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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썰매를 타다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걸 옆에서 장대를 갖고 있다가 구해줄 수 있는 건 또 얼마나 희소한 행운일까? 여기에 더해 그 장면이 부근을 지나던 어느 사진가에 의해 차곡차곡 찍힐 가능성은 또 얼마나 될까? 그리고 60여년 만에 물에 빠졌던 그 청년과 그 사진가가 그 사진을 가운데 두고 만날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찰라'는 60여년 만에 다시 부활해 2022년 5월의 봄 가운데 섰다. 인사동 인사아트갤러리 박옥수 사진전 <시간여행>에서다.물에 빠졌던 그 뚝섬 사람, 옛 사진전에 가다종혁은 이곳 뚝섬 일대와 한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예서 나고 자란 토박이였기 때문이다. 때는 1월이 막 지나고 있을 무렵. 한강은 꽁꽁 얼어있었다. 이곳서는 한 자(30센티쯤) 두께나 얼음이 얼곤 했다. 마을사람들은 얼음을 켜서 꺼내어 땅을 깊게 파 묻은 뒤, 왕겨로 덮고 깊게 덮었다. 한여름이 되면 겨울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어쨌든 그날, 한강에서 썰매를 타는 건 여느 때처럼 아무 문제도 없었다. 방향을 하류쪽으로만 향하지 않았다면…. 그쪽, 그러니까 성수동 뚝섬 하류쪽, 지금의 수원지 인근에 물이 얼지 않는 곳이 있었다. 한강이 중랑천을 만나기 전. 합류한 물이 응봉산을 앞두고 급하게 좌로 굽이를 도는 곳이어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그날 웬일이었을까? 종혁은 썰매를 하류로 향했다. 한없이 펼쳐진 은빛 세계를 마음이 내닫는 대로 달리고 싶었다. 그러다 아차! 얼음이 깨지고 말았다. 어른들이 조심하라던 그곳이었던 게 생각났다. 물은 차가웠다. 빠르게 흐르는 물줄기가 그의 몸을 끌어댔다. 얼음 속으로 몸이 빠져드는 게 느껴졌다. 그의 상체를 얼음 위에 붙잡아 둔 건, 그가 짚고 있던 썰매 막대였다. 못을 박고, 날카롭게 송곳처럼 벼린 그것. 그걸 얼음에 박고서 겨우 몸을 의지했다.   “신이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나봐. 그때 옆에 썰매를 지치던 청년들이 있었어요. 그때는 썰매를 탈 때, 긴 장대에다가 송곳을 박고 타는 게 있었다고. 서서 썰매를 타곤 했거든. 그게 키보다 컸어요. 길었다고. 그걸 갖고 있는 애들이 마침 내게로 달려온 거야. 그걸 붙잡고 나와 겨우 살았지.”뚝섬 사랑했던 사진가, 시대를 환기하는 사진을 내걸다사진가 박옥수는 67년, 한양대학교 학생이었다.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그해, 그는 형이 교사생활 첫 월급으로 장만한 카메라를 들고 성동교를 넘어 뚝섬으로 향해 있었다. 그가 자주 가는 곳이었다. 섬처럼 보이는 너른 들. 사람들의 마을. 방둑 아래 토끼굴의 어둠을 지나면 거기 언제나 빛으로 넘실대는 한강. 모래밭과 수양버들나무들과 멀리 뒤배를 이룬 산들. 그 모든 것들이 미술을 하다가 이제 막 사진기를 쥔 앳된 청년 옥수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얼음에 빠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 그는 둑방가에 있었다. 얼음나라가 된 뚝섬의 한강변이 널리까지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급한 순간이었지만, 그는 목에 걸린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주변에서 이미 구조를 위해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그렇게 다섯 번의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피사체가 구출이 되고, 사진가는 안도의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떴었다. 물에 빠졌던 그 사람 홍종혁은 현재 성수동의 예아네꽃집 사장이다. 46년생인 그가 태어나 평생 떠나지 않은 곳이 여기 뚝섬이었다. 5월 7일, 사실 그는 가게를 비우면 안 되었다. 내일이 어버이날 아닌가. 꽃집이 대목인 날이었다. 그러나 얼음에 빠졌던 그의 모습을 찍었다는 사진가의 전시회를 안 가볼 수 없었다. 가면서 이곳 땅 뚝섬을 떠올렸다. 사진, 시대의 온기와 생기를 환기시키다성수동 뚝섬은 역동적인 곳이었다. 