었을 듯한 저자의 입에서 그 혜택을 부정하는 내용이 나온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우리가 가진 여러 혜택들, 능력들이 사실은 우연하게, 랜더링하게 떨어진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더 겸손해져야 한다거나, 혜택을 나누어야지 의견도 나오고.”- 책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시니어들에겐 충격일 것 같다. “맞다. 전철서 읽고 있으면, 주변에서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심너울 작가의 단편 중 하나인데, 제목으로 뽑혔다. 젊어서 혐오의 시선으로 늙음을 보지만, 우리는 모두 늙고, 그 자신도 역시나 늙는다. 그 현실을 일러준 책이었다.”- 세상의 변화를 읽고 싶어하는 것 같다."<AI시대 본능의 미래>에서는 섹스로봇과 배양육, 인공자궁, 자살기계 등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의 원초적 경험을 바꿀 미래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다. 새로운 이야기들 같지만, 현재의 우리를 다시 되짚게 한다. 이제는 당연한 것들이, 처음엔 그렇지 않았었다. 이 기술들 또한 그렇다. 우리가 책을 통해 지금을, 미래를 볼 수 있는 이유다.”- 이후 읽어갈 책은? 그리고 남기고픈 말씀.“<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꼭 읽고 싶다. 비싼 책이지만, 요약본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내용을 이해하지 말고, 꼭 원문을 읽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요약이나 발췌는 사실 내용이 그들 시선에 의해 왜곡될 수 있으니까. 읽은 뒤에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 훨씬 내용이 확장되고 다양해진다. 우리가 책모임을 하는 이유다.”
뉴스 | 이원주 기자 | 2022-07-13 09:51
장수의비결 네셔널지오그래픽2005년 11월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장수의 비결-The Secrets of Living Longer>을 특별기획기사로 게재했다. 저자는 댄 뷰트너. 사냥, 정원가꾸기, 자전거타기, 캠핑, 사냥 같은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집안에서 자랐고,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까지 혹은 전 세계 대륙을 종단횡단한 탐험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저자가 직접 전 세계의 장수마을을 찾아 탐험하고 취재한 내용. 소개된 곳은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그리스 이카리아, 일본의 오키나와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린다, 코스타리카의 니코야(한국판에서는 담양-곡성-구례-순창 네 곳을 장수벨트로 소개했다) 이곳을 책은 '블루 존'이라고 불렀다. 병없이 오래 활동하며 행복하게 사는 곳. 이곳에선 나이가 무의미해서, 90세 100세에도 여전히 밭에서 쟁기질을 하고, 바다에서 다시마를 줍는다. 해변서 물구나무 서고, 오토바이를 타며 즐긴다. 책에서는 대략 9가지 정도의 공통점-파워나인-을 찾았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까?'병 없이 오래 사는' 아홉 가지 비결1.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농사를 짓고, 살림을 하고, 자주 걷고.2. 소명의식. 목적의식적인 삶(아침에 일어나면서 설레는가?)3. 스트레스 관리. 달리기든, 샤워하며 음악 듣기든, 편안한 친구와의 대화든.4. 소식. 배고픔이 가시면 먹기를 멈춘다. 배불러도 먹는 우리 이웃은 얼마인가?5. 고기를 적게, 채소와 과일을 더 많이. 생선은 더 자주, 붉은고기는 덜.6. 술은 적당히 하루 1-2잔. (와인 한두 잔이 좋다는 이야기가 배경이다)7. 공동체에 소속된다. 친구, 취미모임, 정당이거나 계속 자신의 일 동료이거나8.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시. '저녁 있는 삶'이란 구호는 그간의 정치 구호중 최고다.9. 건전한 사회적 네트워크. 우리는 물든다. 향 싼 종이거나 생선을 싼 종이처럼.이 아홉 가지 비결 중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이것이 특별한 블루존에서만 하지 않아도 되는 습관이란 점이다. 맑은 공기, 맑은 물 아니어도, 우리는 '불루 존'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경쟁과 스트레스,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하여 접대를 하고, 밤을 새워 공부하고 일해야만 하는 상황은 우리들에게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위 아홉 가지는 우리의 일상에서 실천해 봄직한 것들이다. 내 삶의 양식들을 조금 반성하면서, 삶의 루틴들을 다시 조직해 볼 수 있을까?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을 다시 점검해 보는 일이다. 그중에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유교주의, 성별의 구분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전에 해온 대로 세상을 산다. 물질적 실질적 삶의 조건들은 쉽게 바뀌지만,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을 '아노미-문화지체'라고 하는데, 우리가 대략 그렇다. 