매일 뚝섬나루엔 한강 하류에서 온 새웃배와 상류에서 내려온 뗏목들이 닿고, 짐을 부렸다. 정선서 온 뗏목은 위에서 뜀박질해 달려도 한참을 갈 만큼 길었다. 그걸 해체해 목재로 만드는 제재소가 뚝섬에 있었다. 잘게 쪼게 땔감으로 실어 소달구지에 실어가기도 했다. 큰 농원들도 주변에 많았고, 어부들도 흔했다. 뚝섬사람들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고, 생활력이 강했다. 이곳은 상공(商工)의 땅이었다. 그 힘겨운 노동 사이사이로 흥겨운 놀이도 겹쳐졌다. 한겨울 썰매는 그 한갓진 시간, 그곳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해방시키던 놀이였고. 추신 : 홍종혁이 물에 빠진 것은 경동국민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58년 무렵. 박옥수의 사진이 찍힌 건 67년경이다. 그러니 사진의 그는 홍종혁은 아닌 걸로 판명됐다. 그래도 두 사람은 같은 땅을 살고 밟았던 사람들로서 말을 섞고 기억을 나누고 따뜻한 눈빛을 교환했다. 사진이 환기한 그 시대의 온기와 생기를 지닌 채 종혁 씨는 다시 뚝섬으로 돌아갔다.세 번, 박옥수의 사진전에 갔어요사진가 박옥수 선생의 사진전을 보러 세 번을 갔다. 집에 돌아오면 다시 생각나는 사진이었다. 마을 사람을 불러모으고 가족과 함께 보고픈 사진이었다. 오래 들여다보아 사랑스럽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싯구가 있는데, 그의 사진이 꼭 그러했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박옥수의 오래된 사진들이 꼭 그러하다. 흑백으로 찍혀 더 그 부분이 도드라져 보인다. 사진은 찰라의 풍경이다.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사진이라고 하는데, 그 찰라를 오랜 동안 남기기 때문에 그렇다. 사진은 피사체와 가까울 때, 더 좋은 사진이 된다. 그건 물리적 거리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그래야 한다. 환하게 웃는 박옥수의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을 본다. 거기엔 박옥수 선생의 미소가 거울처럼 반사된다. 그의 사진에는 미덕이 더 있다. 사진 안에서 시간과 공간이 확장된다. 박옥수의 사진은 찰라를 위한 기다림이 느껴진다. 논두렁의 물꼬를 건너가는 그 순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옥수의 사진에는 놀이와 노동이 함께 한다. 땅을 파는 노동자의 행위와 어미의 짐을 받아 내리는 소년이 함께 있다. 이 역시 그 때를 기다린 것이다. 이는 조형적 균형과 내용적 대비로 조형미를 갖게 된다. 그의 사진이 오랜 동안 사랑받을 이유다. 박옥수의 사진은 '당연히 가야할 시선'이라고 명명한 것들에서 살짝 비켜선다.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선거연설에서 많은 기자들과 사진가들은 카메라 앵글을 후보에게 맞출 것이다. 하지만 박옥수 선생은 그 연설을 지켜보는 키큰 나무와 거기 올라선 많은 이들을 잡는다. 이로서 사진에는 시대의 숨결도 스며든다. 뚝섬나루를 채운 배추와 수박들, 이를 담는 트럭과 리어카 그리고 뒤편에 즐비한 한강변 판잣집들의 풍경이 또 그러하다.  사진에는 저편의 풍경과 사람 말고도, 이쪽 사진가의 호흡과 시선이 담겨있다. 1949년생. 1960년대 초중반 무렵부터 시작된 박옥의 사진은 2022년 현재에도 계속된다. 그는 지금도 작은 사진기-핸드폰-만 들고 세상에 나선다. 그가 있는 곳마다 사진이 찍히어 시간여행에 보태진다. 젊어 한국 곳곳을 돌며 찍던 그때와 바뀐 것은 없다. 사진은 사진이고, 결국 그 사진은 사진가의 고집이며 마음임을 잊지 않은 것처럼.사진가 박옥수(왼편)와 뚝섬 토박이 홍종혁 씨와의 대화. 60여년 전의 뚝섬을 공유하고 있는 그들은 2022년 다시 만나 그 기억을 환기했다. 뒤편 사진을 찍는 이는 사진전을 기획한 지승룡 선생. 박옥수 사진전 <시간여행>에서. 사진가 박옥수와 뚝섬사람 토박이 홍종혁(예아네꽃집) 님.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5-12 16:23

기후변화주간 홍보물강동구(구청장 이정훈)가 지난 4월 22일 제52회 지구의 날을 맞아, 오는 28일까지 7일간 제14회 기후변화주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구는 기후변화주간에 다양한 행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중요성을 홍보하고 저탄소 생활실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기후위기·에너지 사진전’은 강동구청 열린뜰에서 개최한다. 기상청의 38·39회 기상·기후 사진전 당선작인 ‘국지성 호우’ 등과 강동구 주민 사진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품인 ‘정크아트’ 등 총 2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지난 지구의 날 22일 오후 8시에는 지구를 위한 단 10분간의 ‘행복한 불끄기’ 행사를 진행하여 관내 공공건물, 상가 및 대형건물 등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주민의식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얼쑤데이(EarthDay)’ 실천 캠페인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한다.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을 통해 진행되는 캠페인은 실생활 속 에너지절약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실천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 또는 영상을 필수해시태그(#얼쑤데이, #에너지절약, #녹색생활실천 등)와 함께 개인 SNS에 업로드하면 된다.  이외에도, 기후변화주간 기간 동안 에너지전환정책 홍보단과 함께 생활 속 에너지절약 실천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기후변화주간의 행사를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기후변화주간이 끝나더라도 지구를 위한 기후행동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 | 서울자치신문 | 2022-04-23 16:31

지속, 가능성 전시_사진 및 판화송파구(구청장 박성수)가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을 위해 예송미술관에서 다양한 미술전시를 이어가며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박성수 송파구청장은 “그간 코로나19로 활동 무대가 줄어들어 지역 문화예술계는 위축되고, 주민들은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잃어버렸었다.”면서 “이에 지난 2년 가까이 백신접종 장소로 사용되어 전시가 중단됐던 예송미술관을 3월 22일 재개관했다.”고 배경을 밝혔다.예송미술관은 송파구민회관(백제고분로 242) 1층에 자리한 437㎡ 규모의 전시장이다. 송파구 예술단체 전시, 청년예술가 초대전, 어린이 방학 기획전 등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시각예술작품을 연간 30회 이상 선보이며 문화저변 확대에 앞장서 왔다.이번 전시는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한 판화와 사진 전시다. 이하진 작가의 판화작품 30여 점, 이재현 작가의 예술사진작품 30여 점이 4월 14일부터 5월 4일까지 주민들과 만난다.구는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판화와 사진 전시를 통해 시간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필요로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변화 속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할 예정이다.앞서 재개관 첫 날부터 4월 1일까지는 ‘재개관 특별기획전’이 열렸다. 사과를 주제로만 작품 활동을 이어온 김연순 작가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평면회화작가 10인이 참여해 50여 작품을 선보였다.이 밖에도 구는 관내 곳곳에 자리한 전시시설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석촌호수 ‘문화실험공간 호수’에서는 일러스트 전시 ‘그리는 하루, 그리운 하루’가 오는 5월 1일까지 계속되며, 국내 유일의 공립 책박물관인 송파책박물관에서는 기획특별전시 ‘잡지 전성시대’가 8월 30일까지 열린다.박성수 송파구청장은 “내년에는 석촌호수 동호에 전시전문시설인 ‘아트갤러리’도 들어선다”면서 “다양한 문화예술시설을 적극 활용해 코로나 이후 주민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문화예술로 치유하며 일상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뉴스 | 김승민 기자 | 2022-04-16 17:05