어르신, 시니어들에게 이 문제는 첫 번째 넘어야 할 과제다. 남녀로 구별돼,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온 삶은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한다. 서로 가보지 않은 곳을 '탐험'해 보자. 남자어르신, 집에서 살림에 참여하기 위 블루존의 습관 중 첫 번째로 꼽힌 것은 그들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집안일을 하는 여성들이 바깥서 일하는 남성들보다 왜 평균 6~10여년씩 더 사는지 알려준다. 하루 세 번의 밥을 차려내고, 끊임없이 처리할 수밖에는 없는 설거지와 빨래 그리고 청소와 같은 일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헤겔은 “노예가 밭 갈고, 집안 일 하고, 물건 고치고, 이런저런 대소사를 처리하면서, 나중에는 주인보다 더 많이 세상에 대해서 앎으로서 주인의 주인이 되는" '노예의 볍증법'을 이야기했었다. 그러니 살려는 자, '살림'부터 손에 잡을 일이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 요리하고,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잡고, '음쓰(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현관문을 열고 밖에 나가는 남자 어르신은 적다. 이것부터 다시 아내의 손에서, 자식들의 손에서, 혹은 요양사의 손에서 되찾아오시라. 아직 해보지 않았고, 하실 수 있는 일이라면, 가장 먼저 그걸 하시라. 가정의 평화와 더불어 나의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4번, 5번, 6번도 모두 살림을 통해서 내가 통제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적게 먹고, 물을 많이 마시라. 고기를 줄이고, 채소와 견과류를 더 많이 챙기라. 이렇게 하는 것이 영양제를 한 줌씩 먹는 것과 견줄(돈도 훨씬 더 적게 들어갈 수 있다)만하다. 요리는 그중 으뜸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긴 여정이 필요하다. 먼저 싸고 신선한 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보아야 한다. 다음 재료들을 씻고 다듬어야 한다. 요리와 조리를 하는 과정 다음에는 담고 먹고 또 치우는 과정이 남았다. 설거지와 음쓰를 버리는 일까지 하면, 한 끼 밥을 먹는다는 일이 엄청한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동안 이걸 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이 든다. 그 고마움이 힘든 노년의 시기를 넘어갈 지도와 나침반, 등산 여정 중의 초코바가 된다. 그러니 지역 경제에 도움도 될 겸, 길을 걸어 동네 시장에도 들르고, 지역에서 오래된 마트도 쓱 들어가 보라. 구멍가게들은 전부 편의점으로 바뀌었지만, 경쟁력 있는 지역의 상점들은 꽤 괜찮은 가게와 마트로 성장해 있다. 여자어르신, 도서관에 공공기관에 가실 것도서관에 가보면 신문 열람대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전부 남자어르신들(반면, 시장을 가보면 흥정을 하고 있는 이들은 대개 여자 어르신들이고)이다. 내 어머니는 치매에 걸렸고,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3년여가 흘렀고, 남편 없는 산 삶의, 또다른 결과다. 어머니는 남편을 따라 시댁에 제사를 다닌 것이 가장 큰 '임무'였다. 남편의 일자리, 남편의 고향친구들을 따라 계모임에도 다녔다. 자동차 운전을 하는 아버지 옆에 어머니는 앉아 있었다. 은행업무와 필요한 사회적 계약들을 아버지가 했다. 어머니에게는 사회적 관계, 그녀의 공동체가, 공공에의 접속이 없었다. 그 훈련들이 적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사라지자, 행동반경이 집으로 한정됐다. “폭식보다, 끽연이나 폭음보다 해로운 것이 있다면, 그건 외로움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진실이다. 건강이 신체적 건강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측면에서도 아울러 건강해야 정말 몸이 지켜진다고도 할 수 있다. 공동체를 찾을 수 있는 곳, 소명의식을 생각해볼 수 있는 만남, 이를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가 지속될 수 있는 어떤 곳. 그곳이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이다. 공원은 공공의 재산이다. 서울숲은 응봉산과 대현산, 금호산과 매봉산, 아차산과 수락산 같은 넓게 펼쳐진 자연이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면, 그곳은 나라의 재산이어서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돈'을 지불하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카페와 식당, 백화점과 놀이공원이 그렇다. 하지만 '돈' 없이도 가볼 곳은 많다. 집밖의 공원처럼, 무엇보다 먼저 도서관이 그런 곳이다. 도서관을 공원 가듯이 천천히 둘러보자. 거기 꽃만큼 예쁜 책들이 있다. 영화도 있다. 벤치에 눌러앉듯, 거기 강연도 신청해 보자. 책을 보고, 책을 빌려도 보자. 강좌가 있다면 그것도 좋다. 거기서도 우리의 삶이 새로 시작한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7-13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