2022.3.26. ‘21km 송파둘레길 벚꽃나들이’ 성내천 미디어아트전시 점등식에 참석한 박성수 송파구청장송파구(구청장 박성수)가 벚꽃의 개화시기에 맞춰 ‘21km 송파둘레길 벚꽃나들이’와 ‘함께 걸어요 50리 수변로 비대면 걷기’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벚꽃 개화가 늦어짐에 따라 구는 당초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예정되었던 ‘21km 송파둘레길 벚꽃나들이’를 4월 10일까지 연장 운영한다. ‘21km 송파둘레길 벚꽃나들이’ 기간에는 벚꽃이 만발한 풍경과 함께 송파둘레길 곳곳에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끽할 수 있다.  성내천 구간에서는 서화 및 시화 전시를, 탄천길에서는 ‘21km 송파둘레길의 사계(四季)’ 사진전 및 환경오염 사진전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송파둘레길 벚꽃8경 및 주요 전망대에 빛조형물과 포토존을 운영해 벚꽃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여 봄의 추억을 선사한다. 또한 당초 4월 3일로 예정되었던 ‘함께 걸어요 50리 수변로 비대면 걷기’ 역시 4월 10일까지 연장 운영한다. 송파둘레길을 걸으며 빛조형물과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은 후, 구 홈페이지 인증 게시판에 올리면 모바일 기프티콘도 받을 수 있다. 박성수 구청장은 “주민들과 송파를 찾는 관광객들이 석촌호수 뿐만 아니라 송파둘레길 등 송파구 전역에서 벚꽃 나들이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벚꽃이 선사하는 봄의 정취를 느끼며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뉴스 | 서울자치신문 | 2022-04-03 14:35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이상화 작가지난해 12월 1일 개관한 서초구 생활 밀착형 도서관, ‘셰익스피어의 작은도서관’이 개관 기념으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화가 이상화의 개인전 ‘완전한 자유를 얻는 방법’ 미술 전시회를 개최했다.화가 이상화의 개인전 ‘완전한 자유를 얻는 방법’에는 <고립된 생각>, <From-to> 등 작품 14점이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되었으며, 3일 동안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서초구 주민 1000여명이 관람했다.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며 관람객들과 소통해 의미를 더했다. 이상화 작가는 작품 설명을 통해 자신의 인생철학으로 얻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하며 그저 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삶의 문제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얻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관람객 중 한명은 “작품을 보고 작가님의 설명을 들으며 고립되었다는 것의 의미와 고립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셰익스피어의 작은 도서관 신선미 관장은 “도서관 개관 기념으로 이상화작가 초대전을 기획했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관람을 하러 와서 너무 감사하고, 작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셰익스피어의 작은도서관’은 2021년 12월 1일 서초구청에 공식 등록된 도서관이다.셰익스피어의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앞으로 독서토론, 북콘서트 등 책을 매개로 한 프로그램과 함께 인성교육, 문화강연, 전시회, 사진전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한편, 이상화 작가는 중국 중앙미술학원 유학생 중 수석 입학해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하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 | 금정아 기자 | 2022-02-28 17:49

이홍렬 선생이 마장동서 아이들을 위해 기획했던 이웃 직업인과의 대화 《직업을 말해줘》와 함께. 왼쪽부터 명영순 송경민 윤상임나는 2016년 2월 1일의 블로그를 보고 있다. 제목은 '다시 색전술'. 블로그 주인장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지금 막 수술을 위한 사전 조처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다. 그의 왼팔엔 링거가 연결돼 있고, 제모크림을 발라 털을 녹여떨어뜨린 터라 겨드랑이엔 약냄새가 남아있다. 사람들이 모두 자는 밤에 홀로 블로그에 글을 올린 이가, 오늘 찾아갈 그 사람 이홍렬이다. 그의 글.“병원에서 노인들을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20대의 젊은이를 보면 안타까움이 가슴으로 밀려오고 어린 아이가 부모와 함께 휠체어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 온다. 그렇다면 나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을 보면? 열심히 살다 이제 쉴 때가 된 사람을 보는 느낌? 아니면 앞으로 돌진하다 돌부리에 넘어져 쉬는 가련한 중생?몸이 아프니 겸손해졌다. 잘난체 하던 젊은 시절에는 남들을 참으로 자주 무시했다. 무엇이 그리 잘 났다고 그랬는지 알고 보면 자랑할만한 것도 없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겠으나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죽도록 사랑하다 보면 진정 사랑을 알겠지. 병실의 환자들이 코를 고는 시간에 나 홀로 글을 쓴다.”- http://m.blog.naver.com/ipleelee 중생전의 이홍렬얼마 더 살지는 모르지만, 죽도록 사랑해야지“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는 모르겠으나”라고 썼던 그는 2018년 1월 3일 고인이 됐다. 그는 “죽도록 사랑하다 보면 진정한 사랑을 알겠지”라고도 썼다. 그가 베푼 사랑의 흔적을 찾고 싶었다. 왜 풍납동에 살고 있던 그가, 마장동에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는지 [관련기사. 오마이뉴스 <오바마 대통령을 초대하려던 '직업을 말해줘'> 기사 참조] 알고 싶었다. 이홍렬과 함께 '직업을 말해줘'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윤상임, 송경민을 만난 이유였다. 근처 사근동에 살고 있는 이홍렬의 형수 명영순 님도 자리에 함께 했다. - 이홍렬 선생은 <직업을 말해줘>의 기획자이자 기록자였다. 마장동 홍익교회 하마방에서 시작해 5년여 가까이 많은 직업인들을 모셨었다. 초대된 강사들중엔 이홍렬 선생과의 인연으로 오신 분들이 다수라고도 들었다. 이홍렬과 마장동과의 인연을 듣고 싶다.명영순 : “시동생(이홍렬)의 고향은 제천이었다. 그후 워낙 많이 옮겨 다녔다고 들었다. 강원도로도 천안으로도.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에 1960대 후반 1970년대 초 서울로 왔을 때, 터를 잡은 곳이 청계천변 판자촌이었다. 8만원 전세금인가를 주고. 홍렬은 마장동 동명국민학교를 다녔다.”- 당시 청계천변엔 판자촌이, 하류와 중랑천변으로 '개미굴(토굴을 파고, 그 위에 비닐과 판자로 얹댄 임시거처)'이 많았던 때다. 가난한 삶의 풍경이 이곳 마장동 사근동 송정동 용답동 일대에서 펼쳐졌었다. - 명영순 : “남편 홍식이 아버지 자리를 대신해 마음에 큰 짐을 지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비가 오면 우산 장사를 하고, 겨울엔 호떡장사, 여름엔 하드통을 메고 다니며 장사를 했다고 들었다. 집안 사정상 벌 사람이 없으니 벌어야 했을 거다. 다들 고생을 많이 했겠지만….”- 이홍렬 선생의 과거 이력이 궁금하다. 어떤 분이셨나?명영순 : “형제는 2남2녀였다. 홍렬에겐 형과 누나가 있고, 여동생이 있었다. 시어머니가 남편 사랑에 대해선 한이 없다고 하셨더랬다. 굉장히 다정다감한 성격이셨던 것이고, 홍렬은 아마 아버님을 닮은 듯하다. 우리집 아이들이 아파 열이 나면, 아이들을 업고, 동네를 한바퀴 돌고 오곤 했던 게 시동생 홍렬이었다. 명절때면 제사 장만에 손을 보태주는 이도 홍렬이었다. 형은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홍렬은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으니 형제가 이과적인 성격을 가졌을 거라 생각하지만, 둘다 음악에 심취하고, 사진도 찍고, 책을 읽고 글쓰는 일을 엄청나게 좋아한 사람들이었다. 형제가 그런 점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이상주의셨죠. 발이 땅에서 떨어진 듯한이홍렬 선생은 간암 투병중에도 마장동에서 활동을 지속했다. 그는 꿈을 잃고 생기가 가셔버린 아이들을 위해 '직업을 말해줘'를 기획하고 진행을 도맡아 했다. 창간호이자 종간호가 된, <직업을 말해줘> 소식지를 발행했다. 거기에 그는 썼었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꿈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저녁 식사에 지인을 초대하여 손님의 직업에 관하여 자녀와 손님의 직업에 관하여 자녀와 손님이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한다고 합니다.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나요? 그러면 신뢰를 함께 주어야 합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개 부모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자란 사람들이었습니다. (…) 자녀들을 전적으로 믿고, 자녀들과의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들의 아이들은 반드시 행복한 삶을 살 것입니다.”윤상임 : “선생님은 이상주의자라고 해야 하나? 발이 땅에서 떨어진 채 사는 분 같았죠. 아이들한테 책을 주세요. 당신이 읽던 책들. 영어백과사전처럼 두꺼운 책이예요. '자신에게 좋았고 좋아했던 책이니까, 아이들도 좋아할 거다!' 그런 거죠. 박물관 가고 음악회 가고 그런 것도….(웃음)”송경민 : “이홍렬 선생님과 매미우화를 밤새 보았던 일이 기억나요. 땀이 삐질삐질 나는 여름밤, 모기한테 뜯기면서 선생님과 함께 세림아파트 내 숲에서 있었어요. 밤에 탈피를 하니까. 저는 그 전엔 매미 자체가 안 보였었어요. 아이들하고 엄마들, 주변분들도 모두 다 참여 가능한 자리였어요. 영상도 제작해서 저희들과 공유해 주셨더랬죠.”- 윤상임 : “교회서 공부방을 했어요. 형편도 어렵고 학력이 달리는 아이들과 함께 하니까, 다른 분들이 '학업진도'나 성적과의 관련성 이런 것도 엄청 신경쓰는데, 이홍렬 선생님은 태평이세요. '아이들은 놀아야 하고, 스트레스도 없어야 한다.' 뭐 그러시는 거죠. 저는 수업에 사람이 올까 안 올까 걱정이 많은데, 선생님은 '없으면 놀지, 하나라도 있으면 하고.' 그러시는 거죠. 걱정이랑 해탈이랑 둘이 쿵짝이 맞았던 거 같아요.”송경민 :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하면 관심들을 가지실 테니까 <영어성경학교> 같은 것도 열었어요. 그러면 미국식 영어랑 영국식 영어를 구별해서 듣도록 준비를 해오시고요. 어원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관련 이야기들도 쭈욱 풀어주시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온 청교도들을 알아야 영어 단어와 문장이 제대로 이해되기도 하니까….”왼쪽부터 이홍렬의 손그림전, 사진전 그리고 스마트폰 개인사진전. 그는 이웃의 가게, 공간에서 자신의 재능과 우정을 나눈 사람이었다.한 알 밀알이 떨어져 땅에서 썩으면 이홍렬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일을 좋아하는 사진가요 편집인이었다. 마을에서 섹소폰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던 예술인이었다. 그는 그 재능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재능을 이용해서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그가 기획한 <직업을 말해줘> 영상을 채운 것은 그의 사진과 그의 편집기술이었다. 그는 그린 그림들과 사진들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화이트큐브, 하얀 전시실의 벽면이 아니라 삶의 터와 가까운 가게와 카페에 걸었다. 누구나 밥 먹으러 와서, 차한잔 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사람들, 이웃의 풍경이었다. 전시회가 끝나면 그 사진들을 이웃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홍렬의 블로그 제목은 <오래 살지 말자 즐겁게 살자>다. 정신없이 앞으로 내딛다가, 고개를 들고 더 높은 곳을 향하다가, 어느날 다가온 죽음 앞에서 그가 찾은 것은 '사랑'이었다. 그가 남긴 블로그 기사를 차근차근 살피고, 그에 대한 이웃을 말들을 다시 재생해 듣는다. 그는 아버지의 유언을 쫓아 신의 말씀을 듣는 삶을 살았다. 그의 죽은 자리에 어울릴만한 성경 단어가 내게도 생각났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덧붙이는 글>마장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신동한 할머니, 동명초 후문에 있던 문방구 한양슈퍼에서(아래 사진은 젊은 시절 신동한 님)이상돈, 사랑의 다리 세운 사람. 마장동 동마파출소장을 역임했다.지난해 마장동을 찾았다가 두 분의 인상적인 분을 만났었다. 한 분은 1970년대초, 마장동에서 순경과 파출소장을 역임했던 이상돈 선생. 그는 한영중고 앞 청계천에 '사랑의 다리'를 놓은 사람이었다. 당시 청계천변과 하류 중랑천변은 가난한 이들이 대규모로 밀집해 있던 곳이었다. 어려운 살림에 생계를 꾸려가느라 교육의 현장에서 밀려난 어린이, 청소년들도 많았다.  이상돈 선생은 그들을 위해서도 애향기술학원을 짓고, 한글과 타자, 편직술등 직업교육도 했다. 겨울 내복도 장갑도 변변히 없는 버스안내양들을 위해서도, 넝마를 주워 파는 청계천다리 아래 재건대 아이들 위해서도 이상돈 선생은 힘을 썼다. 마장동서 <청계천박물관 이야기갤러리전>을 진행할 때는 동명초등학교 후문서 장사를 하고계신 한양슈퍼 신동한 할머니도 만났다. 50여년 가까이 문방구를 하셨던 할머니는 우리에게 그동안 간직해 왔던 문방구 제품을 모두 기증해 주셨다. 그리고 5만원의 후원금까지.(이상돈 선생님도 기부금을 주겠다고 하셨다). 마장동에서 만난 이 어른들은 한결같이 불쌍한 이웃들 아이들을 위하여 한없이 주고싶어 했다. 마장동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사는 사람들의 땅이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1-25 21:07

강감찬도시농업센터 전경관악구는 2022년 1월부터 낙성대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강감찬도시농업센터 내 체험실, 교육실, 특별전시관 대관 신청자를 모집한다.강감찬도시농업센터는 서울시 남부권역의 대표적인 도시농업복합공간으로 지난 5월 개관 이후 문화공연, 사진전시 등 다양한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민 소통과 문화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구민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체험실, 교육실, 특별전시관 등 다목적 공간을 대관하며, 다양한 도시농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체험 프로그램 진행 모습먼저, 교육실은 80㎡의 면적에 빔프로젝터, 마이크 등 시청각 시설이 있어 도시농업 교육, 토론, 세미나 등이 가능하고, 체험실 면적은 61㎡로 인덕션, 미니오븐, 개수대, 요리작업대 등이 구비되어 있어 농작물을 활용한 체험 요리 활동을 할 수 있다.특별전시관 면적은 65㎡로 농업 관련 특별 전시가 가능하며 조명과 냉난방 시설 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도시농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전시·교육·행사 등에 대관이 가능하며,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수용인원, 방역패스 등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단, 사적인 모임, 정치, 종교, 영리목적의 단체의 대관은 불가하다. 대관신청 기간은 예정일 전월 10일까지로 대관신청을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관악구청 공원녹지과 도시농업팀(☎02-879-6571)에 문의 후, 신청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대관료는 2시간 기준 20,000원(부가세 별도), 초과 시간당 10,000원이며, 1월부터 12월까지 휴관일, 시설점검일, 자체 프로그램 등 행사를 제외하고 대관 가능하다.

뉴스 | 김상우 기자 | 2022-01-05 15:32